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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믹러브) ** 그럭저럭 살아가던 여자의 쇼킹한 결혼 ** [10][11]

귀여운누나 |2004.02.18 01:03
조회 3,447 |추천 0

 

 

 


10. 그의 친구 개판이! 진짜 개판이야~

 

 

 

 


오늘은 늦게 까지 잠이 안 온다.


그가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언제 부턴가 남 얘기하기 좋아하는 동네 아줌마가 남의 집 소리 엿듣듯, 나도 아래층소리에 예민해 졌다.


그의 귀가 시간을 늘 체크하고 있다.


맘이 떨리고 긴장된다.


무슨 일 있나?


뭐 무슨 일이 있겠나. 뻔하지.


갑자기 화가 났다가 의기 소침해 졌다.


그는 그렇게 자기 일에 충실한 데 난 뭔가?


맘 없는 사람 바라보고 있는 느낌....


우울,슬픔... 이런 것이 한데 밀려온다.


창 밖을 바라보니 저 하늘에 딱 하나의 별이 반짝인다.


문득 요즘같이 밝은 세상에서 별을 보기란 쉽지 않은데 신기하다는 생각을 했다가, 저 별이 나 같다 라는 생각에 또 슬퍼졌다.


정말 기분이 센치해 지는 밤이다.


근데, 이 기분은 그리 오래 갈 수 없었다.


벨이 울렸기 때문이다.


한 번도 울린 적이 없는 데...


누구지?


이 밤에 누굴까?


순간 머리가 쭈볏 서고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인터폰을 들고


" 누구세요?"


" 아, 네~에, 죄쏭함다. 저는 민혁이 친구 개판이예요. 아시쬬... 그 뭐다냐...저넹 뵌적 있는..아~함 "
말이 수시로 끊기고 혀가 꼬인 것이 마셔도 보통 마신 게 아닌 것 같았다.


안다. 개판이...


이름이 특이해서도 금방 외웠지만  내가 너무 싫어하는 스타일이라 잊지 않고 있다.


아마~ 결혼식 날이었을걸?


우리 결혼에 대해 뭘 좀 안다고 계속 눈짓을 주고 깐죽거리고 실실거렸었다.


근데 그 느끼한 웃음, 같이 있어본 사람들은 아마 그 느낌 알 거다.


정말 소름이 돋을 정도로 능글능글 버터 스타일이다.


결혼식 전에도 한 번 본적이 있는데 그가 친구라고 소개시켜 줬다.


 소개 라기 보다는 개판이가 먼저 어떤 여잔지 한번 보자고 한 것 같았다.


첫인상부터 맘에 안 들었는데 20분이다 늦게 나타났다.


 오픈된 스포츠카를 그것도 빨간색 차를 타고 말이다.(차 색도 맘에 안 들어~)


그리곤 건방지게 앉더니 날 촌순이 보듯 무시하며 쳐다보면서 뭐 민혁이 스타일이 아니라는 둥 하며 빈정거렸었다.


 날 더러 봉 잡은 줄 알라는 말투.


 그리곤 민혁이 귀에다 대고 귓속말을 해댔다.


진짜 기분 나쁘게. 그것두 남자가...


그렇게 한 30분을 앉아있더니 연신 핸드폰을 하러 나갔고 그러다가 그런 남자들이 그렇듯 아주 바쁜 척 나가 버렸다.


그리구 그 빽 청바지에 징 달린 굽이 약간 있는 구두. 그는 늘 그런 스타일이다.


내가 가장 재수 없어 하는 스타일이지.


" 근데, 왠일이신데요. 이 밤에?"


좀 냉냉하게 얘기했다.


" 아 앙~ 네~엔 그러니까, 저기 뭐 다냐 저희가 오늘 동창회를 했걸랑요... "


그리곤 말이 없다.


진짜 미치겠구만.


" 그래서요"


" 근데, 저 문 좀 열어 주시면 안 될까요... 아이 죽겠다...으으"


아이 진짜 미치겠네. 민혁이도 없는 데 어쩌라구 문을 열래.


" 저 죄송한데 민혁이가 아직 안 들어 왔는데."


" 민혁이요?, 아직 안들어 왔어요?, 그 놈 참... 참!참!참! 그 놈 어딨는지 제가 알아요."


" 어딨는데요?"


