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좋은 편이라고 생각해요. 동갑인데다 아이도 없고 같은 직장이라 24시간 얼굴 마주하고 있고요. 서로 의지하고 친구같이 지낸다고 생각해요.
남편은 집안일 일체 안 합니다. 제가 시키지도 않고요. 눈치도 안줘요. 해줬음 하는 맘도 없고요.실은 집안일이라고 할 것도 없어요. 살림을 하지 않으니... 하는 건 생활에 필요한 세탁, 청소 정도고요. 식사도 거의 완제품 사다가 채소 조금 곁들여 먹는 편이고요. 저 혼자 살아도 할 일이니 그냥 내 일 하는 김에 남편 것도 챙긴다 정도라 스트레스도 없어요.
사실 뭐 부탁하면 전 이 타이밍에 해줬으면 좋겠는데 남편은 자기 타이밍에 하려고 해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면 부탁 안 하고 그냥 해버립니다. 전등 갈기, 정수기 물통 갈기 뭐 이렇게 보통 남자들이 하는 일이라고 알려진 일들도요.
다만 제가 할 수 없는 일이나 남편 소관의 일을 부탁했을 경우에도 남편은 남편 타이밍에 하려고 하거나 그냥 무작정 미루는 일이 있어 해가 갈수록 제가 자꾸 재촉하게 되긴 합니다. 저도 반성하지만 또 그 상황되면 재촉하게 되네요. 그렇다고 말 떨어지자 마자 해달라는 건 아니고요. 두번 정도는 좋게 돌려 말하다 결국 재촉합니다. 언제 해줄 거냐는 식으로요. 그런데 좋은 소리도 자꾸 들으면 잔소리라는데 하물며 재촉은 말 할 것도 없죠. 남편이 싫어하네요. 싫어하는 심정은 이해합니다. 그래서 저도 되도록이면 부탁 안 하고 싶어요. (제 변명을 하자면 처음부터 저도 이러진 않았어요. 그냥 마냥 기다리고 참았지요. 언젠가부터 너무 힘들어서 잔소리하게 되었어요.)
오늘 아침에 남편이 강아지 산책을 데리고 나갔어요. 굳이 구구절절이 설명을 하자면 열흘에 한번 정도 남편이 갑니다. 나머지 9일은 제가 가요. 오늘 산책도 제가 간다는 걸 굳이 자기가 가겠다고해서 간 거예요. 암튼 남편 산책 나간 사이에 제가 집안 정리하다 종이, 상자류 분리수거일이라 쌓였던 택배상자 자를 내다버렸어요. 이미 내다 버리고 다른 청소하다 무심코 정수기를 보니 물이 똑 떨어진 거예요. 안그래도 전날 물이 떨어질락 말락 한다 라는 대화를 남편이랑 했는데 말만 하고 깜빡한거죠.
오늘 지나면 종이류 버리는 날이 보름 뒤나 돌아오는데 그 동안 정수기 물통 배달온 택배상자가 집안에 있을 거 생각하니까 싫더라고요. 그래서 물도 떨어졌겠다 갈아버리고 상자도 내다버리자 싶어서 영치기 영차 하고 있는데 남편 귀가.
갑자기 절 보자마자 버럭하는 거죠. 왜 꼭 그딴식으로 자기 추긍하듯이 자기 보란듯이 일부러 눈앞에서 힘쓰는 일을 하냐고요.
안그래도 갱년기라 신경질이 많고 스트레스 쉽게 받는데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고 괜히 청소하고 정리하다 버럭 소리나 들으니 저도 곱게 소리가 안나갔지요. 아니 왜 소리 지르냐, 당신 보라고 하는 거 아니다, 오늘 상자 버리는 날이라 이거 꺼내는 거다. 좀 꽥 소리 질렀습니다.
그랬더니 자기 귀가 한 거 보고 보란듯이 갈은 거 맞다 어쩌구 다다다다다다다다 저에게 또 뭐라 하는데 전 이유도 모르겠고 듣기도 싫고 내가 뭘 잘못했는지도 모르겠어서 꽥 소리 질렀어요. 아침부터 그만좀 들볶아라, 당신 보란듯이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고 하면 아니라는 말 좀 곧이 곧대로 들어줘라. 당신 자기 맘대로 착각하는 거 안 좋은 버릇이다, 내가 왜 이런 행동을 하게 되었는지 차근차근 행동의 연쇄를 설명해줄수도 있다...
그 후론 뭐 말도 안 통하고 이상하게 말꼬리 잡고 늘어지면서 설명도 들으려 하지 않고 나가 버리더라고요.
이게 왠 날벼락인지.
남편 왜 이러는 거예요? 뭐에 자존심이 상했는지, 자격지심인지, 그냥 찔린 건지... 이해가 안돼요... 적어도 어제, 오늘 물 좀 갈아라, 물 언제 갈을 거냐 식의 대화는 조금도 하지 않았아요. "물 떨어지겠네" 정도만, 그것도 제가 꺼낸 말이 아니라 남편이 한 말. 저는 "그러네" 밖에 안 했어요.
이 남자의 마음 좀 해설해 주세요. 제가 잘못한 게 있으면 사과하려고요. 솔직히 사과받고 싶은 마음이 더 큰 게 사실이긴 해요. 저한텐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 ㅎㅎ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