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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한 착한 딸 컴플렉스... 언제쯤 벗어날 수 있을까요

|2020.03.03 14:48
조회 10,951 |추천 45
안녕하세요. 졸업을 1년 앞둔 24살 대학생입니다.

카테고리 취지와 맞지 않는 내용일 수도 있지만... 옆집 사는 학생이라고 생각하시고 한 번만 읽어 주시면 정말 정말 감사할 것 같아요.

저는 엄마와 둘이 삽니다. 이렇게 되기까지 있었던 일을 설명하자면 너무 길어지고... 그저 남들 하나씩 가지고 있는 뻔한 집안 사정 때문이에요. 아빠는 사업하다 쫄딱 망하고 지금 제 나이에 시집 온 엄마는 그 빚 갚느라 어린 나이부터 식당에서 일하고 저와 제 동생은 할머니 손에서 큰 그런 뻔한 사정이요.

그때 아빠가 정신을 차리고 다른 일을 찾았으면 이렇게까지 되진 않았을 텐데 지금은 다른 일을 하지만 아빠는 비교적 최근까지도 마음을 못 잡았었어요. 생계 유지를 모조리 엄마 몫으로만 두고요. 전 돈 때문에 엄마가 우는 모습, 부모님이 싸우는 모습, 급식비 미납자로 매달 이름이 크게 불렸을 때의 제 어린 모습, 아빠의 텅 빈 지갑이랑 돈이 없어서 있었던 모든 일들이 아직도 너무 생생해요. 당시에 느꼈던 분노, 자격지심, 원망, 허탈함 등이 한데 모여서 아빠한테 크게 퍼부었는데 그 후로는 따로 살게 되었습니다. 이혼은 하지 않은 상태구요.

서론이 길었는데... 전 돈에 미친 사람 같아요. 뭘 해도 돈 돈 돈. 엄마랑 마트를 가도 엄마가 카트 안에 담는 걸 하나하나 다 계산하고 있어요. 엄마가 이거 먹을래? 하고 물어보면 그거 안 좋아한다고, 먹기 싫다고 빼라고 하는 게 일상이고 가끔은 집으로 날아온 엄마 카드 통지서 같은 거 열어 보면서 많이 나왔으면 내가 가진 돈이 얼마더라 얼마를 엄마한테 보태 줄 수 있지 종일 이런 생각만 하구요. 그냥 항상 집안을 일으켜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려요. 나는 큰 딸이니까 나는 장녀니까 우리 엄마는 세상에서 제일 불쌍한 사람이니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 차 있어요.

알바비를 받으면 얼마 되지는 않지만 반은 생활비로 내고 반은 통신비 교통비를 내는 데 씁니다. 그럼 여윳돈이 별로 없는데 가끔 엄마랑 티비 볼 때 스치듯이 어 저거 예쁘네? 하실 때가 있어요. 큰 의미를 두고 한 말이 아닐 텐데도 그걸 못 사 드리면 너무 마음에 걸려요. 괴로워요. 아직 학생이라 몇 십만 원씩 하는 옷은 못 사 드리는 게 어쩌면 당연한 건데도... 그게 일상 같아요. 엄마한테 좋은 딸이라는 말이 듣고 싶어서 내가 있어서 버틸 만하다는 말이 듣고 싶어서 인정받고 싶어서 그 말을 자꾸 요구해요. 설령 그게 제가 무언갈 갖고 싶어서 전부터 차곡차곡 모아온 돈이더라도 엄마 드리고서 엄마 딸이 최고지? 엄마 나밖에 없지? 이 말 하나와 바꾸고요.

엊그제는 알바 끝내고 집에 돌아와서 밥 먹다가 이유 없이 울었어요. 벽에 머리를 쿵쿵 부딪히면서 죽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이유는 모르겠어요. 다들 제가 취업하면 괜찮을 거래요. 엄마는 엄마의 삶이 있으니 신경 쓰지 말래요. 너부터 잘 살래요. 저도 그게 무슨 뜻인지 알아요. 근데 그게 안 돼요... 일단 나라도 나 혼자라도 잘 살아야 하는데 그게 너무 힘들어요.

열심히 살면 가난해서 우는 날은 없어질까요.
추천수45
반대수1
베플릴리|2020.03.04 12:14
그게요.. 제 경우랑 비슷한데요. 어렸을 때 하도 못 살고, 아빠엄마한테 필요한 차비도 제대로 말 못 하고 항상 불쌍하게만 생각하며 살아왔어요. 그러다 제가 성인이 되니 돈 생각 않고, 사랑받고싶고, 내가 가족에게 꼭 필요한 존재라고 인정받고싶어서 계속 엄마아빠가 좋아할 생활비며 선물이며 용돈이며 열심히 갖다주고, 엄마아빠가 행복한 게 내 행복이라고 생각하며 착한딸 코스프레를 그렇게 했어요. 내 안에 내가 있는 게 아니라 가족에게 꼭 필요하고 사랑받을 존재. 라는 걸 심는거죠.. 당연히 전보다 부모는 날 아주 중요하고 인정하고 사랑해줍니다. 전 그걸 너무 갖고싶었어요. 그래서 내가 가진 걸 계속 무리하게 퍼주는 거죠. 그러다 저 30대에 현타왔어요. 나중 되니 아주 당연하게 저한테 의지하고 바라는 게 많아지더라고요. 정작 부모가 나 어렸을 땐 제대로 해 준 것도 없고, 나는 부모가 불쌍해서 참고 견디며 살았는데, 부모는 나이 들 수록, 점점 당연히 나에게 의지하는 게 심해지더라고요. 원래 부모란 존재는 님이 급식비에 전전긍긍하지 않게, 왠만하면 결핍없 충분히 자랄 수 있도록 키워줘야 할 의무가 있어요. 그리고 님이 성장할 수록 스스로 자신을 사랑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해요. 언젠가 님이 자신을 찾아가려 할 때, 어머니는 아주 사소하고 조그만거에도 님한테 상처받고 의지하려 할 수 있어요. 지금 님이 그렇게 되도록 하고 있어요. 안타까운 성장이죠. 지금이라도 스스로의 미래를 찾고 엄마보다 본인을 더 사랑해주세요. 님이 얼마나 괴로울 지 알지만, 제 생각엔 님이 애정결핍이 심했던 듯 하네요. 저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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