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
‘너 나가면 나 저녁밥도 못 먹어.’
“상당히 젊으시네요.”
다행히 자리에 앉았다.
만약에 다시 나간다고 해도 직접 나가서 잡아올 생각이었다.
“몇 살처럼 보이는데요?”
예의상 물어보았다.
“스물 네 살정도? 저보다는 어린 것 같고.”
말을 말자.
오죽하면 남자가 이모에게 끌려 여기에 왔을까.
사람이 융통성이 없어 보였다.
“여자분이랑 궁합을 보시게요?”
남자는 말없이 픽 웃었다.
‘웃기는.’
“사주 대세요. 일단 기본적인 것부터 봐드리죠.”
“1978년 6월 xx일이요. 그런데 님은 몇 살이세요?”
‘이자식아 채팅하냐? 무슨 님을 찾고 그런데.’
“저는 76년 용띠랍니다.”
8살이 갑자기 많아졌다.
그래도 남자는 믿는 눈치였다.
멍든 것 때문일 거라고 위로해보지만 위로가 되지 않았다.
“진짜 젊어 보이세요. 많이 봐야 스물다섯 살 정도 되어 보이시는데.”
저것도 위로라고.
극존칭인 ‘시’자가 아주 귀에 거슬렸다.
‘네게는 감히 수암표 닭살 어록을 권하고 싶구나. 일주일만 탐독하면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된단다.’
우선 12신살로 푸는 살풀이를 해 보았다.
남자에게는 장성살(將星煞)과 재살(災煞)이 들어있었다.
장성살이 있는 사람은 매우 총명하고 임기응변에 강하고 지혜와 민첩함을 겸비한 경우들이 많고, 추진력도 강하여 많은 부하를 거느리게 되는 아주 아주 좋은 살이다.
한마디로 똑똑한 걸 타고난 거다.
하지만 장성살은 도화살과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에 성공할수록 문제가 생길 확률도 커지기 때문에 나락으로 떨어지는 경우도 많았다.
그리고 재살이란 갑작스럽게 사고, 수해나 화재등 여러 재난을 많이 당한 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본능적으로 몸을 사리는 일에 익숙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어렸을 때부터 총명하단 말 많이 들었죠?”
“네.”
“그런데 수해도 두 번나고 집에 화재도 한번 났었네요.”
“네.”
남자는 갑자기 팔을 확 내밀었다.
“여기 화상 자국도 있어요.”
‘얘 똑똑한 거 맞나? 누가 팔 내밀라고 했니? 어여 집어 넣어라. 얘.’
“다 님 때문이에요. 님한테 재살이 들어있어 때우는냐고 그런 거에요. 앞으로는 보험을 많이 들어 놓으세요. 큰 도움이 될 거에요. 면허는 있어요?”
“무슨 면허요?”
“운전면허요.”
‘전혀 똑똑하지 않은데. 점괘가 잘못 나왔나.’
“아, 있는데요.”
“있어도 운전은 하지마세요. 재살 있는 분들은 운전하면 좋지 않아요.”
“네.”
‘알아들으면서 네네 하는 거야?’
“궁합을 보고 싶은데요.”
“여자 사주 불러봐. 말 봐도 되지?”
은근히 말을 놓아보았다.
“1981년 12월 xx일이요.”
별 반항이 없어 그냥 말을 놓기로 했다.
여자의 살풀이를 해 보았다.
‘엄청나구나. 여지껏 살기도 힘들었것다.’
“연살이 들어있네. 그 여자 남자문제가 복잡하지?”
“만나는 사람은 없는데요.”
“술 좋아하고 돌아다니는 것 좋아하고. 본인이 만나지 않아도 남자문제가 끊이지는 않을사주야. 그리고 역마살에 지살까지 들었어.”
“그건 뭐죠? 역마살 있다는 말은 많이 들었는데.”
“지살도 역마살이랑 비슷한 거야. 두개가 동시에 들었으니 같은 자리에 절대 못 있어. 이런 사람들은 한자리에 가만히 있으면 몸까지 아프다고. 만나는 사람이 이래서 힘들었겠네.”
누군지 몰라도 힘들게 세상 살고 있었다.
예전에 태어났다면 완전히 방랑자 인생 아닌가?
술에 남자에 한곳에 있을 수도 없고.
앞으로의 인생도 고달파 보였다.
“궁합 봐줄게. 잠시만.”
궁합을 봐주려고 정신집중을 했다.
보통 상대방에 대한 것도 어렴풋이 보이는 게 정상인데 잘 보이지가 않네.
‘뭐람?’
서서히 보이기 시작했다.
‘아니 이건 남자잖아.’