" 그 놈요, 여기 있었는 데... 어! 어디 갔지? 없어졌네..."


" 아~ 저기 있다. 야, 임마~ 일어나~, 재수씨~ 여깄어요."


" 야! 여기서 자면 어떻하냐. 거긴 니 집이 아니구 나라땅이야. 이 눔이 ..."


으이그 이것들이... 진짜~


나가 보니 가관이다.


민혁인 대문 옆 담 밑에 퍼대고 앉아 잠이 들었는지 너무 취했는지 인사불성이고, 이 놈은  좀 낫긴 한데, 횡설수설 말이 많다.


어떻게 데리고 들어왔는지도 모르게 정신 없이 들어왔다.


들어오는 중에 잠깐 정신이 든 건지 민혁이가 뭐라뭐라 한다.


" 개판아, 열쇠 여깄다니깐 자, 이걸루 열어. 자 "


 그러면서 열쇠를 꺼내려구 한다.


그러면서 계속 누나 깬단다.


조용히 하라구 누나 깬다구 자기 입에다 대고 쉬쉬한다.


나한테 말이다. 조용히 하라고 계속.


됐다. 고맙다 이눔아~


그리곤 둘을 쇼파에 간신히 앉히고 물 한잔씩을 마시게 하고 잠시 숨을 고르는데,
이건 또 뭐야? 우리의 개판이 갑자기 옷을 훌훌 벗네. 그려.


" 아니 저 개판씨! 저- 정신차려요. 여긴 개판씨 집이 아니라... 에이 진짜?"


벗지 말라구 실갱이를 하니까 이 개판이 내가 술집 마담인 줄 알았는지 날 안는 거예요.


진짜 미치겠죠?


민혁이 뭐하냐구요. 저쪽에 누워서 조용히 자요.


그래 떠밀었더니 화내지 말라며 지갑을 주섬주섬 줍더니 나한테 수표 한 장을 줘요.


그것두 글쎄. 가슴팍 께에다 꽂아 주네요.


이것들이 진짜~ 성질이 나서 그 돈을 확 뽑아내는 데 글쎄 백만원 짜리 수표예요.


이것들이 오늘 동창회 랍시구 룸싸롱 가서 이렇게 놀다 왔나봐요.


잘됐다! 안 그래도 요즘 좀 궁한데...


덕분에 횡재했네!


내일은 기분이다! 북어국 끓여주마.


개판이는 거의 벗구자구 민혁인 쇼파에 쪼그리고 누워 자고 잠시의 소란은 그렇게 막을 내렸다.


개판인 보기가 민망해서 널쩍하고 두꺼운 겨울 이불을 덮어주고 우리 민혁인 더우니까 그냥  배탈나지 말라고 얇은 모시 이불을 배에만 살짝 덮어주었다.


개판아~ 좀 많이 더울 거야...


그 이불 우리엄마가 나 시집올 때 겨울에 덮구 자라구 해준 명주솜이불이야.


이불 중에 보온성이 최고래...


오늘밤은 정말 더운걸!

 

 

 

아침도 푹푹 찌네.


순간 어젯밤 일을 생각하고는 북어국 이라도 끓여 줘야 겠다 싶어 내려가려다, 개판이가 이   더위에 이불을 걷어차고 자면 피차 민망할까 싶어 잠시 망설였다.


그러다가 아래층을 잠시 기웃거리며 내려갔는데 우리의 개판이 그 두꺼운 명주 솜이불을 너무나 똘똘 말고 잘 잔다.


순간 맘놓고 내려갈 수 있게다 싶어 내려왔다.


개판이 저게 맛이 갔지...


어제 밤에 얼마나 더웠는데... 아침에도 이렇게 더운데...


아침이라 동네 슈퍼에 갔더니 아줌마가 반갑게 맞는다.


" 누군가 했더니 저 위쪽 이층집 새댁이라면 서요."


" 남편이 의사선생님이죠? "


" 아~ 네."


" 근데, 어제 보니까 약주를 꽤 많이 하신 것 같던데... 그래서 북어국 끓여 줄려구 그러는   구나~ "


" 아. 네."


이것들이 동네 창피하게 얼마나 휩쓸고 다닌 거야?


북어를 사 가지고 나오면서 저 아줌마는 참 심심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그 가게에 스파게티 사러 한 번 밖에 간 적이 없는데 나에 대해 많이도 아신다.


