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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그녀가 그립고 보고 싶습니다.

우gi |2020.02.05 10:23
조회 2,497 |추천 3
어느 시골 우체국 앞에서 그녀를 처음 만났어요.
그녀는 차가워 보이는 표정, 자그마한 몸집과 다르게 아주 당차 보였어요.
하지만 사실 그녀는 취업에 대한 스트레스, 타지에 혼자라는 두려움에 숨죽여 우는 여느 평범한 20대와 다르지 않았어요.
그런 그녀 곁에서 위로와 힘이 되어 주고 싶었고 저는 수줍게 그녀에게 연락처를 물어봤고 그렇게 우리는 연인이 되었어요.

그녀는 아주 즉흥적인 사람이었어요.
출근 대신 영화를 보러 갔고 해외여행을 가기 위해 회사를 그만두었죠.
우리의 20대는 거침이 없었고 가장 아름답게 빛나던 20대를 우리는 함께 했어요.

제가 가장 가난하고 가장 초라할 때, 옆에는 항상 그녀가 있었어요.
항상 위로가 되어주고 항상 힘이 되어주는 그녀가 점점 더 좋아졌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에게 자연스레 스며들었고 그녀가 저에게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했어요.
그때마다 저는 얼버무리며 대답을 피했죠.
하지만 그녀는 화를 내거나 재촉하지 않았고, 오히려 저를 기다려주었어요.

사실 그녀와 결혼을 하고 싶지 않아 대답을 피했던 건 아니었어요.
솔직히 조금 더 놀고 싶은 마음이 더 컸기 때문에 그랬던 거 같아요.
정말 철이 없었죠.

그렇게 수년이라는 시간이 지났고 저는 그토록 바라던 회사에 취직을 하게 되었어요.
그녀는 마치 자기 일처럼 행복해하며 축하해주었죠.

모든 것이 완벽했어요.
가장 아름답게 빛나고 있음을 그때는 알지 못했어요.

지금의 그녀가 말합니다.
현재의 저보다, 가난했지만 서로에게 애틋하고 뜨겁게 사랑했던 예전에 제가 그립다고..
눈물이 날 거 같았지만 울지 않았어요.
그녀와 결혼할 거고 결혼하기 전 겪는 과정 중 하나라 생각했기 때문에 울지 않았어요.
하지만 이것이 우리의 마지막이었어요.

누군가 그러더라구요.
시간이 약이라고, 저도 그런 줄 알았어요.
하지만 저는 여전히 그녀가 너무 그립고 너무 보고 싶어요.
지금이라도 그녀가 제 앞에 나타난다면 저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엉엉 울 것만 같아요.

너무 바보 같지만 제 휴대폰 사진첩 속에는 여전히 그녀의 사진으로 가득합니다.
이 사진마저 지워버리면 정말 모든 게 끝날 거 같은 기분이 들어 지우지 않았어요.
굳이 잊으려 하지 않을 거예요.
자연스레 스며들었듯이 자연스레 잊힐 거라 믿어요.

저도 행복한 날이 오겠죠?

끝까지 저의 긴 이야기를 읽어주셔서 너무 고맙습니다.
추천수3
반대수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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