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15살학생입니다. 고민이 좀 길어서요ㅠ 꼭 다 읽어봐주시고 조언해주셨으면 좋겠어요 글이 두서없어도 이해해 주세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샤워를 오래 하는 습관이 있었어요. 급한 일이 있을 경우를 제외하면 최소 30분 이상 샤워를 합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날은 2시간 넘게 샤워를 한 적도 있어요. 습관이라고 하기도 뭐하지만 이거 때문에 아빠한테 돈 아깝다면서 자주 혼나기도 했어요. 이게 제 유일한 고민이었다면 참 좋았겠네요.
진짜 고민은 이게 아니에요. 저는 이혼가정에서 자랐어요. 아빠와 저, 그리고 쌍둥이 남매와 함께 살았어요. 엄마와 아빠는 성격차이로 갈라지셨는데 제 성격과 외모가 엄마를 닮아서 소심하고 내성적이고 그래요.
(mbti 유형 중 infp 유형이에요) 반대로 아빠와 제 쌍둥이 남매는 얼굴도 비호감으로 닮았고 성격 또한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이에요. 글로 표현하려니 잘 못하겠는데 그 사람들이랑 말을 하면 누구라도 짜증이 날 거에요. 농담을 농담으로 못알아듣고 무슨 말만 하면 토론의 장을 열어서 주변사람들 불편하게 만들고요. 소위 사람들이 말하는 소시오패스나 나르시시스트 같은 그런 사람들이에요. 제 할머니도 그런 성격이세요. 엄마가 왜 이혼을 했는지 알거같아요.
근데 이게 샤워랑 무슨 관련이 있느냐면요. 제 성격이 위에서 말했던것처럼 내성적이라 혼자 있는 걸 좋아해요. 그런데 아빠는 저를 감시하고 통제하려고 해요. 방에 cctv를 단 적도 있었고요. 제 방 문을 아예 떼 버린 적도 있어요. 그러다 보니 저는 도저히 버틸 수가 없더라고요. 도망친 곳이 화장실이었어요. 화장실에 가면 적어도 노크는 할 테니까요. 화장실에 있는 시간과 자는 시간이 하루 중 혼자 있는 시간의 전부였어요. 화장실에서 저는 모든 스트레스를 풀어야 했어요. 아빠한테 아무리 혼나고 해야 하는 숙제가 있어도 샤워는 꼭 오래 했어요. 샤워하는 동안에는 울어도, 웃어도, 춤을 춰도, 작게 노래를 불러도, 물만 틀어놓고 게임을 해도 아무도 몰랐어요. 화장실을 나가는 순간 지옥으로 돌아가는 거였어요.
그런데 몇개월 전부터 이상해진게 있었어요. 샤워를 하러 화장실에 들어갔는데 뭔가 위화감이 들더라고요. 머리도 아프고 어지럽고 눈에 헛것이 보였어요. 꿈을 꾸는거 같았어요. 정신을차려보니까 샤워부스 안쪽 벽에 기대 있었어요. 몸을 일으키고 샤워를 시작했어요. 물 온도를 맞추고 샤워기를 꽂아넣고 물을 맞기 시작했어요. 그러고 화장실을 쭉 둘러봤는데 갑자기 눈물이 나오더라고요. 그때는 그냥 내가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어서 그런가보다 했어요. 그런데 그 다음부터 계속 이상한 일들이 일어났어요. 샤워하려고 들어갔는데 정신 차려보니까 옷도 안 벗고 물을 맞고 있다던가, 갑자기 샤워기가 사람처럼 보인다던가, 물을 받아 놓은 세면대에 얼굴을 넣고 한계까지 숨을 참는 짓을 여러번 반복한다던가 같은 일이 계속 일어났어요. 제 의지는 아니었어요. 사실 기억이 잘 안나는데 어떤 충동이 갑자기 들었던것 같아요. 내가 드디어 미쳤구나 생각했죠. 그런 행동들은 날이 갈수록 심해졌어요. 지금도 그래요. 꼭 샤워 목적이 아니더라도 화장실만 들어가면 샤워기가 제 쪽을 쳐다보고 있어요. 그리고 말을 걸어요. 말을 건다는 표현이 잘 안 다가오실 수 있는데, 뭔가 마음속을 건드린다고 해야되나. 영혼이 자꾸 그쪽으로 간다고 해야되나. 정신을 잃을거 같더라고요. 글로 쓰니까 미친사람같고 좀 웃기기도 하네요. 샤워기가 쳐다본다니......
최근에 샤워기 유충 사건 아시나요? 그사건 이후에 아빠가 샤워기를 바꿨는데. 그 이후로 증상?이 사라졌어요. 뭔가 적응이 안 되서 새로 바뀐 샤워기로 며칠동안 샤워를 하다보니까 .. 전이랑 똑같은일이 또 계속 일어나요. 샤워기를 들고 있던 손에 갑자기 힘이 빠진다던가 갑자기 물이 꺼진다던가 샤워기가 말을 한다던가 같은거요. 그럴 때마다 전 멍해지고 제가 제가 아니게 돼요. 예전 샤워기가 그립기도 하고요. 제 인생에 가장 도움이 된 아이니까요. 전 샤워기랑 대화를 한 걸까요. 저한테 말하고 싶은게 뭘까 저도 궁금해져서 저도 말을 걸어요. 미친것같죠. 가끔은 화장실이 아닌 곳에서도 물건들이 말을 하는것 같아요. 근데 그런건 들어보면 대부분 다 욕이더라고요. 죽으라든지 너같은건 필요없다느니 같은 소리가 마음속에 들어와요. 그래도 참습니다. 가정환경 때문에 참는 데엔 도가 텄으니까요. 화장실이 제 진짜 집 같습니다. 제가 혹시 사람이 미치게 되는 과정을 밟고있는건지 싶어요.
조언좀해주세요.
그냥 글로만 써도 마음이 풀리네요. 지금도 화장실이 거실에 있는데 당장이라도 뛰어들어가 물 틀고 싶네요. 읽어만 주셔도 괜찮고 미친놈 웃기다고 하셔도 괜찮아요 읽어주셔서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