우리나라에서도 커밍아웃하는 연예인도 있고 많이 개방되긴 했지만 직접 보기는 처음이라 적잖이 놀랬다.
실은 남자들끼리 궁합 비슷한 것을 보는 경우도 있었다.
궁합이라기보다는 동업을 하거나 사업상 친하게 지낼 관계가 되면 둘이 서로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알아보기 위함이다.
하지만 남자끼리의 애정 궁합이라니.
나는 남자냐는 질문은 하지 않았다.
“둘 다 좋고 싫고가 너무 명확해. 선을 너무 분명히 긋는 성격이야.”
“네. 좀 그런 편이죠.”
“둘이 서로 그 점 때문에 초기에는 많이 끌렸지? 그리고 서로 굉장히 신비롭다는 생각을 했을 거야.”
‘어감이 좀 이상하군.’
“아무튼 간에 신선하다 뭐 그런 느낌을 받았을 거야.”
“그것도 맞군요.”
“둘이 만나서 기분 좋게 놀다가도 갑자기 기분이 다운되는 일이 많았지?”
“점이라는 거 처음 봤는데 신기하군요. 꽤 세세하게 나오네요.”
“내가 풀이하는 게 일반 토정비결처럼 주역으로 푸는 것이 아니어서 그래. 물론 그 풀이를 적용해도 자세한 것까지 풀이해주시는 분들도 많지만.”
서로 티격태격하며 살 운이었다.
한명이라도 좀 넉넉한 구석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가 못했다.
“별 것도 아닌 것에 괜한 신경전이나 정력과 시간을 소비하는 일이 많구나. 너보다도 상대방이 많이 지쳐있어. 지금 당장 떠나고 싶은 마음이 굴뚝이야.”
좋지 않은 궁합이었다.
“궁합이 안 좋아. 여자였다고 해도 보통 점쟁이라면 헤어질 것을 권했을 궁합이야.”
“남자란 것도 아셨어요? 역시 점쟁이시군요.”
“...”
남자의 얼굴에 슬픔이 번져가자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여자도 아닌 남자를 사랑하는 것이 지금 세상에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
그것도 연인이 마음대로 따라주질 않으니.
“저는 어쩌면 좋아요?”
남자는 나를 누이라고 생각해서 편했는지 울기 시작했다.
눈물 범벅, 콧물 범벅 참 서럽게도 운다.
“그건 네가 결정해야 할 일이지. 내가 해줄 말은 여기까지구나.”
“누님! 살 방도를 알려주세요. 너무 힘이 들어요.”
‘진짜 많이 힘들었던 모양이네. 처음 보는 사람 앞에서 눈물을 보이고.’
실은 점 보러 오는 사람들 태반이 자신의 힘든 사정을 털어 놓기 위해 온다.
사정을 너무도 잘 알기에 매몰차게 정색을 할 수가 없었다.
“고개 들어. 이제 울지 마.”
남자는 그제서야 얼굴을 들었다.
“콧물 닦어.”
‘앗! 눈물 닦으란 말이 잘 못 나와 버렸네.’
남자는 내가 건네준 휴지로 얌전히 콧물을 닦는가 싶더니 서러움이 북받쳐 오르는지 또 울었다.
‘이쁜 장나라는 눈물에 얼굴을 묻더만 얘는 왜 이런데.’
“자, 앞으로 삼년간은 연애하지 말고 공부만 하고 살어. 그럼 아주 성공할거다. 알았니?”
“삼년이요?”
삼년 긴 시간이다.
그 시간 동안 공부만 한다면 웬만한 사람들 다 잘 산다.
“응. 삼년. 누나랑 약속할래?”
“네. 열심히 공부만 할께요.”
남자는 복채를 주고는 쓸쓸한 뒷모습을 보이며 나갔다.
‘힘들지 않게 살았으면 좋겠다.’
“이모! 왜 쉬지도 못하게 손님들을 데리고 왔어?”
“너 또 금방 간다면서?”
“그게 왜? 나 아니면 봐줄 사람이 없대?”
“너 가는데도 내가 용돈 줄 형편이 안 되니까 그렇지. 너 용돈이라도 쓰라고 손님들 좀 데리고 왔다.”
순간 화를 낸 것이 너무 미안해졌다.
‘우린 서로에게 하나뿐인 가족인데. 이모가 나에게 해를 끼칠 일을 할 이유가 없지. 나 왜 머리가 안돌아가는 걸까. 바보.’
“미안해. 이모. 그것도 모르고.”
“됐어. 기집애야. 이모 속도 모르면서.”
“정말 미안해.”
“됐으니까 핸드폰 가입비나 줘.”
인생은 혼자 산다는 말이 맞는 것 같았다.
내일부터는 한편씩 연재 할 예정입니다.
이해해주시길 바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