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드라마 주인공 중 태반이 가수인 시대, 한국 드라마 전문가들은 어떤 평가를 내리고 있을까? 유명 드라마 작가, pd 15명을 상대로 “누가 최고의 가수 출신 연기자인가?”를 묻는 설문조사를 벌였다. 문항별로 1~3위를 적어달라고 했고, 합산은 1, 2, 3위에게 각 3, 2, 1점을 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먼저 남자 부문. ‘상두야 학교 가자’, ‘풀 하우스’, ‘이 죽일 놈의 사랑’에 출연한 정지훈(비)이 압도적 성적으로 1위에 올랐다. 29점. “흡인력 있는 내면 연기와 자연스러운 변신으로 대중적 호감을 얻었다”, “이런 친구가 가수로만 활동했다면 큰일 날 뻔했다. 보석”, “말이 필요 없다” 등 극찬이 쏟아졌다. 하지만 “‘풀 하우스’에서는 좋았지만 ‘이 죽일 놈의 사랑’에서는 보기 버거웠다”, “스타성이 자신을 가둘 수 있는 틀이 될 수 있다”는 고언도 따랐다.
2위는 김창완(13점). “물 같은 연기자로 캐릭터에 몸을 잘 맞춘다”, “머리 좋고 심성이 맑으며, 강렬한 카리스마는 없지만 이만한 배우를 찾기란 쉽지 않다”는 평가. 3위는 김동완(10점), 4위는 임창정(9점)이었다. 8점을 얻은 5위 문정혁(에릭)은 “본인이 가진 외모와 끼를 최대한 발휘하는 연기자”로 통했지만, 부정적 평가를 내리는 응답자도 있었다.
여자 부문. ‘내 이름은 김삼순’, ‘넌 어느 별에서 왔니’로 스타성과 연기력을 인정받은 정려원이 선두(26점)다. “꾸밈 없는 자신의 모습을 극중 인물에 투영한다”, “공부하는 배우. 화면을 유심히 보면 눈동자 움직임, 템포, 호흡, 상대 배우에게 보내는 리액션 등에서 대본 연구를 많이 하고 있다는 게 확인된다”, “자연스러운 연기, 쿨한 캐릭터의 대명사” 등의 칭찬을 받았다. 2, 3위는 엄정화(17점)와 유진(12점). 엄정화는 “연기 변신이 자유롭고 캐릭터를 자신의 것으로 육화시키는 능력이 빼어나다”, “배우로서 눈이 살아있으며, ‘아내’(2003년) 이후 사실감 있는 연기를 펼치고 있다”는 평가. 유진은 올해 방송된 ‘진짜 진짜 좋아해’ 속 리얼한 사투리 연기로 ‘급호감’ 연기자로 떴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쉽지 않은 사투리 연기를 잘 소화해냈다”는 평가가 겹쳤다.
그렇다면 남·녀 구분 없이 최고의 가수 출신 연기자는 누구일까? 비가 1위(27점), 엄정화(14점)가 2위, 정려원(12점), 임창정(11점)이 3, 4위에 올랐다. 빛이 있으면 그늘도 있는 법. 전문가들이 꼽은 ‘아쉬움이 많이 남는 가수 출신 연기자’도 순위를 매겨봤다. 성유리(21점), 이효리(14점), 박정아(13점), 강타(8점), 에릭(5점) 등의 순. 성유리는 “몇 차례 경험이 있었으나 아직도 부자연스러운 연기”, “‘나는 남부여의 공주 부여주다’ 등 책 읽는 듯한 대사가 유행했을 정도로 어색한 연기로 주목 받은 배우, 연기 선생의 지도를 그대로 익혀 따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등의 평가를 받았다. ‘세 잎 클로버’ 한 편의 드라마에 출연했던 이효리에 대해서는 작품 선택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어졌다. “드라마의 완성도가 떨어졌고 공원(工員)으로서 이효리는 안 어울렸다. 워낙 그녀 이미지가 다이내믹하고 섹시한 쪽으로 굳어져 있는 탓”이라는 것. 박정아에게도 “캐릭터와 본인 이미지가 달랐다”는 조언이 주를 이뤘다. ■ 설문에 참여하신 분 구본근 sbs cp, 김사현 mbc 부장, 김은숙 작가, 김인영작가, 김정수 작가, 김종창 kbs pd(차장), 박정란 한국방송작가협회 이사장, 엄기백 kbs 수원센터 팀장, 운군일 sbs제작위원, 유정수 작가, 이경희 작가, 이희명 작가, 지영수pd, 최완규 작가, 표민수 pd (가나다 순) (최승현기자 [ vaidal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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