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친구는 올해 서른, 저는 스물 일곱입니다. 저는 대학 졸업하는 해에 7급에 붙어 일하고 있어요. 남친은 사내 연애긴 한데, 저와는 거리가 먼 부서여서 일 년 동안 통성명도 안 하다 소개로 만났고 9급으로 시작한 8급 공무원입니다. 헌신적이고 다정하고 여자 문제 없는 점에 반했고(정말정말 너무 큰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저도 그만큼 남자친구에게 최선을 다했구요..) 그렇게 이 년을 만났는데 남친은 만나는 내내 결혼 이야기를 했어요.. 남친은 나이도 이제 서른이고 일한 지가 오래 됐으니 그렇겠지만... 저는 일한 지 얼마 안 됐고 이제 좀 나 자신을 위해 살고 싶은 시기인데 결혼이라는 단어가 조금 부담스러워서 회피해왔습니다.
그러다 오늘 아침에 남자친구가 자기와 곧 결혼할 마음이 없으면 하루라도 빨리 이 관계를 정리하고 싶다고 하네요. 자기는 얼른 아이 낳고 가정을 꾸리고 싶다고.. 오늘 아침부터 차분하게 남친과의 결혼 생활을 생각해봤어요...유머감각도 좋고 저의 장,단점을 모두 예뻐해주는 사람이니 행복하지 않을까.. 저희는 너무너무 편하고 서로에게 감추는 게 없어요.. 또 남자 친구는 어디에 있든 저와 연락 끊긴 적이 없고 매일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믿음을 주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결혼을 생각하면 계속 남친의 눈에 띄는 큰 단점 때문에 브레이크가 걸립니다.
먼저 남친은 경제 관념이 없습니다. 저랑 처음 만났을 때도 토토라는 스포츠 복권?에 빠져있었고 지금도 로또,토토 등에 한달 20만원 정도는 꾸준히 지출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주식으로 돈을 다 잃어서 빚이 이천만 원 정도 있다고 하네요.. 이건 결혼 얘기하면서 본인이 먼저 다 오픈했습니다. 하지만 이건 본인이 문제점을 잘 알고 결혼하면 경제권 넘기겠다고 말했지만 앞으로를 생각하면 조금 불안해요.
그리고 두 번째로는 공중 도덕?이 좀 부족합니다.(흡연,욕설 등등 저한테 하는 건 아니구요) 게임 중독기도 조금 있구요.(그래도 12시 전에는 끄고 자니까...조절은 가능한 거 같아요. 주말에는 보통 하루의 반 이상은 하는 것 같고..게임으로 인해 약속을 펑크낸 적은 없습니다!) 쓰레기를 길에 버린다든지 운전하다가 시비를 건 적이 있어서 제게 크게 혼 난 적도 있습니다. 저는 순종적이고 내성적인 성격이고 주변 사람들이 매너 좋고 차분한 친구들이라 이런 모습에 가끔 깜짝 깜짝 놀랍니다. 물론 남자다운 모습에 반한 건 저지만... 아마 제가 너무 따분한 사람이라 저런 거친 모습에 반했겠죠ㅠ
나중에 크게 문제가 될 수 있는 단점은 이 정도이고 저를 위해 많은 걸 헌신하는 모습(제가 월급이 더 많으니 육아휴직도 자기가 한다고 할 정도로..)이나 서로 집안 경제 상황도 비슷(양가 부모님 모두 대기업에 있다 퇴직하셔서 둘 다 노후준비가 돼 있음)하고 직업도 안정적이라서 이 사람과 함께 살아도 좋을까? 싶으면서도 저 두 가지 문제 때문에 자꾸만 브레이크가 걸립니다... 그리고 제일제일 문제가 되는 건...제가 지금 당장은 결혼 생각이 없다는 거예요..만약 스물 아홉만 됐었다면 결혼을 했겠지만 아직은 저 스스로가 결혼을 하기에는 미성숙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 헤어지자하니 이것과는 별개로 저는 남친을 아직 많이 사랑합니다. 저번 주 부산 출장 갔을 때 너무 보고파서 몇 시간을 못 참고 한걸음에 데리러 가면서 정말 행복했는데... 이 사람과 헤어지기 너무 힘들 것 같아요. 이별 아니면 결혼인데... 세상에 완벽한 남자는 없으니 이 년 정도 일찍 한다고 생각하고 그냥 결혼하는 게 맞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