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가끔 엄마를 보면 내가 쓰레기가 된 거 같은 기분이 들어

ㅇㅇ |2020.08.15 05:06
조회 184 |추천 0
 맨날 올라오는 글만 주구장창 보다가 글은 처음 써봐. 짧은 방학을 맞이하게 된 평범한 고3이고, 내신이 애매해서 수능을 놓지 못하고 있는 흔한 학생이야. 이렇게 늦은 새벽, 뭐 거의 아침인데..ㅎㅎ 눈이 너무 피곤해서 자려고 해도 잘 수가 없어서 끄적거리고 있다. 두서 없어도 시간 있는 사람은 읽어주라
 다들 '엄마'하면 무슨 감정이 들어? 난 좀 애증..?같은 느낌이야. 분명 엄마를 사랑하는데, 동시에 미울 때가 너무 많아. 사연 없는 가정이 어디 있겠냐마는 내 얘기를 좀 쓰자면, 우리 엄마는 가게를 운영하셔. 작은, 회사 근처에 있는, 식당이야. 우리 엄마는 내가 중2때부터 시작해서 아빠와 이혼 소송을 거쳐 내가 중3 졸업할 때 쯤 이혼을 하게 됐어.  사실 기억이 흐릿한 어린 시절, 엄마아빠 같이 살던 때에도 딱히 행복하진 않았어. 엄마아빠는 매일 돈때문에 싸우고, 아빠는 자존심만 센 사람이었어. 그래서 아빠가 사업이나 투자하겠다고 엄마와 외가댁으로부터 돈 받아서 날린 것도 몇천은 돼.(내가 아는 것만) 또, 내가 초4 때 아빠가 엄마를 죽일듯이 팬 적이 있어. 지금도 생생해. 자다가 유리창 다 깨지는 소리, 엄마 머리에서 피가 줄줄 흘러 피눈물이 적시던 그 얼굴, 멍든 무릎, 칼 들고 죽일 것 같은 아빠의 모습. 그럼에도 엄마는 내가 어리다는 이유로 이혼을 안 했어. 언니는 이혼하라고 했는데, 나도 그때 이혼하라고 그랬으면 엄마가 좀 더 빨리 벗어날 수 있었을까?라는 죄책감에 시달리곤 해. 엄만 그 시절 염산이었나, 락스였나, 먹고 자살하려고 한 적도 있거든.
 엄마는 막내인 나를 가지고, 잃은 게 많아. 날 임신했을 때 아빠가 날 지울까봐 몇달동안 임신 사실을 숨기고, 입덧을 참아가면서 사셨대. 후에 낙태도 못할만큼 내가 커졌을 때 아빠는 엄마가 먹고싶어하는 음식 같이 한번 먹으러 가준 적도 없대. 날 가지면서 임신중독증, 고혈압, 약해진 뼈 등등 잃은 게 참 많네. 그렇게 나를 제왕절개로 10달 못 채우고 죽을 고비 넘기고 낳으셨어. 아, 이 얘기를 안 했네. 우리 엄마는 아빠가 '애딸린 이혼남'인 줄 모르고 결혼하셨어. 아빠는 사실 직업조차 없는 큰아들이었는데, 요즘으로 치면 사기결혼이지. 근데 당시에 '여자는 두 집 마당 밟아선 안 된다'라는 외할머니 말씀때문에 그냥 사셨대.
