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제 고3되는 19살임. 반말 기분 나빠도 그냥 넘어가줘. 우선 나는 공부하는 거 안좋아함. 그냥 사는거에 별 생각 없는 사람임.나는 솔직히 드라마보면서 주인공들이 겪는 각종 어려움이나 그런 고통에 별로 불쌍하게 안보는 사람 중 하나임. 왜냐면 내 이야기만큼 소설같은 것도 없거든. 진짜 신데렐라 여주가 어렸을 때 일어나는 그런 클리셰를 현생으로 맛보고 있는 사람임.우리 엄마 아빠는 결혼식도 못올리고 혼인신고함. 혼전임신했거든. 그리고 나는 14개월만에 엄마한테 버림받다시피해서 친가로옴. 얼마 안돼서 엄마가 다시 나를 찾으러 왔다는데 내가 이웃집 할머니 등에 업혀서 떨어지지를 않더래. 그래서 그때부터 할머니랑 아빠랑 셋이서 살게 됨. 우리 아빠가 7남매라 친척이 엄청 많은데 다행히도 나는 어른들한테 꽤 사랑받고 자람. 일단 가족들끼리 사이가 엄청 좋은 것도 그렇고(가족들끼리 모임도 자주 갖고, 고모부들끼리도 친해서 어른들이 싸우는 걸 본적이 없음.) 어려서부터 어른들 말씀에 크게 반박하거나 반대의견을 가진적이 없거든. 암튼 나는 꽤 행복하게 자란다고 생각하고 있었음. 아빠가 날 엄청 사랑한다는 걸 어려서부터 깨닫고 있었거든. 할머니도 그렇고. 아빠가 자식이 나 하나밖에 없으니까 엄청 금이야 옥이야 키움. 물론 워낙 성격이 무뚝뚝하셔서 말로는 표현을 하진 않았지만 내가 해달라는 건 항상 틱틱대면서도 다 해주셨거든. 나도 아빠를 닮아서 그런지 사랑한다 고맙다 미안하다 뭐 이런 말하는 걸 잘 못하긴 했는데 그래도 나름 애교많은 딸이었음. 아빠가 출근하시거나 퇴근하시면 항상 꼭 안아드렸고, 아빠랑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어서도 손잡고 데이트다닐 정도로 아빠랑 사이좋은 딸이었거든. 친구들이 신기하다고 할 정도였어.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일 중 하나가 영화관가서 영화를 보는 건데 그게 아빠랑 한 달에 한 번씩 둘이 영화를 보러가고 외식도 하고 쇼핑도 했던 기억 때문이거든. 그렇다고 아빠랑 싸우지도 않고 아빠한테 혼나지도 않았던 건 아니야. 아빠가 거짓말하는 거랑 지는 걸 싫어하셨거든. 나 네 살때 꽃에 물주다가 화분을 깬적이 있거든? 근데 그때 안 깼다고 거짓말했다가 한시간을 거울보고 무릎꿇은 적이 있어서 아빠한테는 절대 거짓말 안함. 그리고 내가 항상 반에서 2등만 했거든. 근데 아빠가 맨날 1등하라고 잔소리 엄청함. 내가 우수상을 타오면 최우수상이 아니라고 잔소리하고, 최우수상을 타오면 대상을 타오라고 잔소리하고. 그래서 난 아빠가 날 별로 자랑스러워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어. 뭐 그래도 아빠가 날 사랑한다는 건 알고 있었지. 근데 내가 6학년 때 미술대회를 나갔단 말이야. 이상하게 그날따라 기분이 묘하고 이상한거야. 매일 가던 미술실도 낯설고, 평소에는 잘 챙기던 준비물도 두고오고. 여차저차해서 그림을 다 그리고 쌤을 기다리는데 이상하게 우리 담임쌤이 나만 따로 데려가더라. 한 장례식장이었어. 전날 저녁에 할머니가 아는 분이 돌아가셨대서 아빠가 여기 계신가 했는데 쌤이 갑자기 울먹이면서 그러시는거야. 