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 현빈이다. 현빈. 가서 손 한 번 잡아달라고 해야지.”, “어 저건 또 누구 차야?”
2일 오후 2시 인하대 야구장 옆 주차장. 여대생들 입에서 터지는 환호성이 초여름의 한적한 기운을 가른다. 황정민, 지진희, 현빈, 한재석, 공형진…, 스타 연예인들이 몸에 착 달라붙는 야구 유니폼을 입고 하나 둘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 이들은 영화배우가 주축이 된 야구팀 ‘플레이보이스(playboys)’ 멤버들. 사회인 야구 리그에 참여해 매주 경기를 갖는 이들은 이날 오후 3시부터 기업체 이스턴 코리아 야구팀과 일전을 앞두고 있었다. 리그 1·2위를 다투는 강팀 간 대결.
다음 달로 창단 2주년을 맞는 ‘플레이보이스’는 한국 영화계 톱스타들이 똘똘 뭉쳐 있는 ‘꿈의 구단’. 이날 출전한 선수들을 포함해 김승우, 장동건, 정우성, 조인성, 주진모, 강동원, 공유, 이종혁 등 17명의 배우가 소속돼 있다.
그렇다면 이들의 실력은 어떨까? 2년간 외부팀과 70여 차례 경기를 벌여 7할대 승률을 올리고 있다. 팀을 만든 건, 김승우로 ‘구단주’란 직함을 갖고 있다. 주장은 공형진. 이 팀에는 영화사·기획사의 대표, 간부, 매니저 등도 참여해 전체 선수 숫자는 40여 명이다.
선수들의 ‘야구 사랑’도 특별하다. 지진희는 한동안 집에서 매일 수백 회씩 스윙 연습을 하다가 부인한테 “그러다 야구 선수로 나갈 거냐?”는 핀잔을 들었다. 그런 ‘개인 훈련’ 때문인지 그는 작년 재한 일본인 팀과 동대문 야구장에서 벌인 경기에서 사이클링 히트(타자가 한 게임에서 1,2,3루타, 홈런을 모두 친 경우)를 기록했다. 그가 친 홈런 2개도 ‘배우 선수’ 중 최고 기록. 이 부문에서는 영화사 ‘쟁이 픽처스’의 이성훈 대표가 5개로 1위다.
장동건은 아마추어로는 수준급인 120㎞ 안팎 스피드의 공을 던져 주로 마무리로 등판한다. 가끔 선발로도 등판, 4~5회를 무실점으로 막고 내려가곤 한다. 현빈 또한 깔끔한 제구력을 갖춰 마무리로 종종 마운드에 선다. 타율은 김승우와 공형진이 4할 5푼대로 가장 높다. 김승우는 알루미늄 배트를 쓰는 다른 선수들과 달리 유일하게 나무 배트를 따로 들고 다니며 타석에 선다.
메이저리그에 도전했던 최창양, 두산 베어스 출신 김광현 등 은퇴한 프로 선수들이 코치진. lg 트윈스 주전 포수 조인성도 ‘자문위원’이다. 조인성은 “야구라는 게 보기는 쉽지만 직접 해 보면 굉장히 까다로운 스포츠인데 연기를 하는 분들이라 몸으로 이해하는 게 빠르다”고 했다. 그저 야구를 즐기고 싶어 팀을 만든 이들은 구단이 상업적으로 이용될까 조심스럽다. 단장을 맡고 있는 심종선 스타엠 이사는 “우리 팀은 야구를 좋아하는 영화인들의 유쾌한 놀이터”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