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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55세 비혼이신 분 글을 보고

52세 |2020.01.03 16:13
조회 5,855 |추천 32
(추가)
어디 완벽한 사람이 있겠나요. 그 사람의 단점을 내가 수용할 수 있고 커버할 수 있는 범위라고 한다면 결혼하는 것이 겠지요. (내 단점을 상대방이 또 이해해 줘야지요)

그 사람의 이기적인 면이 귀엽게 보이는 수준이라면 하는 것이고 내가 매번 또 그러네 할 정도면 아니지요.

저는 둘다(성격과 능력) 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전 서로 코드가 맞아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상대방에게 다 설명하고 이해시켜야 하면 충돌도 많고 너무 힘들어요. 코드가 맞을 확률을 높이려면 서로 일하는 직업군이 같거나 종교가 같다면 좋고 서로 자란 가정 환경이 비슷하면 더 좋습니다.

능력면, 특히 재력은 상대적인 면이 있지요. 제 기준으로는 남의 집 가장은 빼오는 것이 아닙니다.(판의 명언 중 하나이죠) 연애만 해야지요. 제 경우에는 양가 부모님들이 본인들의 노후는 확실히 대비해놓으셨지만 저희는 저희가 알아서 살아야 하는 환경입니다. 저희만 열심히 살면 되는 것이죠. 오히려 부자 시집은 저는 싫어했습니다. 너무 며느리들을 휘두르려고 하는 경우를 보았었어서 제가 더 일하고 말지, 남편과 부모님의 경제적 상황이 독립적인 관계인 것을 원했습니다. 남자 본인의 능력은 모자라도 내가 같이 채울 수 있고, 현재는 모자라도 미래에 대한 가능성과 같이 하는 삶을 생각해 보았었습니다. 돈은 있다가도 없어질 수 있고, 없다가도 생길 수 있으니까요.(친정 아버지가 자수성가 타입이셔서 자랄 때 제가 직접 경험해 보았습니다)

전 결혼은 선택이지 꼭 해야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내 딸이라면, 마음에 걸리는 것이 많다면 일단 연애만 하라고 할 것 같네요. 더 만나다 보면 내가 보지 못한, 모든 단점을 덮을 수 있는 그 사람만의 장점을 깨달을 수도 있고, 반대로 도저히 안되겠구나 결정을 내릴 수도 있겠죠. 내가 결혼을 확신할 때까지 그 사람이 기다려주지 못하면, 그 사람과 나는 인연이 아닌 것이지요.

마지막 조언은 끝낼 때는 확실히 정리하세요. 깨끗이 떠나보내야 새로운 사람이 눈에 보인답니다. 지지부진하게 끌면 좋은 사람이 옆에 있어도 안보여요. 그리고 혼자서도 행복할 수 있는 사람이 결혼해서도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항상 긍정적으로 자기 개발을 하면서 삶을 enjoy 하시길...


(원문)
55세 비혼이라고 하신 글을 보고 적습니다. 공감이 많이 가기도 하고 너무 글을 잘 쓰셔서 저도 제 경험을 나누면 좋겠다 해서 적게 되네요.

전 그분과 같은 직종에 종사했었던 52세 여자입니다. 같은 세대라고 생각해요. (제 경우엔 규모가 있는 병원에 근무했었어서 밤에 콜을 받고 나가야 하기도 했고 거의 대부분의 날을 주말 관계없이 출근은 했었어야 했어요. )

저는 형제 중에 이혼을 험하게 하는 과정을 보고(그 당시는 이혼이 흔하지 않았습니다) 20대 중반에 독신주의로 결심을 하고 화려한 싱글을 보냈습니다. 원없이 눈치보지 않고 공부도 했고 어느정도 사회적 지위도 얻었으며 바빠서 여행을 자주 다니지는 못했으나 일년에 한번 두번은 해외 학회도 참석하고 했죠. 직장 이외에도 학회 모임이다 회식이다 빡빡한 라이프스타일이었습니다.

33세의 어느 날, 힘든 하루를 보내고 혼자 사는, 직장 근처의 숙소에 돌아와 텅빈 깜깜한 방에 불을 키면서, 같이 일하는 동료들의 이야기가 생각나더군요. 퇴근후 가족과 함께하는 일상들. 그들은 자랑하려고 하는 이야기가 아니었는데 갑자기 너무 부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나는 내 일 중심의 생활로 세상이 돌아가는데 그들은 2 라운드의 다른 세상을 하나 더 가지고 있구나 하는...

그때부터 진지하게 생각하고 사람을 만나기 시작했고 좋은 사람을 만나 36세에 결혼을 하였습니다. 당시는 정말 늦은 나이어서 제 친구나 남편 친구들 중에 그때까지 결혼하지 않았던 분들은 아직까지 모두 싱글일 정도로 늦게 하였지요.

