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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 때 뒷통수치고 왕따시킨 애가 지금 배우 됐어

인생머야 |2020.06.02 22:28
조회 1,427 |추천 7

편의상 말 편하게 할게요!

 

제목 그대로야. 쓴이는 20대고 살짝은 암울한 10대를 보낸 사람이야. 엄청나게 암울한 건 아니고 그냥 아아 그랬구나 힘들었겠네 싶은 정도? 지금은 잘 극복하고 지내고 있어.

어릴 때는 징크스라도 있었는지, 초딩 중딩 고딩 대부분 친구를 사귀면 나만 혼자 뒷통수를 맞구 이용당한 뒤에 내 주변 친구들끼리만 또래를 형성하더라. 혹시나 내 성격 문제인가 했지만 중학교 올라가고 나서 졸업반이 되었을 때(중 3, 고 3 때만 괴롭히는 친구가 같은 반이 아니었음) 친구 잘 사귀고 졸업도 잘 하고 지금까지 친구들 잘 만나고 있는 거 보면 그냥 내가 친구 운이 없었나 싶어.

서론이 길었네. 지금부터 넋두리 아닌 넋두리를 좀 풀어보려 해. 그냥 읽어만 줘도 좋고, 나 대신 그 친구가 나빴네 과거의 그 아이를 혼내 줘도 좋아. 위로해 주면 더 좋겠다. 나한테는 아직도 가끔씩 힘든 일이거든.

초등학생 때 피아노를 좋아했던 나는 꾸준히 피아노를 배웠어. 그러던 중에 집 근처 피아노 학원을 알게 됐고 거기 다니게 됐지. 거기서 그 친구를 만났어. 그 친구를 민이라고 할게. 민이는 정말 예뻤어. 피부도 하얗고, 눈도 크고 동그랗고, 코도 오똑하니 누가 봐도 예쁘다 할 만큼 예뻤지. 성격도 털털해서 정말 좋은 친구였어. 과체중에 꾸미는 것도 귀찮아했던 나는 그냥 은따 학생 1이었지. 피아노 학원을 같이 다니며 친해지면서 여러 가지 이야기도 나누고 2차 성징이 오면서 여성들이 입게 되는 여성 속옷에 대한 고민도 할 만큼 친했지. 나는 정말 그 친구를 동경했고 민이 같은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어. 그 친구는 공부도 잘하고 예쁘고 해서 주변에 사람이 많았어. 나는 그냥, 은따 아닌 은따로 지냈지.

그런데 6학년쯤인가? 학교에서 마주쳤을 때 아는 체를 했더니 무시하고 돌아서더라. 나는 내가 잘못 본 줄 알았어. 근데 그 친구는 꾸준히 모르는 척을 하더라. 몇 날 며칠 그런 일이 반복됐지. 그런데 학원에서는 아는 체를 하고 그러는 거야. 내가 아마 그래서 민이에게 나 모르냐고 물어봤던 것 같아. 우리 친구 아니냐고. 근데 너는 연기를 하더라. 나는 너 같은 거 모른다고 딱 잡아뗐어. 거기 같이 있던 다른 애들은 나를 이상한 애로 만들었고 나는 그대로 왕따가 됐지. 배신감이 들었어. 나의 말은 하나도 듣지 않았지만 민이 네 말은 사실이 아님에도 맞는 말로 몰아갔던 게. 뒤에서만 친한 척하고, 앞에서는 모르는 척하면서 나를 이상한 사람으로 만든 게 정말 충격이었어.

그렇게 왕따가 되어 지내다가 중학교에 입학했지. 나는 교복도 처음 입고, 새로운 친구를 만난다는 생각에 이제는 다른 친구들과 잘 지내봐야겠다고 다짐했어. 그런데 웬걸, 나를 초등학생 때부터 괴롭히던 애가 같은 반이 되어 1학년 시절을 왕따로 지냈네. 2학년이 될 때까지도 반에서 밥 같이 먹을 친구 없이 있지도 않은 소문으로 욕만 먹고, 나를 믿어주는 친구는 다른 반에 있어서 다른 반 친구들과 지내는 걸로 그나마 덜 암울한 학교생활을 했지.

그렇게 민이를 잊고 나의 삶을 살기 위해 노력했고, 지금은 좋은 사람들과 애인과 어른들을 만나 나 나름의 만족스러운 삶을 살고 있었어. 그런데 무심코 지나가던 페이스북 피드에 나온 웹드에 민이 얼굴이 스쳐서, 설마 하는 마음에 민이 네 목소리가 나오는 부분을 다시 돌려봤지. 선명한 네 목소리가 들렸고 뒷목이 뻐근해지더라. 신기했어. 평소 주변 연예계 소식들 중에 아무렇지 않게 넘겼던 '연예인 @@가 학교폭력 가해자더라', '연예인 ##가 왕따 가해자였다' 이런 얘기가 내 얘기가 되니 신기하다가도, 기분이 나쁘다가도, 그냥 우와... 싶더라. 나를 모른척 연기하고 나를 이상한 애 만들 때처럼 연기해서 그런가? 하는 우스운 생각도 들고. 보니까 출연했던 드라마 역할도 악역으로 주인공을 왕따시키는 그런 역할이더라. 무슨 생각이 들긴 했을까, 혹은 그냥 아무 생각이 없었을까 궁금하기도 해. 어때? 필모 보니까 웹드만 출연했던데 배우로 사는 건 재미있어? 지금은 나쁜 짓 안 하지? 사실 그렇게 너한테 뒷통수 맞고서는 내 삶이 너무 처량해서 성인이 되기까지 다른 사람 신경 쓸 겨를도 없어서 네가 어떤지도 잊고 지냈어. 성인이 되고, 내 삶을 쌓아가기 시작하고 나서야 네 모습을 이렇게 보니 어이가 없으면서도 이왕 배우로 데뷔한 거 네 지난날의 잘못은 회개하며 그런 잘못을 또 저지르지 않길 바라게 되네. 다른 사람을 감정적으로 괴롭힌다든가, 아니면 친한 사람 뒷통수를 친다든가 뭐 그런.

나는 사람 미워하는 데에는 재주도 없고 그런 건 의미없다고 느껴서 넋두리만 좀 하고 널 일방적으로나마 용서해보려 해. 넌 나를 잊었겠지. 이제는 너도 나도 꽤 자란 어른이니까, 그런 어린 실수는 회개하고 앞으로는 실수를 반복하지 말았으면 해. 네가 이 글을 볼 리는 없겠지만 혹시나 본다면 꼭 마음에 새기고 살길 바라. 그래도 네가 나온 드라마는 못 보겠다. 내가 좋아하는 아이돌이 주인공이던데 볼 마음은 사라지네. 내 속이 좁아서, 큰 배우가 되어 스크린에서 보자 뭐 이런 말은 하고 싶지 않네. 그저 각자의 길을 잘 걷도록 하자. 잘 지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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