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2월 22일 날씨 맑음

일기맨 |2020.02.23 00:17
조회 87 |추천 0


오늘만 벌써 확진자가 400명을 넘겼다.
하룻밤 새 200명이나 늘어난 것이다.

이 속도면 한달후엔 지금의 중국처럼 어마어마하게 불어날지도모른다.
현재 네이버 뉴스창 댓글란을 보면 온통 문재인과
신천지를 욕하는 댓글뿐이다.
욕먹어 마땅하다...골든타임을 제대로 지키기만 했어도 이 사단이 났을까?
게다가 아직까지도 중국인 입국금지를 하지않고
오히려 중국인이 대구를 피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와버렸다.

그러나 이럴때일수록 누구를 원망하고 탓하기보단
내가 지금 할수있는 최선의 선택을 하는게 옳다고 판단한 나는, 오늘 오후에 약국과 마트에 들르기로 했다.


일주일만의 외출이다.

F-94마스크를 쓰고 안구에 느껴지는 날숨과함께
처음으로 도착한곳은 집근처 은행옆에 있는 약국이었다.

그러나 내 기대와는 다르게 문은 굳게 잠겨있었고,

곧바로 머릿속에 생각나는 다른 약국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천 약국'.

3,4평정도 되보이는 자그마한 약국이다.
옆에는 버스정류장과 함께 B초등학교가 있는데, 내가 A초등학교를 다닐 시절에 자주 놀러다녔었다. 운동장이 매우 컸기때문에.

이곳의 약사아주머니는 장사수완이 좋았다.
어릴적부터 감기약이나 텐텐,레모나등을 먹고싶어 엄마에게 조를때면,
이번만 깎아준다거나 서비스로
다른 비타민사탕을 준다거나 하는 '딜'을 엄마에게 내걸었고, 그런 아주머니에게 항상 패배하는건 엄마였다.
물론 제일 승리자는 나였지만 말이다.

약국문을 팔꿈치로 밀어서 열고 들어간 나는,
곧바로 마스크 재고가 있는가부터 물어보았다.
그러나 KF-80은 다 떨어졌고, KF-94의 가격은 하나에 3500원. 현재 100장정도 있다고 했다.

여기서 아주머니는 이번에도 역시'딜'을 내걸었고,
3장에 만원이라는 소리에 일단 3장을 구매했다.

그다음으로 찾은 물품은 에탄올과정제수였다.
소독제를 만들기 위함이다.
만드는법은 인터넷에서 알아왔지만, 아주머니께서 비율을 상세히 가르쳐주셨다.
에탄올8:정제수2.

인터넷으로만 접하던 가짜인지 진짜인지 모를 정보들보다, '전문가'가 알려주는 제조법이 더 신뢰가 가는것은 어쩔수없는 사실이다.

그리고 간편한 소독을 위한 알콜스왑도 200매정도 구매했다.
이를테면, 문손잡이나, 스마트폰, 밖을 갔다온 후 소독약과 함께 쓰기위해서다.

마지막으로 조금이나마 예방하기위한 비타민D와
혹시모를 상황에 대비할 비상약을 끝으로 의약품 구매를 끝냈다.
비타민D가 현재 코로나예방에 좋다는 정보가퍼져,
가격이 올라가는중이다.물론 코로나19에 감염되서 들어가는 치료비와 그 피해보다야 적겠지만.

구매한것들을 봉지에 다 담아갈때 즈음, 아주머니가 서비스라며 내게 3천원짜리 마스크를 하나 건네주었다.
눈으로 보기엔 바이러스방어엔 별 도움이 안되보이는 그냥 일반 면마스크지만, 일단 받아두었다.
마지막까지 율무차나 커피라도 한잔 마시고가라는 아주머니를 뒤로한 채, 나는 다음에 이 약국을 들릴때도 마스크재고가 남아있기를 빌며 발걸음을 뗐다.
물론 약사 아주머니의 무사함도 빌면서 말이다.



의약품을 가방에 담고 약국 다음으로 향한곳은,
어릴때부터 이용해온 매우 익숙한 동네마트였다.
지금은 주인이 3번이나 바뀌었지만.

이 시점에서 홈플러스나 이마트같은 대형 마트를 간다는건, 그냥 미친짓이나 다름 없다.
조금 물건을 비싸게 주고 사더라도, 이게 낫다는 판단에서 내린 결론이었다.

내가 마트 문을 열고 KF-94마스크를쓴 주인에게 가장먼저 건넨 말은 "마스크 있나요?" 였다.

물론 대답은 "다 떨어졌어요."

곧바로 나는 '비상식량' 하면 떠오르는 1순위인
라면을 골랐다. 동네 마트라 그런지 역시 재고는 충분했다.
참고로 고른 라면들은 '진라면 매운맛'
'사리곰탕' '너구리' '참깨라면' 같은 훌륭한 라면들만 골랐다. 재고가 충분했기에.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진라면 순한맛' '신라면' '틈새라면' 이런것만 남은 대구 마트의 라면코너의 짤이 생각이 났다...
그정돈 아니라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다음으로 고른것은 통조림,햄,냉동만두같은
오래보관가능하고 영양도 있는식품이었다.

또 미숫가루에 설탕을 넣으면 평상시에도 훌륭한 칼로리보충과 함께 맛도 좋은 간식이 될것같았기에, 일단 장바구니에 넣었다.

다른 몇가지 식품들도 고르고나니, 양손이 부들거릴정도로 무거워졌다.
일단은 이정도만 구매하기로 하고
집으로 돌아가는중에ㅡ

문득 의문이 들었다.
이게 진짜 내가 살던동네인가?
2020년의 21세기를 살아가고있는 현대인들의 삶인가?
지금 이게 시작일뿐이라는 사실이, 더욱 더 날 무섭게 만들었다....
일주일 뒤나 한달뒤...두달뒤엔 얼마나 심각해져있을까.
지금의 우한이 미래의 한국이 되는건 아닐까.
나는 양손을 부들거리며 집으로 돌아왔다.





소독약은 다 쓴 샴푸통을 물로 헹구고, 거기에 에탄올과 정제수를 섞어 만들었다.
쿠팡으로 시킨 물건들이 오면 이걸로 소독을 할 예정이다.

지금 제일 1순위로 해야 할 일은,
누구를 원망하고 욕 할게 아니라
지금 현재 주어진 상황에 최선의 선택을 하는것이다.

이 사태가 끝나고나서 책임을 물어도 늦지 않다.
이미 늦은건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저의 상태는 현재-괜찮습니다.
추천수0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연예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