아빠가 많이 다치셨대. 그것도 뺑소니로. 나 그때 이후로 뺑소니 뉴스 볼 때마다 울었잖아. 차도 무서워하고. 아무튼그때 머리를 세게 맞은 것 같은 거 있지. 아, 아빠 돌아가셨구나. 다쳤으면 병원으로 가지 장례식장으로 가진 않을테니까. 너무 놀라서 눈물도 안나왔어. 영안실 앞에 앉아서 가족들을 기다리는데 할머니를 보자마자 눈물이 터지는 거 있지? 그냥 할머니를 보니까 모든 감정이 쏟아졌나봐. 난 거기서 우리 아빠 여자친구분을 처음 만났어. 좋은 분이시더라. 장례치르는 내내 빈소를 떠나지 않으셨고, 계속 우시면서도 나를 달래주셨어. 근데 그 때 난 엄마한테 실망했어. 적어도 예의는 차릴 줄 알았는데 날 보러 왔을 때에도 하얀색 파인 반팔티에 짧은 반바지 입고 오더라. 아빠는 보지도 않고 갔는데 그때 나한테 뭐라고 했는지 알아? 이제 엄마랑 살래? 이거 였어. 아빠가 돌아가셨으니 양육권은 엄마가 갖겠다 이거지. 엄마랑 종종 만나던 사이였으니까 엄마를 가족이라고 생각하고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이라는 인식은 있었는데 그 말을 듣고 모든게 무너졌어. 난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엄마한테는 가지말아야지 다짐했고. 아빠 장례식을 치루면서 느낀 건데 우리아빠가 다른 건 몰라도 인복은 있대? 아빠 친구분들이 며칠을 울면서 곁을 지켜주셨거든. 그리고 거기서 알았어. 아빠가 내 자랑을 얼마나 많이 했고 날 얼마나 자랑스러워 하셨는지. 친구들과 만날 때마다 자랑했대. 우리 딸이 얼마나 똑똑한지 아냐고, 이번에 또 무슨 대회에서 상을 탔다고. 아빠가 진짜 너무 보고싶더라. 그리고 내가 아직 경제적으로 독립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 주변에서도 고아원이니 입양을 보내니 말이 좀 많았어. 근데 내가 앞에서 말했지. 우리 가족은 진짜 화목하고 사이가 좋다고. 고모들이랑 작은 아빠가 역할을 분할해서 나랑 할머니의 생계를 책임지기로 했어. 특히 아빠랑 가장 가까웠던 고모가 내 후견인을 맡아주시면서 양육권도 그 고모한테 넘어갔지. 여차저차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에 들어갔는데 중학교도 기숙사가 있는 학교로 갔어. 난 나름 적응도 열심히 하고, 가족들한테 폐를 끼치면 안되겠다는 생각에 공부도 열심히 했어. 솔직히 아빠가 안 돌아가셨다면 좀 더 어리광도 피우고 했겠지만 언제까지나 철없이 지낼수는 없겠다고 생각한거지. 중학교 때는 진짜 내가 다 잘하는 줄 알았어. 물론 그때도 성적때문에 많이 스트레스를 받긴 했지만, 반에서 항상 3등 안에는 들었고, 체육도 여자 중에 유일하게 올 A를 받았었고, 음악이나 미술도 아빠를 닮아서 인지 곧 잘 했거든. 그래서 중학교 때는 진짜 내가 뭐라도 될 줄 알았나봐. 고등학교에 갈 때에도 주변 학교에서 다 나를 데려가려고 했거든. 고모는 장학금을 가장 크게 불러준 학교로 날 보냈어. 나도 처음엔 괜찮다고 생각했고, 지금 그 학교에 다니는 중이기도 하고. 중학교 때는 큰 사건은 없었고, 있다고 하면 뭐 자살소동? 1학년 2학기 때 내가 반장을 했는데 남자애들이 맘에 안들었었나봐. 