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태어날 제 아들이 부럽네요 (긴글)

ㅎㅎ |2020.03.26 07:14
조회 22,849 |추천 160
남편과 저는 20대 후반입니다.
4년의 연애 그리고 결혼도 4년차입니다.
그리고 17주 된 아이를 뱃속에 품고있습니다.


제가 11살 때 부모는 이혼했고
이혼한 사실은 친엄마가 저 14살때 다른남자 만나고 문자로 음담패설 주고받는거 알고서야 이혼사실을 깨달았어요.
(친아빠는 출장이 잦았기에 그때까지 알아차리지 못했습니다)


두사람 다 맞벌이고 절 봐주던 외할머니는
도박에 빠져서 젊을 때 이혼당해놓고도 그 습관 못버려서 저를 방치한 탓에 저는 10살무렵부터 혼자 밥도 지었고
친엄마는 무당에 정신팔려서 굿이며 점사며 이상한짓하느라 수억 날리고..그렇게 가세가 기울어서 집안이 난장판이었습니다.


중학교때 친엄마는 재혼했고 새아빠가 생겼습니다.
저는 친아빠에게 줄곧 가정폭력을 당해서 경찰 출동까지 하는 신세라 양쪽 집 왔다갔다하며 살았습니다.

어쩌다보니 음악을 하게되어 어렵사리 예고를 나왔는데
학비는 중간에서 친엄마가 해먹어서 밀리기 일쑤고
레슨비도 다 밀리고 결국에는 대학진학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새아빠가 네이버에 이름치면 다 나오는 기업인인데
그사람 돈도 다 해먹으며 살더라구요..

아무튼 갓 스무살.. 당시에 아르바이트 한 돈도 , 제 적금도 친엄마가 빚때문에 저한테 다 달라고 조르는 상황.
신불자라 제 이름으로 가게까지 내더니 무리하면서 운영하다가 직원들 월급 체납,세금 체납, 사기죄 명목으로 신고당하고 고소당하길래 연을 끊었습니다.
제 이름으로 생긴 빚들을 아르바이트 두세개씩하면서 갚아야했죠.

아예 친아빠 집으로 가서 살게되었는데
비좁은 단칸방 바퀴벌레가 몸을 기어다니고 폭력은 여전하고 그좁은 방에 여자데리고와서 같이 자고..
저를 향한 성희롱까지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친엄마를 찾는 형사들과 친엄마에게 돈을 못받은 사람들이 몰려와서 저를 괴롭게했습니다.

그래도 그무렵 만난 남편과의 연애로 그나마 숨통이 트이고
잠깐씩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남편은 연애 4년차가 되자 점점 피폐해지는 저를 볼 수 없다며 그냥 결혼해서 살자고 나오라고 했습니다.
남편은 전역한지 2년이 채 안된 시점이고 저 역시 빚을 갚느라 월세 보증금과 중고 가전제품 몇가지 살 돈밖에 없었지만
그렇게 도망나와 둘이서 살림을 꾸렸습니다.

(시댁은 저희 가정보다 더한 집안이라 남편 친척 한분 외에는 남편이 아예 학을 떼고 산지라 시댁 도움도 전혀받지않았습니다.)

저는 갑상선질환과 당뇨, 부인과 질환 등 여러 질환을 어릴 때부터 갖고있어서 병원 드나드는게 일상이라 둘이서 생활비,병원비,적금에 필요한 돈 번다고 정말 애썼습니다.
사실 얼마 안가 크게 아픈탓에 병원비로 목돈이 나간터라 집세내기도 어려워지고 저는 직장에 다닐 수 없게되자 남편이 직장 마치고 대리운전과 택배상하차하면서 겨우겨우 살았습니다.
빚도 생기게 되었죠.

그래도 남편, 힘든 내색 단 한번도 안했습니다.
힘들다가도 너 웃는거보면 다 괜찮다고..싸운적도 없고 정말 성실하게 살아주었습니다.

언젠가는 조금 더 넓은집, 그러다가 전세도 살아보고
병원도 돈걱정없이 드나들게 될거라고 오히려 저에게 힘을 주더라고요.

이리 살다보니 남편의 빚도 해결이 되었고
이제 제 빚만 남았어요^^; 넉넉하지 않지만 그래도 지금보다 넓은집으로 올 초여름에 이사도 갈까 생각중이고요..

그리고 제가 오랜시간 갖고있던 부인과질환으로 난임이라고 아이는 자연임신으로 갖기 힘들거라고 병원 여러곳에서 소견을 내놓았지만..결혼 4년만에 기적처럼 아기가 찾아왔습니다.


너무나 성실하고 술담배 안하고 저랑있는걸 행복해하고 일끝나고서도 항상 직접 요리해서 상 차려주고 일하는 중간중간 걱정된다며 연락 꼭 해주고 아기들을 그렇게나 좋아하고
내 가족들 어떻게든 먹여살릴거고 온전히 자기몫이니 아무생각하지 말라는 사람..
저는 부모가 온전치못했으나 이런 아빠 밑에서 자랄 아기가 부러워요 ㅎㅎ..

임신하고나니 친정없이 사는게 너무 힘들고 서럽습니다.
아무것도 모르고 생명을 품게되었고 임신때문에 버티기 힘든 몸의 변화들로 늘 긴장되고 산후조리며 육아며 잘 해낼 수 있을까? 나도 따뜻한 친정이 있었으면 좋았을텐데..싶네요^^..


사실 조리원 비용도 병원비도 이젠 감당할 수 있고 생활이 많이 나아졌지만 그래도 아기용품들은 좀 더 아껴보려고 중고로 알아보고 그래요.
남이 보기에는 억척스럽고 안타까워보일 수도 있겠지만 ㅎㅎ;
넉넉하진 못하니까요.


부족한 가정 밑에서 자랐지만 둘이 정말 열심히 살았으니 아이 잘 키울 수 있겠죠?..
정말 노력하려고요 좋은거 먹이고 예쁜거 입히고 많이 사랑해주렵니다.
저는 비록 그런 사랑 못받았지만요.
부모다운 부모로 살고싶습니다.


부족한 사람이지만 응원해주시면 더 열심히 살아볼게요.
구구절절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수160
반대수16
베플|2020.03.26 08:26
태어날 아가는 행복한 부모님과 화목한 가정에서 살아갈테니 다행이네요~ 왜 그런말 있잖아요. 인생 총량의 법칙이라고 다 정해진 고통과 행복의 양은 같다고... 님은 어렸을때 고통을 다 겪었으니 이제 행복할 일만 남은거에요. 그리고 어려운 일이 있어도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얻은거고요. 축하드리고 항상 행복하세요^^
베플ㅇㅇ|2020.03.26 08:53
태어날 아이랑 행복하게 사세요^^ 아이가 복덩이인가봐요^^ 좋은 남편 만난거 님 복이예요^^
베플ㅇㅇ|2020.03.26 07:26
축하드려요 행복하세요~^^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