그후 맞벌이를 하며 열심히 살다가 한국나이 딱 40세에 은퇴를 하고 외국으로 이민을 오게 되었습니다. 다들 미쳤다고 했지만(공부한 것도 아깝고 직장도 그만두기 아깝다고) 언어가 익숙하지 않은 새로운 나라에 정착하게 되면서 언어 발달이 늦었던 3세 아들을 제 공부를 위해 아침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day care center에 넣을 수가 없었습니다. 제 공부를 하고 경력을 쌓으려면 남편이 공부하던 곳에서 비행기로 3시간이상 떨어진 곳에서 적어도 1년은 살아야 했거든요. 아들을 한국 친정에 두고 가는 것도 하고 싶지 않았구요.

결국은 제 경력을 모두 내려놓고 전업 주부로 극단적인 삶의 변화를 하게 되었습니다. (남편은 항상 미안해 하기도 하고 고마워합니다) 처음 일년은 몸살을 앓기도 하고, 우울하기도 하고 힘들었습니다. 나 중심의 생활에서 정말 나를 내려놓고 가족을 support하는 입장이 된 것이니까요.

이민 12년차인 지금, 이제는 이 나라에 어느 정도 적응하고 잘 살고 있습니다. 지금의 제 생활 패턴은 70-80년대 어머니들 같네요. 전업 주부로 살면서 도우미 없이 살림을 하고, 아침- 저녁 한식으로 차리고 (화려하지는 않지만 밥 국 반찬으로) 도시락도 싸고. 아들 ride하고(스쿨버스를 안타요) 나름 바쁩니다. 싱글일 때와는 다른 식으로요.

55세 비혼 분의 글 베플이 사람들은 자신이 가져보지 못한 것을 동경한다고 하였지요. 어찌보면 저는 두가지 입장을 모두 경험해 본 사람입니다. 나이에 따른 외로움에 차이는 있겠지만, 결혼을 하고 자식이 있어도 외로운 순간들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결혼 생활을 하다가 속상한 일이 있으면, 다음 생에 태어나면 결혼을 할거냐 아니면 독신으로 살거냐 또는 다시 지금의 남편과 결혼을 할거냐 아니냐로 보통 되묻기를 하고는 하죠. 저의 경우는 그 질문을 이렇게 하고는 합니다. 다음 생에 다시 태어나게 된다면 지금의 내 남편과 결혼을 할거냐, 아니면 독신으로 살거냐 입니다. (저는 제 남편과 아니면 결혼을 안했을 것 같습니다)

제 경험으로는 두 생활 모두 장단점이 있지요. 결혼의 장점은 좋은 배우자를 만났다는 전제하에 나이를 같이 먹으면서 좋을 때나 힘들때나 항상 같이 있고 서로 의지와 힘이 되어주는 동반자를 얻는 것이지요. 싱글의 장점은 건강과 재력이 뒷받침 된다는 전제하에 매사 행동과 의사 결정에 더 자유로울 수 있고 나만 잘하면 되니 다른 이와 보조를 맞추거나 기다릴 필요가 없습니다. (자식 기르다 보면 속 터질 일이 많지요)

결혼 생활에서도 나이가 들어 자녀가 독립하게 되면 싱글과 마찬가지로 외로움을 느끼게 되겠지요. 배우자와 관계가 좋지 않으면 말할 것도 없구요. 그리고 가족을 support 하는 입장이면 나 자신은 뒷전이 되게 됩니다.

싱글도 아무리 돈이 많고 바빠도 혼자있는 시간은 아무래도 더 외로움을 느낄수 밖에 없고 몸이라도 아프게 되면 돈도 어느 정도만 있으면 되지 사람이 더 그립게 되지요. 돈도 건강도 제대로 없으면 역시 말할 것도 없구요.

정답은 없는 것 같습니다. 각자의 위치에서 감사하며 열심히 사는 수 밖에요. 바라건대 저 보다 젊은 세대에서는 비혼주의자들이 더 살기 편한 사회가 되길 바라고 (저 때는 싱글이라는 이유로 더 입에 자주 오르내렸었어요. 일 때문에 어울려도 사귀냐. 정당하게 화를 내도 노처녀 히스테리다. 못 먹는 감 찔러나 보자 심보들이었는지... ) 또한 결혼한 이들도 자녀들을 더 키우기가 좋고 맞벌이 하기도 좋은 사회가 되었음 하네요. (요즘 판 보면 결혼하기 무서워요)

마지막으로 주변 분들이 저에게 많이 물어보시는 질문은 어느 것이 더 힘드냐 입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전업 가정 주부가 싱글 직장인, 맞벌이 주부보다 더 힘듭니다. 24시간 일이 마무리되지 않고(끝없는 반복) 일한 만큼 성과가 생산적으로 나오지 않으며(보이지 않고) 제가 주방 가사일을 잘 하는 스타일이 아니라서요. 밖에서 하는 일이 더 적성에 맞거든요.

그럼 다들 행복하시고 건강하시며 하는 일마다 다 잘 되시길 기원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수32
반대수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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