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R코드 전자출입명부 ‘패스토리’ 탄생 스토리
소프트웨어 기업 새움소프트 최병진 대표는 지난 3월 고등학교 3학년 딸인 유민(18)양에게 괜찮은 아이디어를 들었다. IT기술을 활용해 교회나 기관에 출입한 사람을 기록으로 남기는 시스템을 만들면 어떻겠느냐는 이야기였다.
당시 한국은 신천지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하루 300~400명의 확진자가 나올 때였다. 정부는 확진자 동선 파악을 위해 다중이용시설을 찾는 사람들에게 출입명부를 작성하도록 했는데 대부분 수기로 작성했다.
“모태신앙으로 안양제일교회에 다니고 있어요. 코로나19로 온라인 예배만 드리다가 한 달 만에 교회에 갔는데 종이에 이름과 연락처, 주소를 썼어요. 다음 사람이 제 개인정보를 볼 수 있고 허위로 쓸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필기구 등을 통해 바이러스를 옮길 수도 있고요.”
최 대표도 공감했다. 그렇게 전자출입명부 시스템 ‘패스토리’ 개발이 시작됐고 3개월 만인 지난 6월 세상에 나왔다. 유민양이 다니는 페이스튼국제기독학교에서 같은 달 11일부터 시범운영에 들어갔고 열흘 뒤 새안양교회가 도입했다.
최 대표는 지난 5일 “현재 308개 교회, 6개 학교와 14개 기업, 15개 기관에서 패스토리를 사용한다”며 “미국 등 해외 한인교회를 대상으로 시범 서비스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패스토리의 힘 ‘착한 서비스’
‘고등학생과 소프트웨어 전문기업이 산학협력해 만든 착한 서비스.’ 새움소프트가 설명하는 패스토리 서비스다. 설명 그대로 패스토리는 최 대표의 회사와 유민양 등 4명의 고등학생이 개발했다. 유민양과 중앙예닮학교에 다니는 동생 혜민(16)양, 유민양의 학교 친구 박이제(18) 정소원(19)양 등이다.
밤이면 최 대표 집은 회의실이 됐다. 최 대표와 아이들은 시장 조사한 내용, 접목할 기술을 공유했다. 아이들은 개발하는 데 조건을 달았다. 첫 번째 조건은 ‘무료 사용’이었다. 유민양은 “공짜로 해 달라고 우리가 졸랐다”고 말했다. 이제양도 “코로나19 상황에서 누구든 공짜로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데 다들 공감했다. 그게 하나님의 뜻”이라고 했다. 두 번째 조건은 사용자 중심의 서비스였다. 이제양은 “쉽고 간편한 서비스여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최 대표는 조건에 맞는 ‘착한 방법’을 찾아보라고 주문했고 아이들은 시중에 나온 QR코드의 불편함을 찾았다. 기존 방식은 개인의 신상이 들어간 QR코드를 교회나 기관이 리더기로 읽어 정보를 모았다. 리더기를 구비해야 했고 전원도 필요했다. 보안이나 날씨 등의 이유로 리더기를 외부에 둘 수도 없었다.
아이들은 누구나 갖고 있는 스마트폰으로 해결하자며 발상을 전환했다. 기존 QR코드 방식과 반대로 방문자가 자신의 스마트폰 속 카메라로 방문 시설의 입구에 부착된 QR코드를 찍도록 했다.
개인정보 유출도 막았다. 사진을 찍으면 서버에 방문자 개인 정보와 해당 시설을 방문한 시간 등이 정부통합전산센터 클라우드인 G클라우드에 들어갔다.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으면 정보는 4주 뒤 자동폐기된다.
착하니까 통했다
‘착한 서비스’에 사용자 반응은 뜨거웠다. 무엇보다 작은 교회의 호응이 컸다. 별도 기술이나 인력이 필요 없었고 리더기 등 장비를 구비하지 않아도 됐다.
교회는 QR코드만 발급받으면 된다. 신청 방법은 간단하다. 패스토리 홈페이지 상단의 ‘문의하기’에서 교회 고유번호나 사업자등록번호 등 필요한 사항을 기재하면 절차를 거쳐 QR코드를 받게 된다.
교회는 발급받은 QR코드를 프린터로 출력하거나 QR코드가 인쇄된 입간판 배너를 필요한 장소에 붙이거나 설치하고 성도나 방문자는 패스토리 애플리케이션을 스마트폰에 깔고 입장할 때 QR코드를 찍으면 된다. 회원가입은 필요 없다. 카카오톡이나 네이버로 한 번만 로그인하면 된다.
최 대표는 “어렵고 복잡하고 딱딱하게 만들어야 일을 한 티가 난다는 게 업계 관행인데 아이들은 그런 걸 다 빼자고 했다”고 말했다.
입소문을 타면서 패스토리 사용 신청이 쇄도했다. 직원들은 휴일에도 출근했고 G클라우드 서버 용량도 늘렸다. 해외에서도 사용 문의가 들어왔다. 비용 등 부담은 늘었지만 착한 서비스는 이어지고 있다.
최 대표는 “배너는 홍보 목적이라 교회 입구에만 설치하고 다른 곳에는 프린터로 QR코드를 출력해 붙이면 된다. 그걸 모르고 입구 숫자에 맞춰 배너를 신청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이런 곳에는 전화로 배너 수량을 한 개로 수정해 달라고 요청한다”고 했다. QR코드 발급 등 서비스는 무료지만 배너는 소액이라도 배송비를 받기 때문이다.
사용한 교회들의 만족도는 높다. 가장 먼저 패스토리를 도입한 새안양교회 김한욱 목사는 “처음엔 거부감을 가진 성도들도 있었지만, 이제는 자연스럽게 이용한다”며 “고령의 성도들은 사용이 익숙하지 않아 도입 초기 청년들이 사용법을 설명해줬지만, 금세 익숙해져 이젠 그럴 필요도 없다”고 했다. 김 목사는 코로나19 사태가 끝나더라도 패스토리를 출석부 등 다양한 용도로 쓸 계획이다.
유민양은 “‘작은 교회 성도인데 패스토리를 만들어 감사하다’는 리뷰 글을 봤을 땐 울컥했다”면서 “하나님 일에 쓰임 받는 일을 했음에 감사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