나는 나름 열심히 하려고 했고, 공약도 잘 지켰고, 우리가 여자가 더 많아서 상대적으로 남자애들이 약했는데 그때도 난 걔네 편 들어주고 중립 지키려고 노력했거든. 처음에는 여자애들이 나를 안좋게 봤는데 나중에는 다 그럴만 하다고 이해해주더라. 근데 남자애들이 진짜 못되게 구는거야. 일부러 내 어깨를 치고 간다던가, 내가 있는데 큰 소리로 나를 욕한다던가. 그때 자유학기제 때문에 시험을 따로 안봤는데 내가 거기에 또 스트레스를 받은 상태라 심리적으로 불안했는데 같은 반 친구들이 그러니까 더 힘들었던거야. 그래서 참다가 참다가 그냥 죽어버리고 싶다 생각해서 화장실에 들어가서 몰래 손목을 칼로 그은 적이 있었어. 내가 생각보다 겁이 많더라고. 깊게 넣치를 못했어. 그냥 피만 뚝뚝 떨어질 정도였거든. 울면서 손목을 긋다가 종 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대충 휴지로 두른 다음에 수업을 들었는데, 그때가 국어 시간 이었거든? 근데 쌤이 날 되게 예뻐했단 말이야. 내 얼굴을 보더니 무슨 일이 있냐고 물어봤는데 쌤이 내 교복에 묻은 피를 본거야. 학교가 난리가 났지. 학폭위가 열리네, 마네 막 그러고, 담임쌤은 나한테 미안하다고, 전에 네가 얘기하고 싶다고 할 때 바쁘다고 안들어주는 게 아니었는데 그러면서 막 사과하시고. 남자애들도 처음에는 쇼 아니냐고 막 그러고, 반성문도 대충쓰고 사과도 대충 했는데 나중에 따로 한 명씩 와서 사과하더라고. 진심으로 하는 것 같길래 그냥 용서해주고 친하게 지냈어. 뭐 지금도 가끔 연락하는 애들 있기도 하고. 그래도 중학교때 좋은 인연을 만나서 지금도 자주 연락하고 항상 무슨 일 있을 때마다 내 편들어주고, 날 위하는 친한 친구들도 만났어. 암튼 중학교때는 별 고민도 사건도 없었다고. 그리고 고등학교에 왔는데 우리 학교는 성적순으로 반을 나눠. 중학교 때 2등으로 졸업했던 나는 당연하게도 가장 높은 반으로 들어갔지. 근데 현타 오더라. 내가 위에서 언급했다시피 나는 내가 다 잘하는 줄 알았어. 공부도 중학교때처럼만 하면 반은 하겠지 했는데 아니더라. ㅎ 중학교때처럼 하면 ㅈ되는거야. 처음보는 점수에, 처음보는 등수. 스트레스 장난 아니더라. 그리고 나한테 가족들이 기대를 엄청 많이 한단 말이야. 우리 아빠가 장남이잖아. 근데 자녀가 나 하나야. 당연히 눈길이 쏠리는데 거기서 내가 공부까지 잘했으니 얼마나 기대치가 높았겠어. 1학년은 충격만 받은 채로 끝내고 2학년에 올라가면서 성적이 조금씩 올랐어. 정신 차린 거겠지 뭐. 근데 고등학교에 올라오니까 보이는게 있더라고. 우리집이 솔직히 경제적으로 진짜 안좋거든. 날 대표로 맡아주신 고모가 날 진짜 딸이라고 해주셨고, 고모부도 날 엄청 예뻐하셨거든? 그리고 그 집에 애가 3이 있는데, 다 나를 그냥 남매로 봐줬어. 고모부도 아빠 친구셨고, 아빠 돌아가시기 전부터 고모가 날 잘 챙겨주셔서 우린 그냥 남매처럼 지내왔거든. 근데 봐라? 애가 나까지 4명이면 돈이 얼마나 많이 들겠어? 물론 그 흔한 학원 하나 가본적 없지만 애키우는데 돈이 한 두푼 들겠냐고. 심지어 오빠는 이번에 대학을 갔는데 음악을 전공해. 음악학원다니느라 돈이 또 엄청 깨졌지. 물론 오빠가 좀 재능충에 실전파라 1지망 대학에 바로 붙어서 다행이긴 했지만. 