북어를 사 가지고 오는데 아직도 자고 있다.


사실은 북어를 사 온게 아니라 북어 국을 사왔다.


10분만 끓이면 완성되는 거 말이다.


엄마한테 북어국 끓이는 건 안 배웠거든...


우리 아빠도 술은 참 좋아하셨는데 엄마한테 북어국은 커녕 쿠사리만 먹었었다.


밥하고 국끓이느라 부산한 중에  일어나는 소리가 들렸다.


개판이는 좀 당황한 것 같은 데...


 지가 생각해도 너무 많이 벗고 잤다 싶은가 부지?


근데, 왠 걸!


 역시 개판이, 이불을 똘똘 말아 걸치고는 어느새 내 옆에 와서는 술 냄새를 풍기며
" 와, 재수씨, 지금 북어국 끊이죠? "


" 아이구 속따거워 죽겠는데 얼른 먹어야지...근데 재수씨 한 여름에 왜 이런 이불을 주세요. 더워 죽는 줄 알았잖아요."


더워 죽는 줄 알긴 뭘 알아. 세상 모르고 자더만....


그리곤 피식 웃음이 났다.


" 민혁이는요? "


" 몰라요, 자나봐요"


제집인 듯 화장실도 잘 찾아 들어간다.


민혁인 아직도 세상모르고 자네..


배에만 덮어줬던 이불을 밤새 푹 덮고 얼굴만 내놓고 자고 있다.


이것두 맛이 갔구만...


햇살이 한 것 들어와 앉은 얼굴이 문득 아기 같다는 생각을 했다.


정말 순수하게 잘 생긴 얼굴이다.


 매끈한 윤곽선에 정말 멋드러진 콧날!


 갑자기  그의 얼굴이 만져보고 싶어졌다.


그가 깰까봐 조바심을 내면서 살짝 만졌는데 심장이 막 뛰었다.


그랬더니 그가 눈을 뜨고 나를 바라본다.


마치 기분 좋은 꿈을 꾸다 깨어난 소년처럼...


혹시 안자고 있었던 건 아니겠지?


이상하게 도둑질 한 사람처럼 들키지 않았을까 하는 불안감이 들었다.


" 일어났어? "


일어나서는 바로 정신이 안 드는 듯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 무슨 술을 그렇게 많이 먹어?"


" ..."


" 나 어제  어떻게 왔어?"


" 야, 어떻게 온 지도 모를 정도로 술을 마셔. 너 이렇게 술 먹는 거 첨 봐, 무슨 일 있어?"


" 미안해, 누나."


" 무슨 일 있는 거 아니지?"


" 응..."


" 어제 고등학교 동창회를 했는 데 개판이놈이 한 턱 쏜다고 해서... 난 안 마시려구 했는데 개판이가 자꾸 권하잖아. 그놈이 자꾸 권해서...안 먹을 수도 없구."


그랬겠지, 역시 개판이가 문제야~


"  자식, 일어나자 마자 마누라한테 다 꼬득이냐? "


" 저 자식 결혼하드니 완전 쫀돌이 됐네."


" 어, 너 언제 왔어?"


" 임마, 내가 어제 너 여기까지 데려왔잖아. 진짜 너 많이 취했었구나."


" 그랬나... "


" 그리구 재수씨 억울한데요, 저놈이 원래 술이 약해서 그렇지 저 몇 잔 안 권했어요"


" 술이 약한 줄 아시면 주량에 맞게 권하셔 야죠."


" 아이구~ 이거 결혼 안한 사람 서러워 살 것나. 그래요 다 내 잘못입니다."

 


식사를 끝내고 둘이 나가는데 개판이가 지갑을 열어 보더니 돈이 비나보다.


" 어... 이상하다. 분명히 여기 수표가 한 장 있었는데..."


" 내가 어제 분명히 은행에서 찾아 왔는데, 이상하네... "


난 순간 주려구 했다가 개판이 한 짓이 얄미워서 모른 척 했다.


그렇게 정신 없이 술 먹는 놈들은 한 번 당해 봐야돼.


그래야 담부터 주의하지.


개판인 계속 고개를 갸우뚱하며 어디 흘리지 않았는지 계속 머리를 굴리고 있다.


