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작년 11월 막바지 쯤 가게에서 알바생으로 처음 만났고 아직도 첫 날 마칠 때 쯤 번호교환하면서 장난끼 가득한 표정으로 나의 폰에 112를 찍어주던 모습과 내가 테이블 치우고 있을 때 쪼르르 와 같이 치우면서 먼저 말 걸어주던 모습 회식 때 술 억지로 먹을 필요없다고 잔 만 치라는 너의 문자 이 모든게 아직까지 생생해
항상 생글생글 웃는 거는 자신 있는 나지만 처음엔 서툴렀던 탓인지 좋아한다는 감정이 어떤건지도 잘 몰랐어
왠지 내가 더 좋아하면 괜히 자존심 상하는 것 같고 그래서 티 내는 건 더욱 조심스러웠지
하루는 항상 먼저 옆에 와서 장난쳐주던 네가 없었던 날이 있었는데 그 때 허전함을 느끼고 내가 너를 진심으로 좋아하게 되었다는 것을 알게되었어
그 후에 가게에서 각자 자기가 좋아하는 노래 선곡해서 틀곤 했는데 내가 ‘넘어와’라는 노래 틀어줬을 때 흥얼거리면서 웃는 그 사람의 얼굴을 보며 나도 기분이 좋았단다
처음에는 내가 자존감이 낮았던 탓이라 날 왜 좋아할까라는 의문이 들었어 뭐든 열심히 하는 모습이 보기 좋아서라는 너의 말에 그 뒤로 더 열심히 살 수 있었던 것 같아 그런데 그런 너의 기대치가 너무 높은 것 같아 나를 부풀려서 말 했던 것도 없지 않아 있었어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 땐 내 자신을 너에게 끼워맞추려고 했던 것 같아 문자를 보낼 때도 한 마디 한 마디 마음에 와 닿았던 너의 문자를 보면서 내가 답장을 보낼때면 애 처럼 보이지 않을까 고민해서 보내던 게 떠올라
시간이 지나서 생각해보니 너는 내 자신을 포장하지 않아도 있는 그대로 나를 사랑해줄 수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어
그렇게 나는 이제 대학생이 되고 너는 재수를 결심했어 서로 만나면 얼굴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너무 좋은데 항상 그 날 집에 와서 자기 전에는 내가 너의 앞길을 방해하는 건 아닌가 미안한 감정이 앞섰어 그러고 한편으로는 연락을 자주 할 수 없는 상황을 알면서도 주변 친구들이 연애하는 걸 보면서 서운한 감정도 조금씩 쌓였던 것 같아
그 날 그랬지 나한테 힘든 연애 시키고 싶지 않다고 기다려달라는 소리는 더더욱 하기 싫다고 자기보다 좋은 남자는 많으니깐 그런 남자 만나서 행복한 연애 해 달라고
이 문자 받고 다음 날 얼마나 펑펑 운 지 몰라 나한테 잘해주지 못했던 사람인데도 앞으로도 잘해주지 못 할 사람인데도 붙잡고 싶었어
그래서 다시 붙잡고 헤어지고 붙잡고를 벌써 몇 번째 반복중이야 정확하게 말하면 제대로 사귄 것도 아니였지만 말이야
돌아보니 난 너를 못 잊었다기 보다는 그날의 기분과 분위기를 못 잊은 것 같아 처음으로 아무런 조건 없이 좋아했고 같은 공간에 둘만 있어도 행복했던 너여서 더욱 그런 것 같기도 해
솔직히 너의 마음이 어떤 지 잘 모르겠어 나만 이렇게 미련남아서 매달리는 건 아닌지 시간이 지나면 서서히 잊혀지고 해결될 거 라고 하는데 어차피 다시 만나지 못할바엔 되도록 이면 빨리 그랬으면 좋겠다
나에게 순수하게 좋아하고 사랑했던 첫사랑의 기억으로 남아줘서 고마워 인연이 된다면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겠지 1년 뒤 우리는 어떤 모습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