그리고 동생들 중 한 명을 운동을 했었어. 지금은 그만 뒀지만. 운동할 때 돈이 얼마나 많이 들었겠어. 게다가 우리 아빠가 남긴 빚이 한 두푼이어야지. 게다가 엄마랑 같이 빌린 돈도 있었는데 그것때문에 고모가 법원도 몇 번 다녀오셨어. 다행히 승소하긴 했는데 엄마가 고모한테 변호사 선임한 돈 100만원 달라고 그랬다더라. 없던 정까지 떨어졌어. 암튼 우리가 빚도 많고, 돈 들어갈 데도 많다고 했잖아. 근데 고모도 돈에 하도 시달리니까 빚을 엄청 많이 져버린거야. 심지어는 다른 고모들한테도 200씩 600씩 빌렸다더라. 그래도 나한테는 절대 약한 모습 안보이려 노력하셨어. 물론 지금은 고모도 파산신청하고 내 후견인도 다른 고모로 이름 바꿨지만. 그래도 뭐 방학동안에 학원을 못 보내도 독서실은 보낸다고 한 2주간 고모네에서 지내면서 아파트 독서실 이용했거든. 근데 내가 개학도 연기된 마당에 왜 다시 집으로 돌아왔는지 알아? 할머니가 나한테 그러더라. 고모 이혼했다고. 빚때문에 고모부랑 이혼했는데 고모부가 날 보고싶어 하겠냐고. 너를 얼마나 미워하겠냐고. 근데 눈치없이 거기서 살거냐고. 그래서 짐싸서 다시 나왔지 뭐. 사실 집에서 공부하면 되지 않냐고 그러겠지만 우리 집이 공부할만한 환경이되지를 못하거든. 그리고 처음에 말했다시피 나 공부하는 거 안좋아해. 폐끼치기 싫어서 한거지. 공부라도 해야하니까. 내가 취업한다고 했어봐, 가족들 난리났을걸? 물론 집으로 와서 몸도 마음도 조금 편하기 했는데 문제는 할머니와의 관계였어. 할머니랑 엄청 사이 좋아. 근데 할머니가 몸이 많이 편찮으시단 말이야. 심장병도 있고, 면역력도 많이 약하셔서. 날 엄청 사랑하고 아끼는 건 알겠는데 나한테 하는 말이나 행동때문에 내가 좀 많이 힘들었어. 뭐만 하면 아빠 얘기를 꺼냈고, 항상 나를 불행한 애로 만들었거든. 아빠 얘기는 뭐 그럴만하다고 생각할수 있어. 할머니는 자식을 잃은 거잖아, 그것도 같이 살았고, 장남인데다가 아빠가 할머니한테 엄청 잘했거든. 동네에 유명한 효자였어, 우리 아빠가. 그래서 그런지 항상 반찬을 보면서도 니네 아빠가 이거 참 잘 먹었는데, 니네 아빠가 이런거 잘 사왔는데 이러면서 자꾸 분위기를 다운시키는거야. 그리고 나한테 자꾸 그리움을 강요해. 나라고 안 힘들겠어? 나도 아빠랑 친했고, 많이 사랑했고, 아빠는 나에게 기둥이고 지붕이었는데. 나도 행복하게 살려고 노력하는데 자꾸 할머니가 나한테 너는 아빠 보고싶지 않냐고, 아빠 보러 가긴 하냐고 막 그러는거야. 그래 여기까진 이해해. 할머니가 나보다 더 힘들었던걸 아니까. 아빠 돌아가시고 쓰러질 정도로 힘들어하셨으니까. 근데 날 자꾸 불행한 애로 만들어.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지? 근데 내 말 들으면 이해될거야. 테레비에 보면 막 불쌍한 애들 많이 나오잖아. 불우이웃이니, 아프리카 난민이니 하면서. 근데 자꾸 나를 걔네랑 비교하면서 나를 불행하다고 말해. 그리고 자꾸 내 친구들이랑 나를 비교하고, 드라마 주인공이랑 나를 비교해. 나는 엄마도 없고, 아빠도 없으니까 더 잘해야한다고. 나는 불쌍한 애라고. 안 좋은 소리 듣지 않으려면 잘 해야한다고. 근데 또 맨날 하는 말이 있어. 나한테 공부하란 소리 안한다고. 아니야. 