그리고 며칠 후 난 유유히 그 수표를 들고 은행으로 향했죠.


그리곤 입금 후 현찰로 바꾸려는 찰나... 흑 흑 흑.


 부도 수표처리가 돼서 글쎄 경찰서에 가서 조사 받았어요.


 그 놈이 수표번호를 외우고 있었나봐요.


개판이가 왔고 그리구 민혁이두 와서 처리했죠.


 진짜 막 말루 완전 쪽팔림 이예요.


개판이 저게 또 민혁이 에게 귓속말을 해대며 낄낄 거려요.


아이 창피해.


근데 사실 내가 크게 잘못한 것두 아니죠.


어쨌든 지가 준거잖아요.


민혁이 표정이 어땟냐구요.


왜 그렇게 사고치구 다니냐며 황당하구 웃기 다구 웃어요.

 

개판인 그렇게 내! 인! 생! 에 껴들기를 시작했어요~

 

 

 

 

 

 

 

11.  사공 가의 사람들?!!

 

 

 

 

 

난 센터에서 이제 누구에게나 부러움을 사는 존재가 됐다.


우리 소장님이 어찌나 민혁이 칭찬을 했던지...


지금도 데스크 아가씨들의 질문공세에 시달리다 들어왔다.


지금 가마에 굽는 자기만 꺼내면 퇴근해야지...


음악을 틀어 놓고 차 한잔 마시며 무심코 책상 위의 달력을 보는데...


아뿔싸! 오늘이 어머님 생신이다.


결혼하고 첫 생신인데 깜빡 할 뻔했다.


그래도 다행이 많이 늦지 않았다 싶어 민혁이 에게 전화를 했다.


" 여보세요? 민혁아, 누나!"


" 어, 웬 일이야?"


" 깜빡 했는데 오늘이 어머님 생신이네. 어쩌지?"


" 그래, 그럼 지금 몇시야?"


" 지금 3시!"


" 그래, 이따 저녁때 가면 되겠네"


" 그럴까? 근데 선물은?"


" 선물! 누나, 내가 좀 바쁜데 누나가 좀 사오면 안 될까?"


" 누나, 미리  가 있어, 내가 좀 늦게 끝날 수도 있어서 그런데..."


싫은데...
그도 없이 그의 집에 가는 건 무섭다.


그의 어머니, 아니 그의 가족들이 날 탐탁하게 여기지 않기 때문이다.


" 저기, 혼자 가기 그런데... 내가 병원 앞으로 시간 맞춰서 나갈게"


" 그럼, 일단 와서 전화해"


많이 바쁜지 더 얘기를 못하게 끊어 버린다.


일면 섭섭한 감이 들었다.


선물은 뭘 사지?


자칫 잘못 샀다간 핀잔 듣기 일쑨데...


백화점을 다 돌아봐도 마땅한 것이 없다.


그래서 고민 끝에 스카프를 하나 샀다.


그것도 무시당할까 싶어 좀 값나가는 것으로 준비했다.


그리곤 그의 병원 앞에 가서 핸드폰을 했다.


한 30 분쯤을 기다렸나...


그가 통 나오지 않는다.


들어갈까 하다가 행여나 나오겠지 하는 맘에 들어가지 않고 기다린 게 그렇게 됐다.


덥구 다리도 아프고 짜증이 났다.


그가 나왔다.


" 에이 더운데 왜 이렇게 늦게 나와 벌써 저녁시간도 한참 지났잖아"


" 왜, 짜증이야, 내가 늦는다고 했잖아, 그래서 먼저 가라니까."


" 됐어, 빨리 가자"


우리는 차에 올라타고 한참을 말이 없었다.


"근데, 어머님께는 연락 드렸니?"


" 아니, 누나가 안 들였어? "


" 아니..."


오늘따라 유난히 신호에 잘 걸리는 차를 보며 난 또 짜증이 났다.


그의 어머니는 안 그래도 트집 잡을 일 없나 난린데 이렇게 어정쩡한 시간에 나타나면 또 얼마나 빈정거릴지 눈에 선하다.


" 에이, 진짜 오늘따라 차는 또 왜 이렇게 막히는 거야? "


" 오늘따라 왜 이렇게 짜증이야?"


" ..."


" 야, 좀 저쪽 차선으로 가. 저기는 잘 빠지잖아."


