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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에게 쓰는 마지막 편지

ㅇㅇ |2019.12.12 16:51
조회 766 |추천 0

안녕하세요, 저는 당신이 참 고맙습니다.
제가 그 동안 책에서 봐왔던 감정들을 몸으로 피부로 직접 느낄 수 있게 해주었기 때문입니다. 만약 당신이 없었더라면, 저는 그런 감정을 느끼지 못한채로 성인이 되어 미성숙한 저로 남았을것입니다. 그래서 당신을 위해 저는 당신의 행복을 염원해보려고 노력합니다.
요즘 날이 많이 추워졌습니다. 제가 신경쓸 바는 아니지만 요즘 어떻게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지금 당신의 옆에 있는 그 분이 누구일까 생각도 해봅니다, 예전부터, 어쩌면 저와 만날때부터 알고 있던 사람일까, 아니면 새롭게 만나게 된 인연일까.
당신의 프로필에서 새롭게 갱신된 D-DAY를 보았을 때 참 많은 생각이 머리에서 떠오르고 또 사라졌습니다. 헤어진 지 불과 이틀밖에 되지 않았던 짧은 순간이었으니까요, 당신은 정말로 나에게 마음이 다 떠난 것일까, 아니면 바람을 피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그 순간 당신과 제가 같이 본 올드보이에서 나온, 상상력은 인간을 비겁하게 만든다는 말이 체감이 되었습니다.
객관적으로 놓고 보면 제가 잘못한 것이 많아 제가 가지고 있던 당신의 마음이 저를 떠나 지금 그 분께 가있는건데, 저의 상상력은 그런 객관적인 상황을 무시하고 잘못된 판단을 저지르게 할 뻔했으니까요, 저는 하마터면 오판을 할 뻔했습니다.
물론 어느 것이 맞는지는 저도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단지 당신과 있을 때는 하지 못했던, 감정에 휘둘리지 않으면서 신중하게 판단하는것을 하려고 할 뿐입니다.
한 때 그런 상상력이 만든 판 안에서 생각할 때, 당신을 증오하려고도 했습니다. 하지만 감정이라는 것이 쉽게 바뀌지 않듯이 제가 당신을 좋아하는 감정이 한 순간에 증오로 바뀌고 그것이 고착화되기엔 제가 당신을 많이 좋아해서 그럴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위에서 언급했듯이 제가 잘못한 부분이 많았기에 제가 당신을 증오하는 것은 상당히 염치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러한 부정적인 감정을 비우고, 당신의 행복과 무운을 빌려고 합니다. 누가 뭐래도 저는 당신에게 고마움을 느끼고, 당신을 진심으로 사랑했다고 맹세할 수 있으니까요.
저와 함께 할 때는 권태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헤어졌지만, 그 분과 함께할 때만큼은 저와 같이 보낸 시간, 어쩌면 그보다 더 긴 시간을 그 분과 함께 즐겁게 보냈으면 좋겠습니다.
당신이 이 글을 보았으면 좋겠고, 보게 된다면 끝까지 읽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이 자리에 남아 당신의 행복을 빌겠습니다, 밤마다 빌겠습니다. 종교를 가지지 않은 사람들도 하늘에 자신의 염원을 비는 것을 보면 하늘에는 제 소원을 들어줄 어떤 이가 있을 거라고 믿으니까요.
제 10대의 마지막과 20대의 처음을 사랑으로 장식하고 꾸며주고 떠난 누나, 정말 많이 사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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