나 볼때마다 그 소리해. 공부하라고. 대학가야지, 정신차려서 공부하라고. 나한테 공부밖에 길이 없다고. 너 중학교때까지만 해도 공부 잘했는데 왜 지금은 공부를 못하냐, 너 그래서 대학갈 수나 있겠냐. 뭐 등등. 사실 내가 사대를 가려고 하거든. 이것도 내가 정한 거 아니야. 어른들이 공무원하라고 그 중에서도 교사하라고그래서 생기부에 그렇게 채워넣다보니까 이렇게 된거라고. 그냥 쉽게 말하면 부모님의 욕심채우기인거지. 그거 알아? 가족들은 나한테 뭐하고 싶냐고 물어보고 항상 다른 길을 알려주는거. 내가 전에 배우를 하고 싶다고 한 적이 있었어. 할머니가 드라마를 많이 보니까 나중에 커서 일을 하더라도 할머니 눈에 자주 보이고 싶어서. 드라마에 나오면 할머니가 날 항상 볼 수 있잖아. 그래서 배우가 하고 싶었는데 바로 기각당했지 뭐. 돈이 한 두푼 드는 게 아니잖아. 그래서 접었어. 그리고 그 후로 절대 내가 하고 싶은거 말 안해. 그냥 어른들이 원하는 거 말하지. 내가 뭘하고 싶은지 우리 오빠만 알아. 응 맞아. 그 고모 아들. 오빠가 음악한다고 했잖아. 근데 내가 노래하는 거 좋아하거든. 노래할 땐 내가 현실에서 갖고 있는 고통이 사라지는 것 같아서 좋아. 주변에서도 내가 노래할때 행복해보인대. 사실 행복해. 노래하는 것도 좋아하고 듣는 것도 좋아하거든. 노래방가면 나한테만 노래시키는 친구도 있어. 나보고 가수하면 꼭 자기를 1호팬으로 해달라고 하더라. 고마운 친구지 뭐. 물론 걔한테도 노래하고 싶다고 말 못했어. 어차피 말도 안되는 꿈인 거 나도 알거든. 그래서 그냥 현실에 수긍하고 평범하게 살고 싶었는데 코로나때문에 계속 개학이 연기되잖아. 그러니까 이제 나도 스트레스가 쌓일대로 쌓인거야. 공부는 해야겠는데 집에서는 공부를 못하겠어. 그래서 독서실을 가고싶은데 할머니가 못가게하잖아. 그리고 얼마 전에 문자왔어. 당분간 폐관한다고. 그래서 맘 잡고 집에서라도 공부하려는데 그거 알지? 주변에서 공부하라고 하면 하던 것도 하기 싫어지는거. 낮이고 밤이고 위층에서 나는 층간소음에 집중못하지, 할머니 드라마 소리에 집중 못하지, 고양이 우는 소리에 집중 못하지. 나도 간신히 맘 잡고 공부하려고 하면 자꾸 공부해라, 정신차려라 이 소리가 들리니까 공부하기 더 싫어지는거야. 그래서 그냥 나도 포기한척 했어. 그러면 아무 소리 안 할 것 같아서. 근데 나 오늘도 할머니랑 싸운 거 있지. 일방적으로 할머니가 나한테 짜증낸 거긴 하지만. 오늘 농협이랑 우체국에서 마스크 판다고 할머니가 아침부터 나갔는데 결국 못 샀단 말이야. 근데 밖에 오래있어서 그런지 몸살기운이 좀 있으셨어. 근데 나는 그냥 방에만 있었단 말이야. 할머니 주무시길래. 그리고 저녁을 차리는데 할머니가 저녁 안먹냐고, 밥 안차리냐고 막 그러시는거야. 뭐 평소에는 할머니가 했으니까 내가 할 수도 있지 하고 나가서 밥을 하려는데 할머니가 죽을 끓이래. 근데 난 죽 별로 안좋아하거든. 그래서 그냥 다른 거 먹어야지 하고 할머니 것만 하는데 자꾸 나한테 신경질을 내시는거야. 죽 끓이는데 왜 밥 볶는 소리가 나냐, 왜 죽을 젓고 있냐, 물을 더 넣어라, 불을 키워라, 줄여라.. 내가 짜증이 안나겠냐고. 그래서 알겠다고 그만 하라고 했다? 그리고 냄비받침을 찾는데 아무리 찾아도 안보이는거야. 