순간 그가 차를 세우고 움직이질 않는다.


뒤에선 빵빵거리고 난린데...


난 처음으로 그의 고집스런 면을 봤다.


" 알았어. 미안해, 천천히 가자."


어차피 늦었는데...


그제 서야 차가 움직인다.


난 순간  무슨 씹지 않은 감자덩어리를 삼킨 것처럼 가슴이 답답하고 목이 메어왔다.


그렇게 그의 집에 도착을 했을 때는 다소 늦은 저녁이었다.


정원에 근사하게 식탁이 차려져 있었다.


그의 어머니는 민혁일 보더니
" 아이구 우리 아들이 엄마 생일을 잊지 않았구나, 역시 넌 효자야!"


하더니 나를 보자 금방 표정이 냉냉해 졌다.


" 바쁠텐데 뭘 왔니?"


" 오빠! 나야!"


" 어머 이게 누구야, 너 다린이 아냐?"


" 안녕하세요? 어머니"


어머니?...


"너 유학 갔다더니 언제 왔어? 어머 얘 더 예뻐졌다. 얘."


" 근데 어머니 아버지는?"


" 저기들 오세요."


" 아이구  오랜만이 왜다. 사공사장..."


" 아이구 회장님, 정말 오랜만에 뵙습니다."


" 어머 사모님! 뭘 이런데 까지..."


" 아이구 우리가 어떤 사인데, 이런 날 안 오면 언제 옵니까"


우리 어머님이 연신 미스코리아들이 짓는 웃음을 지으며 맞이한 이 사람들은 누구인가?


그리곤 그 사모님이 날 한 번 흘깃 보더니
"누구?"


" 얘, 넌 들어가서 물 좀 가져오너라."


어머님 말씀.

 


그렇게 식사는 시작됐다.


한 식탁에 둘러 앉은 사람은 아버님, 나, 민혁이, 그리구 어머님,사공재희(민혁의 여동생), 여야 하는 데 오늘 특별 손님으로 참여한 이 사람들은  누구인가?


느낌상으론 굉장히 친분이 있는 사인 데...


" 오빠, 결혼했다며?"


" 응"


" 저기 저 사람이야?"


저기 저 사람? 어머님 심부름하느라 빈자리에 앉다보니 민혁이 옆자리에도 앉질 못했다.


" 아이, 사모님 차린 건 없지만 많이 드세요? 뭐 고기 좀 더 드릴까요?"


대화의 진행을 막아보려는 우리 어머님의 교양미 넘치는 센스발언!


갑자기 기분이 씁쓸해 졌다.


" 근데, 다린아 너 어쩌냐? 니가 어려서부터 결혼하겠다던 우리 오빠가 너 없는 새에 벌써 장가를 가서"
사공재희의 돌출발언에 당황한 어머니, 사공재희에게 눈짓을 준다.


어머님의 그 눈짓은 나를 의식했다기보다 사모님을 의식해서 한 것 일거다.


그래도 기죽을 사공재희는 아니지?


" 골키퍼 있다고 골 안 들어가냐? 잘 해봐. "


그리곤 다린이만 듣게 작은소리로
"꼴키퍼가 부실해서 아마 잘 들어갈 거야" 재희 옆에 앉았던 나는 작은 소리였으나 들을 수 있었다.


" 재희야, 가서 식탁 위에 있는 고기 좀 더 가져와라"


" 싫어 왜 내가 해? 언니도 있는 데."


" 제가 가져 올께요"


" 어 그럴래? 아니야, 재희야 얼른 갔다와"


어머님이 엄하게 노려보시자 재희 입이 댓 발은 나와서 간다.


" 우리 다린이 혼처 자리 좀 알아봐 주세요? 재희 말마 따나 나도 은근히 민혁이 하고 짝이 됐으면 했는데 ..."


다소 기분 나쁘다는 표정을 지으며 사모님이 말씀하신다.


"그러게요, 두 녀석 어려서부터 서로 결혼한다구 하더니 크니까 다른가? 저두 회장님하구 사돈 하면 집안도 걸맞고 좋겠다 싶었는데, 그게 참 아쉽네요."


우리 아버님도 내심 서운하신가 보다.


약주가 한 잔 되셨는지 은근히 속내를 내 비친다.


