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공연 덕후입니다. 중학생때부터 뮤지컬과 연극 등을 보러다녔고 많을땐 일주일에 4~5번 정도 공연장을 찾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30대 중반의 성인이 된 지금까지를 생각하면정말 많은 공연과 배우들을 만나기도 했지만, 동시에 셀 수도 없는 관객을 마주하기도 했죠.
사실 우리나라에 이제 막 뮤지컬의 붐이 일어나던 시기부터 공연을 봐왔기 때문에 요즘 관객들이 극을 관람하는 태도를 보면 너무나 달라지고 성숙한 모습에 감사하게 될 때가 많습니다.또한 외국의 경우와 비교한다면, 우리나라는 조금은 과하다 싶을 정도의 정숙이 요구되기도 합니다. 과장하자면 침 삼키는 소리조차도 조심스러울 정도로 말이죠.그렇기에 서로가 조금씩 배려하고 이해해주는 부분도 필요하다고 생각을 합니다.
미리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제가 상대적으로 민감한 소비계층임에는 분명합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관크에 대하는 자세는 유연하다는 점을 알리고 싶어서입니다.
하지만, 제가 어제 마주한 관객은 이러한 허용범위를 훨씬 뛰어넘는... 지금까지 만난 관객중 가장 최악이라고 단언할 수 있을만한 매너를 보여줬습니다.
제 바로 앞열이었던 그 사람이 공연시작 직전에 겨우 들어와 착석하며 함께온 친구에게 "자리 진짜 좋다 와 와 와와 진짜 진짜 좋다 고마워 이야아아아 와~" 라고 유난스럽게 등장하는 모습을 보고,범상치 않은 기운을 느낄 수 있었죠. 허리를 폈다가 몸을 숙였다가를 반복하며 여기저기를 둘러보는 그에게 그분과 같이 온 친구분은 "그렇게 몸을 숙이고 움직이면 다른 사람의 시야에 방해돼" 라고 친절하게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만,"아 내가 좀 자세히 보느라고 ㅎㅎ" 라는 답변을 하더군요.
글쎄요... 이게 정상적인 반응이라고들 생각하시나요? 다른 사람에게 방해가 될 수 있으니 주의하라는 충고에 철저하게 본인 중심의 대답을 할 수 있다니... 저도 모르게 실소가 터져나왔습니다.
1막이 진행되는 와중에 그의 현란한 허리놀림은 도무지 멈출 줄을 몰랐고, 고개는 여기저기 좌우로 까딱까딱거리며 목이 아픈지 뒷 열을 바라볼 정도로 고개를 제끼는 것은 보너스. 거기에 흘러나오는 음악에 몸과 고개를 흔드는 모습은 공연 관람전에 음주를 하고왔나 의심스러울 정도였습니다.
인터미션 시간... 저는 저와 함께 공연을 보러온 어머니와 동생에게 미안할 정도였고, 다들 기분을 조금이라고 풀기 위해 잠시 바람을 쐬고 왔죠. 그런데 이사람... 다른 뮤지컬의 넘버들을 부르더라구요? 목청껏은 아니지만 충분히 여기저기 들릴만한 소리로.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 나오는 [발길을 뗄 수 없으면] 이나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의 [겟세마네] 등.. 저는 도대체 이사람이 이런식으로 행동하는 이유를 이해를 한다거나 짐작조차하지 못했는데, 그 이유는 1막과 같이 고통스러운 2막이 다 끝나고 난 후에야 알게 됩니다.
형언할 수 없을만큼 최악의 관객태도를 보여준 그는 커튼콜에서까지 장난스럽게 박수를 치고 환호하고 깔깔거렸고.. 막은 내립니다. 그렇게 허무하게 앉아있는 제 눈에 들어온건, 그가 입고온 패딩.선명하게 새겨진, 중앙대학교 연극학과에 19란 숫자... 도저히 믿기지가 않았습니다.그는 나가며 친구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나도 졸업하고 나서 예술의 전당 무대에 서야지!!!"
그 사람이 남기고 간 저 마지막 말에 대해서 현실감각이 전혀 없는 철 없는 대학생의 이야기라고까지 폄하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어마어마한 경쟁이 도사리는 그 곳에는 반드시 자신감이 필요하죠.
하지만, 공연장에서 스스로에게 심취해 남들에게 다 들리게 노래를 부르는 것은 자신감을 넘어서 자의식 과잉으로 비춰질 수도 있겠지요??
진정으로 멋진 무대에 서는게 당신의 목표라면 이런 이야기를 꼭 해주고 싶습니다. 당신은 그 누구보다도 무대와 객석에 예의를 갖춰야합니다. 시간예술은 배우와 관객이 만나는 그 순간에 비로소 완벽해지고 가치를 지니게 되니까요. 그 소중한 접점이며 누군가에게는 다시 돌아오기 어려운 시간일지도 모릅니다. 그 순간을 배우로서든 관객으로서든 망치지 마시길 바랍니다.
언젠가 당신이 무대에 서서 연기를 하고 노래를 할 때, 어제의 당신과 똑같은 모습을 지닌 누군가가, 당신의 공연을 보러온 다른 관객들의 시간을 망치고 있다면, 당신 역시 그 사람에 대해서 분노할 수밖에 없을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