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제 인문계 고3 올라가는 학생입니다.
고2 중후반에 첫애인을 사귀게 됐어요.
애인은 공부와 거리가 멀고 노는 걸 좋아해요. 고2 초반에는 술 먹다 걸려서 징계 비스무리 한 것도 받았어요. 고등학교 들어온 후로 얼굴은 아는 사이로 지냈었는데 그 짓을 하니까 '아 나와 다른 사람이구나'가 강하게 박혀서 제가 일방적으로 걔를 모르는 사람처럼 무시하면서 지내고 있었어요. 그런데 10월 쯤부터 저한테 연락도 자주 보내고, 조별과제도 같이 걸리고, 제 절친이 걔와 친해서 그럭저럭 잘 지내고 있었어요. 그러다 저희반의 절반쯤 가는 봉사활동에서 걔와 두 번 만났어요. 그 시기부터 저한테 친한척 굴고 제 손도 잡을려고 했어요. 제 잘못이에요. 제가 그런 감정이 처음이라서, 그런 상황이 처음이라서 어리숙 하게 대응했어요. 처음부터 뿌리칠 걸 그랬어요. 그냥 이 상황이 어색해질까봐, 반애들한테 이미 '둘이 썸탄다'라고 소문 났는데 그 소문을 덮기에도 힘들어서 다 받아줬어요. 하필이면 옆자리여서 공부하는 저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걔한테 '왜 쳐다봐?'라고 물으면 '이뻐서'라고 답해주는 게 쑥쓰럽고, 황당스럽지만 나한테 잘해주는 걔가 좋으니까 다 받아주고 말았어요. 그러지 말걸 그랬어요. 서로 없는 듯이 지냈던 작년 9월로 돌아가고 싶어요.
사귄 후는 평온했어요. 걔가 잘해주면 저도 잘해주고, '걔는 주변에 여자가 많으니까 너무 좋아하는 티를 내지 말아야지', '절대 연애관계에서 을이 되지 말아야지'를 다짐하면서 지냈어요. 싫어하는 행동이 있으면 말하고 개가 고쳐주면 고마워했어요. 다른 연인관계들처럼 말이죠. 하지만 걔는 항상 제가 고쳤으면 하는 행동이나 말투 등을 말해주지 않았어요. 진짜로 없는 것이라면 괜찮지만 항상 투덜대는 사람은 저니까 저만 나쁜 사람이 된 것 같았어요. 실제로 맞을지도 모르지만요.
방학이 시작한 후로 연락이 눈에 띄게 줄었어요. 10분 거리에 사는데도 방학 동안 딱 두 번 만났어요. 심지어 한 번은 그냥 학교소집일에 만난거에요. 한 번은 걔네 집에 제가 놀러간 것이었는데 성관계를 가질 뻔했어요. 순간의 감정에 말렸어요. 결국 갖진 않았지만 그 후로 전화를 할 때 가끔씩 19금 얘기로 넘어가면 저는 '성인이 되면 하고 싶다'라고 말했어요. 제가 어리석었어요. 이성보다 감정이 앞서서 그랬어요. 그 때로 돌아간다면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았을 거에요. 후회해요.
연애하는 동안 계속 불안했어요. 얘가 정말 날 좋아하는 게 아니라 연애 공백기가 길어져서 단순히 호기심에, 설레는 그 감정이 좋아서, 단지 여자가 필요해서 저랑 사귄건지... 누가 저에게 물어본다면 대답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연락할 때 저는 물음표로 끝나는데 걔는 단답으로 끝나고 아무말이 없으면 허무함이 들어요. 걔가 다가오면 난 다 받아주는데 내가 다가가면 왜 항상 멀어지는 기분이 들까.
현재 연락 빈도는 생사확인에 가까워요. 오늘도 점심쯤 제가 먼저 연락을 보냈는데 저녁 6시쯤 연락이 왔어요. 이젠 이런 감정소비가 힘들어요. 이러한 감정 자체를 느끼고 싶지 않아요. 고3에 헤어지면 더 힘들거라던데 저는 아닌 것 같아요. 연애와 공부는 별게라고 생각하고, 오히려 사귀고 있는 지금이 학기 시작할 때 더 힘들 것 같아요. 주변 시선은 이제 중요하지 않아요. 걔와 친한친구가 제 절친들이라도 상관 안 하고 싶어요.
위에 적은 부정적인 감정들은 걔한테 내비친 적 없어요. 앞서 말했 듯이 또 저 혼자만 나쁜 사람 될까봐요. 만약 나와 헤어지고 신경쓰였던 후배랑 걔가 사귀면 기분이 어떨까? 생각해 봤어요. 아무렇지 않아요. '조카 어쩌라고'하는 생각만 들어요.
그냥 공부에, 관계에, 일상에 지쳐서 위로, 조언을 받고 싶은 마음에 끄적여봤어요. 다들 코로나 조심하시고 외출 자제 하시길 바래요. 찡찡대는 거 봐주셔서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