어머니 표정은 더 장난 아니시다.


" 아참, 어머니 제가 어머니 생신 선물을 준비했는데..."


다린이가 어머니를 위해 생신선물을 준비 했나보다.


"이거 별거 아니 예요. 제가 이태리에 있을 때 어머님 생각이 나서 산 거예요."


" 아니 뭐 이런 걸 다, 얘 너무 예쁘다. "


" 올 가을 유행 스타일이래요"


" 아유, 올 가을은 다린이 덕에 센스 있게 보내겠네"


뭐야. 스카프다. 그래서 난 선물을 꺼내 놓을 수가 없었다.


오늘 진짜 일진이 안 좋네.

 


식사를 다하고 다들 과일과 차를 마시는 중.


설거지는 내 차지.


오히려 속 편한 것 같아 편안한 맘으로 설거지를 했다.


그런데 문득 사공 가의 가장 어른이신 할머님께 인사를 못 드렸다는 생각이 났다.


어~ 할머님은 식사는 하셨나?


식사시간이 많이 지났는데...


할머니 방으로 갔다.


" 할머니 "


방문을 여니 할머니가 누워 계신 것 같아 불을 켰다.


그랬더니 글쎄 할머니가 눈을 말똥말똥 뜨고 창 밖을 바라보고 계신다.


" 할머니 식사는 하셨어요? "


할머니를 일으켜 드렸다.


"어 벌써 저녁이야? "


" 네,"


 " 늙으면 죽어야지 하는 일 없이 밥만 축내구 앉아서는... "


" 무슨 그런 말씀을 하세요?

"
" 제가 얼른 밥 차려 올께요."


냉장고를 뒤져봤으나 할머니가 드실 만한 음식은 없다.


그래서 나는 간단히 밥을 끓여서 죽처럼 만들어 가져갔다.


" 할머니 이거 드세요."


" 요즘 통 입맛이 없어, 이제 갈 때가 됐나봐."


할머니의 몸은 정말 살이 다 빠지고 뼈만 남아 있었다.


순간 눈물이 나려 했다.


할머니는 언제부턴가 이렇게 골방신세를 지고 계셨으리라.


식사는 제때 차려 드리는지 의문이다.


우리 어머니는 사회사업 하시느라 바쁘시고.
그 사회사업이 바로 식사 거르시는 불우 노인들 식사 챙겨드리는 걸지도 모르지...


본인 시어머니는 굶는지도 모르면서...


" 할머니, 자 한 입 드셔보세요."


한 입 받아 드시고
" 아이구, 뭐가 이렇게 부드러워, 솔솔 넘어가는 게 맛있다."


" 제가 원래 솜씨가 좋아요 할머니. 자요, "


모처럼 할머니는 웃는 얼굴을 지어 보이신다.


할머니의 처지와 내 처지가 비슷해서인지 드시는 모습에서 아련함이 느껴진다.


그렇게 밥상을 옆에다 물려 놓고는 난 할머니께 고스톱을 가르쳐 드렸다.


치매 예방에 딱 이라지 않던가?


" 할머니 이거하고 이거 드셔 야죠."


" 네. 그거요."


둘이 친다기보다 나 혼자 북치구 장구치는 격이다.


" 아싸~ 할머니 싸셨어요."


" 자 그럼 이젠 제 차례예요."


" 아싸, 할머니가 싼 거 제가 먹었어요. "


" 피하나 주세요."


" 자, 스톱 이예요."


" 제가 지금 5점 났거든요."


" 할머니 오백 원 주세요."


이렇게 해서 할머니의 눈먼돈은 다 나한테 왔다.


할머니 미천이 바닥 난 것 같아 이번 판은 져드려야겠다고 생각했는데...


" 할머니 제가 도와 드릴까요?"


어느새 민혁이가 문간에 팔을 걸치고 서있다.


아까부터 와 있었나 보다.


내가 너무 게임에 열중해 있어서...


다른 땐 몰라도 고스톱 칠 땐 집중이 잘 된단 말야.


그리곤 앉는다.


아! 이거 고수가 왔네. 곤란한데...


" 야, 훈수는 안돼 "


" 훈수는 무슨 훈수"


" 누나도 양심이 좀 있어라, 아무리 돈이 궁해도 그렇지 민화투 밖에 못치 시는 우리할머니 돈을 따가냐? "


싱글거리며 웃으면서
" 누나는  돈이라면 아주 사족을 못쓴다!"  아마 개판이 사건을 얘기하는 것 같다.


