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아이 둘 키우는 엄마입니다.
제목처럼 큰 아이가 공부와 악기 연주 모두 잘하는데, 요즘 여러가지로 고민이 많아서 조언을 듣고자 글을 씁니다.
지금 열 살인 아이는 만 삼 세부터 지금까지 지능이 상위 0.1프로 이내로 가만히 놔두어도 스스로 깨우치는 아이어서, 또래보다 학습진도가 너무 앞서 나가는 것을 막기위해 악기와 운동을 시켜야만 했습니다.
그런데 여섯 살 때 만난 첫 악기 선생님도 처음부터 이 아이는 전공자의 재질이 있다고 했었고, 몇 년 뒤 이사를 와서 새로 만난 선생님도 이 아이는 설명하는 것을 그 자리에서 바로 이해하고 연주해낸다라며 이런 아이는 처음 본다고 합니다.
첫 악기 선생님께는 전공을 시킬 욕심이 없고 그저 공부에 쏠린 과도한 흥미를 다른 곳으로 돌리는 게 목적이니 되도록 즐겁게 천천히 가르쳐주십사 했습니다. 그래도 이사를 올 때까지 계속 전공을 시키면 어떻겠냐고 했었고요. 아직도 아이의 진도를 체크하는 연락을 종종 받습니다.
이사를 온 뒤에는 우연히 명망있는 교수님을 만나 계속해서 악기를 배우게 되었는데, 이 분도 아이가 아주 특별하다면서 당연히 전공을 할 것처럼 생각하시더라고요.
처음 선생님과 배우는 동안에는 하루에 많아봐야 삼십 분 정도를 연습했고 지금도 비슷한 레벨의 아이들보다 반도 안되는 시간을 연습하고 있습니다. 아니, 사실 하루 한시간 안팍으로 연습을 하고 내킬때만 두 세시간을 하니까 반의 반도 연습을 안하는 지도 모르겠어요. 저도 음악 전공은 아니라서. 그래도 진도는 두 배는 빨리 나가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제 아이에 대한 주위의 기대가 좀 부담스럽네요. 콩쿨이니 음악캠프니 예중이니 그런 것 안하고 그냥 아이가 재미나게 연주하길 바라는데, 이걸 이 교수님께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아이는 수학에도 큰 재능을 보이고 (7살 때 이미 중학교 이 학년 수준이라고 했음) 언어도 이 개국어를 네이티브로, 또 다른 이 개 국어를 읽고 쓰고 말하기에 불편함이 없을 정도로 합니다. 창착욕구도 커서 소설도 쓰고 만화책도 몇 권씩 그려내고요. 악기만 잘하고 좋아하는 게 아니고 여러가지에 흥미와 재능이 있습니다. 저는 아이의 미래를 악기 한 가지로 몰아주고 싶지가 않은데요.
주변에서는 아이의 재능을 부모가 키워줘야하는데 너무 손 놓고 있다거나 ( 악기 ) 엄마가 애 앞길을 막는다거나 ( 수학진도를 더이상 못나가도록 하기위해 책을 더이상 사주지 않기로 했을 때 ) 말들이 많습니다. 어릴 때도 말들이 많았는데 이제 열 살이 되니 이러다가 생각없이 휩쓸리겠다 싶을 정도입니다.
저는 아이가 행복하게 자라서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기를 바라는 보통의 부모입니다. 음악전공자도 아니고 첫아이이고 아이가 좀 특별하다보니 고민이 많습니다.
악기를 전공하는 건 구도자의 길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아이가 정말 악기밖에 하고 싶은게 없을 정도로 좋아해야 전공을 하는 게 아닐까요? 잘한다고, 재능이 있다고 꼭 그걸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요? 음악을 전공하셨거나 전공해볼까 고려해보셨던 분들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재정적으로는 크게 부담이 안된다는 전제하에, 많은 조언 부탁드립니다. 미리 큰 감사드립니다.
+추가
글쓴이입니다. 여러 조언 정말 감사합니다. 학습진도를 그만 나가게 해야겠다고 생각했던 것은 아이가 그 나이에 할 수 있는 여러가지 경험(친구 만들기 등 주로 사회성 관련)등을 잘 못해내고 너무 공부에만 몰두하기 때문이었습니다. 더이상 사회성이 떨어지게 내버려 둘 수가 없어서...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노는 즐거움도 느껴보기를 바랬습니다. 학교에 가서 모르는 걸 배우는 설레임도 느껴보기를 원했고요. 혼자만 너무 앞서나가면 아이 때만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을 다 놓치게 될까봐 엄마로서는 걱정이었습니다. 수학 학습서는 더 이상 사주지 않지만 수열이라든가 확률,함수같은 개념을 물어올 때는 설명을 해줍니다.
아이는 하고 싶은게 너무 많습니다. 쉴 때에도 끊임없이 뭔가를 만들거나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립니다. 거기다 점점 늘어나는 연습량까지, 엄마로서 아이가 체력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선을 제시해주어야 할 것 같은데 쉽지가 않네요. 음악 캠프라든지 콩쿨이라든지 시간 소모가 많이 되는 활동을 하려는 선생님을 다른 레스너로 바꾸어볼까 아이한테 넌지시 운를 떼어보니까 울고불고 싫다고 하고요.
아무리 지능과 잠재성이 있다고해도 아직 아이니까 분명 어른의 판단력이 필요합니다. 부모로서 잘 이끌어줘야 하는데 제 인생이 아닌 아이의 인생이니 더 조심스럽네요. 아이가 살아가게 될 미래가 어떤 모습일지도 모르고... 요즘 학교를 못가니 선생님이 깜짝 놀랄 정도로 악기 진도가 빨리 나가고 있어서 생각이 많아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