그리고 내가 시력이 별로 안좋아서 안경을 쓰는데 집에서는 안경 잘 안쓰거든. 그래서 나름 열심히 찾아도 없길래 할머니한테 냄비받침이 안보인다고 그랬는데 잘 찾아보라고. 니가 또 게갈 안나서 못 찾는 거 아니냐고 또 화를 내시는거야. 근데 내가 찾고 있는 쪽 다른 쪽에 냄비받침이 걸려있었거든? 근데 내가 그걸 못찾다가 할머니가 저 쪽에 있지 않냐고 막 그래서 아 그렇네. 하고 그거 꺼내는 데 또 뒤에서 그러는거야. 너는 곧 있으면 성인인 애가 왜 집안일 하나 제대로 못하냐고. 주방일에 얼마나 관심이 없으면 그게 어딨는지도 모르냐고. 하루종일 나한테 신경질내는 소리만 들으니까 나도 짜증나잖아. 그래서 그냥 밥 안먹고 방으로 들어왔는데 너무 속상하고 서운하고 서러운거야. 아니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 나한테 그러나 싶고, 이럴거면 나를 왜 데려왔나 싶고, 내가 하고 싶은게 뭔지,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 관심은 하나도 없으면서 나한테 바라는 것만 나열하는 것도 서럽고, 아빠도 보고싶고 막 그래서 방에서 혼자 숨죽여서 울었단 말이야. 근데 그런 생각이 드는거야. 난 진짜 행복하게 살려고 했고, 나름 행복하다고 생각하려고 했는데 왜 자꾸 나를 불쌍한 애를 만들고 불행한 애로 만들지? 왜 나를 책임지려는 사람들한테는 안 좋은 일만 생기지? 나 혹시 저주 받은 거 아닐까? 신한테 제대로 미운털 박혀서 행복하지 말라고 일부러 나한테 그러는 거 아닐까 싶은거 있지. 그리고 나 그렇게 공부 못하지 않아. 우리 반에서 중간밖에 못하는거란 말이야. 못해도 2,3등급은 나와, 나도. 모의고사는 더 잘나오는 편이고. 근데 맨날 니가 그러니까 꼴찌하는거 아니냐고, 니가 그러니까 맨날 빵점만 받는 거 아니냐고 막 그러고. 애가 왜 그러냐고, 왜 그렇게 덜떨어졌냐고 막 그런 소리만 듣고 하니까 진짜 너무 속상한거야. 나도 밖에서는 인정받는데, 학교에서는 선생님한테 예쁨받는 학생이고, 친구들한테도 인정받는데 집에서만 인정을 못받는게 너무 서운하고 서러운거 있지. 자주는 아니지만 종종 드는 생각 중에 아, 그냥 차라리 그때 죽었어야 하는데. 이거야. 중1때 손목 제대로 그을걸. 차라리 아빠 돌아가셨을때 나도 따라갈걸. 집에는 내 편이 하나도 없는 것 같은거 있지. 내가 이런 소리만 한다고 할머니가 나를 미워한다거나, 나한테 막 못할 소리를 하시는 분이라고 오해하면 안돼. 그래도 나 하나만 보고 살아오신 분이거든. 내가 진짜 죽고싶단 생각이 들어도 할머니가 슬퍼할 거 생각하면 아무런 계획도 못세우거든. 내가 남한테 눈치보이는 거 싫어서 화 내고, 내가 남한테 안좋은 소리 들을까 전전긍긍하시는걸 내가 누구보다 잘 알아서 나도 진짜 잘해야겠다 생각 들거든? 근데 진짜 요즘 왜 이렇게 힘든지 모르겠다. 고3이라 그런가. 감수성도 풍부해지고 스트레스도 엄청 쌓이는 거 있지. 그래서 그러나봐. 그리고 내가 면역력이 좀 약하기도 하고 비염에, 기관지도 안좋아서 감기에 엄청 잘걸리고, 편도염에 진짜 잔병치레가 엄청 잦은 편인데 고모네에서 지내다가 감기에 엄청 심하게 걸려서 목소리도 안 나온 적 있었거든. 근데 그때도 잔소리들으니까 진짜 너무 서러운 거 있지? 아직 아픈데 공부하러 안가니? 