" 이것 봐 벌써 수억 챙겼네! "


" 아니 그게. 내가 돈을 따려구 그런게 아니라..."


" 저기 원래 나이 많으신 분들은 이런 수준 높은 게임을 하셔야 치매 예방도 되고... 그리구..."


" 알았어, 얼른 패 돌려, 할머니, 제가 할머니 본전 다 찾아 드릴 께요."


" 그래그래, 우리 손자"


하면서 민혁이 얼굴을 아래위로 쓰다듬는다.


민혁인 기분이 좋아서 싱글벙글.


잘 몰랐는데 오늘 보니 민혁이가 할머니 정을 많이 받고 자란 것 같다.


사공집안에서 유일하게  정이 많은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해서 집에 오기 전 까지 할머니와 나 아니 정확히 얘기하면 민혁이와 나와의 숨막히는 게임은 진행되었고 할머니 주머니는 두둑해져가고 내 주머니는 점점 얇아져 갔다.


역시 민혁인 고스톱게임의 지존이야!


" 할머니, 재밌는 얘기 좀 해 주세요?"


" 재밌는 얘기?"


" 내가 무슨 재밌는 얘기가 있어. 젊었을 땐 많이 알았는 데, 다 까먹었어."


" 그럼 민혁씨 얘기 해 주세요?"


" 어렸을 때 어땠어요?"


" 왜 남의 과거사를 캐려구 그래?"


" 아니, 원래 나이 드신 분들은 옛날 일도 기억하게 해드려야 치매에도 안 걸리고 좋은 거야?"


" 그쵸~ 할머니"


" 네? 빨리 민혁씨 옛날 얘기 좀 해주세요."


" 맨날 말썽만 피우고 다녔죠?"


" 우리 민혁이가 왜 말썽을 피워?"


" 아냐, 얼마나 공부도 잘 하고 할미 말도 잘 들었는데..."


" 그챠, 우리아가"


" 그럼요, 할머니 "


집에 오려는데 할머니가 자꾸 언제 다시 오냐며 눈물을 글썽이셔서 나두 눈물이 나더라 구요.


그  기분으로 한 동안 멍하니 차창 밖 만 보며 왔어요.


" 누나, 오늘 선물 안 샀어?"


" ... "


" ..."


" 샀어..."


" 근데, 왜 안 들였어?"


" ... "


" ... "


" 그냥... "

 


집에 도착해서 옷을 가라 입고 나오는데 그가 맥주를 들고 올라왔다.


감격! 그가 이층에 올라 온 게 처음인 것 같은데...


" 누나, 더운 데 맥주한 잔 할래? "


술 두 못 마시면서 맥주는 엄청 좋아해?


그러구 보니 기분이 안 좋은가 보다.


집에서 맥주를 먹고 앉아 있을 때는 늘 기분이 안 좋았던 것 같은데...


" 그래..."


나두 기분 안 좋은데 잘 됐네...


그는 내가 작업할 때 쓰는 의자를 끌어다 쇼파 근처에 놓고는 앉는다.


난 쇼파에 앉아서 맥주를 마셨다.


" 미안해 누나, 그리구 고마워..."


" 응? 무슨 소리야?"


" 오늘일..."


" 오늘일? "


" 아아, 어머님 때문에... 신경 쓰지마, 어머님 그러시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 다린 인가 그 아가씨 보니까 나두 탐나더라. 그리구 원래 나 별루 안 좋아하시잖아 "


" ... "


말없이 창밖을 보며 맥주를 마시던 그는 주저리 주러리 자기 얘길 한다.


" 우리 할머니도 참 많이 늙으셨다. 할머닌 내 어머니 같은 존재였는데..."


" 다린이가 누군지 궁금하지 않아?"


궁금하지! 궁금하구 말구.


" 아니, 뭐... 그냥. 얘기하기 싫음 안 해도 돼"


" 아니야 뭐 별 얘기도 아닌데..."


"다린 이네와는 어렸을 때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야. 우리 아버지 사업을 많이 도와 주시고 하셨나봐. 지금도 도움을 많이 받고 계실 꺼야."