 여튼 내가 이런 것들을 생각할 때면, 우리 엄마가 너무 불쌍해. 너무 미안해. 근데 동시에 '그냥 나를 낳지 말지.'라는 생각을 해. 우리 언니 한 명 낳고, 더 낳지 말지..이런 생각.  내가 막내라서 편하다는 이유로 항상 나에게 모든 감정을 쏟아내셨어. 어릴 때는 기분이 안 좋으셨을 때, 내가 나물을 먹지 않는다는 이유로 파리채 들고 도망가는 나를 때리면서 쫓아오시고 그 밤에 나를 대문 밖으로 내쫓았어. 이게 내가 유치원 다닐 때인데, 엄마가 나 오줌도 못 싸게 하던 그 때가 너무 생생하네. 내가 어느정도 크고 나서 난 그냥 감정쓰레기통이 되었어. 가게 일이 힘들다는 거 너무 잘 알아. 근데 "내가 혼자 벌어 처먹으려고 이 일 하냐? 니들 때문에 하는거잖아.", "느그 아빠한테는 안 그러고 나한테만 그래?", "내 말투가 뭐. 내 말투 원래 이렇다.", "니는 엄마가 힘든 건 안 보이냐?", "왜 닌 엄마를 도와줄 줄 몰라?" 이런 말들을 그냥 막 하실 때가 있어.
 난 중3때부터 엄마 가게일을 도왔어. 고2때는 못 도와드렸는데, 고3 올라오는 올 겨울방학동안 가게일을 도왔어. 도왔다기보다 그냥 내가 종업원이었지. 동시에 주방 보조도 같이 했어.   내가 서툴러서 많은 도움이 됐을지는 모르겠지만. 아침11시부터 밤10시까지, 점심시간과 저녁시간엔 손님들이 몰리고, 나머지 시간은 치우느라 하루를 다 쓰고 체력도 남아있질 않지. 근데 이번 짧은 여름방학 때도 도와달라고 하셔. 요즘 재료값도 너무 오르고, 알바하는 언니도 조금만 쉬고싶다고 한다고 나보고 대신 일 좀 하래. 수능도 100일 조금 넘게 남았는데. 고3이 뭐 대수냐마는, 엄마가 나한테 하는 말과 눈빛이 비수가 되어 날아와. 철없긴 하지만, 싫은 티 냈어. 하기 싫다고. 근데 엄마가 표정이 싹 변하시더니 "니는 왜 맨날 엄마를 생각 안 해줘? 나였으면 걱정돼서 바로 도와주겠다. 닌 왜 그래?" 격양된 목소리로 매번 같은 눈빛이지만 적응이 안되는 무서운 눈빛으로.
 근데 또 가끔 나한테 미안하다고 하셔. 엄마가 나한테 화내는 건 다 내가 편해서 그런거라고. 그러다가도 돌변하시면서 나한테 상처 주는 말을 스스럼없이 하셔. 본인은 내가 상처받는 줄도 모르고. 사실 말뜻 자체보다, 눈빛과 말투에서 더 큰 상처를 받아. 나도 내가 하고싶은 말이 너무너무 많은데, 엄마의 인생을 가늠해보면 말을 함부로 할 수가 없어. 그래서 그냥 참아. 그게 벌써 기억하기로는 12년쯤 되네. 한 번 터뜨렸는데, 꼭 그런 순간엔 사과가 없어. 터뜨렸다고 해도, 엄마는 왜 나한테 그렇게 상처를 주냐, 나도 힘들다. 그랬는데. 바로 방에 들어가서 막 우시더라고. 그럼 또 죄책감 들어.
 나 너무 헷갈려. 난 진짜 못된 년인가, 다른 힘든 사람들 많은데 너무 복에 겨운 고민인건가. 다 비슷한데 내가 너무 유난 떠는 건가.
 우리 언니한테는 그렇게 화낸 적이 없는데. 언니 고3땐 맨날 밥도 맛있는 거 차려줬는데. 난 어릴 때 새옷도 사입은 적 없는데.
 우리 엄마도 피해잔데. 그러니까 나 이러면 안 되는데. 근데 너무 괴로워. 내가 엄마랑 너무 닮았대. 엄마가 그렇게 말씀하시더라고. 그래서 내가 아픈 손가락이래. 근데 나한테 왜 이래? 이런 감정들이 드는 게 너무 쓰레기 같아.
추천수0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연예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