이 소리 듣고, 약도 잘 챙겨먹었는데 자꾸 안나으니까 나도 스트레스 받잖아. 게다가 아프면 눈물 더 많아지는 거 알지? 진짜 그때 얼마나 힘들었다고. 고모도 힘든 거 아니까 티도 못내겠고, 할머니한테 티내면 당장 집에 들어오라고 할 것 같고. 공부는 해야하는데 독서실에서 기침소리도 못내고. 독서실에서 기침참는게 제일 힘들었어. 나도 공부하고 싶은데, 못하겠는 걸 어떡해. 근데 자꾸 그런 소리 들으니까 공부랑 진짜 담 쌓고 싶더라. 처음부터 공부 하지 말걸. 애초에 공부 잘하는 거 보이지 말걸 싶기도 하고 차라리 대학이고 뭐고 다 때려치고 취업이나 할까 싶기도 하고. 근데 그거 알아? 나 저번에 대학 안가고 싶다고 했다가 집 쫓겨날 뻔 한거? 학원 하나 못 보낸 것도 속상한데 대학까지 안간다고 하면 어떡하냐고. 솔직히 말하면 등록금이 가장 큰 이유이긴 해. 장학금 받을 자신 없거든. 물론 내가 기초생활수급자라 받을 기회가 있긴 한데 장학금 받아서 뭐하겠어. 그걸로 등록금이니, 기숙사비니 어떻게 감당해. 중학교때 비진학이랑 실업계를 고민하긴 했는데 주변에서 다 말리더라고. 너 공부한 거 안 아깝냐고. 그 성적으로 왜 좋은 학교 안가냐고. 실업계의 '실' 자 꺼냈다가 진짜 머리 밀릴 뻔했다, 나? 뭔가 좀 자꾸 옆으로 새는 것 같긴 한데 돈 없으면 행복할 수 없는 걸까? 전에 그런 말도 봤는데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없다면 돈이 모자란 건 아닌지봐라. 였나? 요새는 이 말이 그렇게 공감되더라. 나도 다른 친구들처럼 학원다니고 싶었는데, 남들처럼 여유롭게 살진 못해도 문제집 하나 살때에도 눈치보고 싶지 않았는데. 내가 행복을 바라면 이기적인 걸까? 나 진짜 나름 행복하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아닌 것 같아서 그래. 다 잘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남들은 쉽게 하는 걸 나는 왜 하나도 못할까. 예체능 올A받았는데 왜 너는 이런 것만 잘하냐는 소리 들어봤어? 다른 과목도 A는 많았는데 1등급이 아니었을 뿐이었단 말이야. 남들은 A 하나만 받아도 잘했다는 소리듣는다는데 나는 왜 잘해도 맨날 이런 소리만 들어야해? 내가 이상한거야? 아니면 나만 그런 건 아닌데 내가 과민 반응 하는건가?나는 착한게 좋다고 생각했는데 그래서 착하게 살아야한다고, 아빠처럼 살아야겠다고 생각했거든. 근데 고모가 그러더라고. 아니라고. 착하면 호구라고. 난 항상 괜찮다고, 아무렇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그것도 세뇌였나봐. 내가 조금 더 힘들면 되지, 내가 조금 피해보면 어때 라고 생각했는데 아니더라. 근데 이젠 모르겠어. 내가 진짜 괜찮은 건지 척하는 건지. 너무 오래돼서 까먹었거든.
긴 글 읽어준 사람 있을지 모르겠당 히히. 읽어줬다면 고마워. 사실 무슨 말이 듣고 싶어서 썼다기보다는 내 속 안에 있는 말을 하고 싶어서 쓴 거거든. 내가 이렇게 쓰는 게 좀 어색해서 무슨 말인가 싶었을 수도 있는데 그냥 힘들다는 말 하고 싶었던 거야. 그럼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