" 그래서 우리 엄만 내가 다린 이와 결혼하길 바라셨지, 그리군 그렇게 철석같이 믿고 계셨을 꺼야 "


" 그래? 그럼 다린 이와 결혼하지? 내가 볼 땐 예쁘고 매력적이던데"


"  엄마가 좋아하는 여자라서 싫었어"


"..."


" 내가 어렸을 적부터 엄만 집에 계시질 않았어. 그래서 난 늘 할머니와 함께 지냈지."


" 우리 엄만 좋은 며느리도 아니고 좋은 엄마도 아니 였어. 본인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만."


" 늘 남 돕는 일에만 바빴지 집안 일은 아랑곳없이 "


" 웃기지 않아, 아마 내가 초등학교 때 우리엄마가 했던 단체이름이 '행복한 가정 만들기 '였지 아마. 그거 하느라 엄마는 늘 내가 잠든 후에야 들어오셨지."


" 난 그런 엄마가 싫었어. 남들이 자길 어떻게 생각할 까 하는데 만 생각이 있는 사람이야 "


" 그래서 언제부턴가 난 엄마가 원하는 것과 꼭 반대로만 했지"


" 내가 의사가 된 것도 그 때문이야"


" 우리 아버지, 어머닌 내가 경영학을 공부해서 사업을 물려받기를 원하셨거든"


" 부모님 말씀을 들었더라면 난 아마 다린이와 같이 유학을 떠났을 거야. 그리곤 다린이와 결혼했겠지."


" 난 하루라도 빨리 부모님으로부터 경제적으로 독립하고 싶었어. 그래서 택한 게 의사야"


" 그럼 나랑 결혼한 것도 엄마가 무지 싫어하는 일을 하느라 그런 거야?"


" 꼭 그런 건 아니야."


" 무슨 뜻이야?"


" 그냥... 담에 기회가 있겠지.."


한번도 그가 직접 자기 얘길 들려 준 적이 없었는데 이렇게 가까이에 앉아서 그의 얘기를 들으니 막 심장이 뛰어서 죽는 줄 알았어요.


너무 가까이 앉아 있고 조용해서 맥주 넘어가는 소리도 무안할 지경이예요.


얘기하는 내내 그가 나를  아련한 눈빛으로 쳐다봐요.


전에는 느껴보지 못했던 뭔가 느낌이 있는 눈빛!!


예전과는 달리 내가 그의 맘속에 조금은 뭔가 다른 느낌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게 아닐까요?


민혁이에게 할머니가 그런 존잰지 몰랐는데...


앞으로 더 자주 찾아 뵈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점수 따게요.


" 누나..."


" 응 "


" 누나 그거 알아?"


" 뭐? "


" 누나도 참 특별한 데가 있어 "


 내 얼굴을 잠시 쳐다보더니 슬프게 웃어요.


 그리곤 민혁이가 일어나서 내 작품이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 이거 다 누나가 만든 거야?"


" 응. 그냥 별루야 "


" 왜, 내가 보기엔 너무 근사해 보이는데 누나 정말 멋있다."


" 근데 누나는 전시회 같은 거 안해? "


" 전시회, 그런 거 하려면 돈이 많이 들어. 물론 초청 전시회 같은 것은 공짜지만 그런 건 쉽지 않구 "


" 장소도 그렇구 여러 가지가. 작품두 아직 변변한 것두없구"


" 그렇구나! 잘 몰랐네."


" 누나, 나와 봐, 저기 별 있다."


그가 베란다로 나가 하늘을 가리켰다.


내가 우울할 때마다 혼자 바라봤던 그 별이다.


근데 오늘은 그 별을 민혁 이와 둘이 바라보다니...


오늘은 운수가 나쁜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운수 좋은 날이네.


" 신기하다. 누나. 왜 이 넓은 하늘에 딱 저 별 하나만 떠 있지?"


" 그러게... 꼭 나 같기 두 하구 너 같기 두 하다..."


" 무슨 뜻이야?"


" 어?  그냥...외로워 보이잖아."


그가 무슨 뜻인지 의미를 알았는지 날 슬프게 쳐다봐요.


그리곤 한 팔로 내 어깰 감싸주면서 별을 올려다 보내요.

 

 

 

 

 

 

~~~~ 헉헉헉 너무 긴가요 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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