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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파업으로 간호사들한테 일 넘기지 말아달라는건

|2020.08.26 20:46
조회 836 |추천 19

단순히 간호사들이 의사일까지 하느라 업무가 배가된다 그런 뜻이 아닙니다.

간호사가

심전도 찍기
오더 처방내기
동맥혈관잡기(정맥혈관주사 말고 따로있음 동맥혈압재고 채혈하는거)
ABGA하기(위에혈관 안잡은사람)
중요한 검체채취
중심정맥관 제거

이런 의사 일 하는거 간호사가 배워본 적도 없을 뿐더러
의사가 아닌 간호사가 하는게 '불법'입니다.

의사 없는데 의사일은 누군가는 꼭 해야 하는 상황...
그래서 지금 간호사들이 불법인거 알지만 어쩔 수 없이 의사 일 하는 것 입니다.

저도 이전에 일할 때 비슷한 일을 겪은 적이 있습니다.
새벽에 근무하는데(나이트 근무)
환자 상태가 너무 좋지 않은데
기관내삽관 인공호흡기 한 상태에서도 너무 힘들어해서
환자를 빨리 진정시켜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럴 땐 보통 미다졸람이나 모르핀이라는 약을 써서 환자를 재우는데
당직의에게 노티해서 모르핀을 쓰게 되었는데 약을 쓸 때만 잠깐 진정됐다가 한 10분 있으면 다시 깨어나서 너무 힘들어하고 하는 일이 반복됐지요.

당직에게 와서 봐달라고 선생님이 직접 보셔야 하는 환자상태라고 몇시간동안 내내 요청했지만 당직의는 와보지도 않고 약만 주라고 하고,
그 모르핀도 병동 비품이 다 바닥나서 원내약국에서 새로 받아와야 했는데
당직의사(레지던트)에게 마약 오더를 내달라고 해도 끝까지 안내더군요.(오더가 있어야 약국에서 약을 받을 수 있습니다. 오더가 없으면 약국에서 절대로 마약 안줘요... 다른 부서에서 빌려올 수도 없구요. 수령시간 잔량 다 체크해서 절대로 못빌려줍니다. 없는 약을 썼다고 표기도 못하구요. 그거 했다간 경찰서가서 조사받아야해요.)
예전에는 그럴 때 당직인턴에게 대신 약물오더를 내달라고 하는게 가능했지만,
어느순간부터 인턴이 자기 환자도 아닌데 오더 대신 내는거 안되는 거로 바뀌어서
그땐 정말 당직의에게 의존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환자는 정말 숨쉬기 힘들어하고 맥박은 130-140 이러고
근데 당직의는 환자한테 모르핀 주세요 하면서 약 없어요 오더좀 내주세요 하니까 낼께요 하면서 안내고
진짜 참다못해서 당직실로 갔지만 없었습니다.
CPR방송도 안났는데 대체 뭐가 바빠서 어디에 가있는건지.
제 근무부서가 중환자실이라서
제일 바쁘고 환자상태 안좋을 곳은 저희밖에 없었는데
대체 어디에 가있던건지.


그리고 그 환자는 제 근무 끝나자마자 CPR나서 1시간만에 사망했습니다.
당직의는 결국 제 근무 끝날때까지 오지 않았구요.
CPR 나서야 교수님하고 같이 오더군요.



그때 너무 힘들더군요.
죄책감이 너무 심했습니다.
제가 그때 불법 저지를거 다 감수하고
불법인거 알아도 의사 아이디 비밀번호로 전산 접속해서
의사 이름으로 약물 처방을 냈어야 했는지.

그날 제 전화연락 받고 뛰어온 보호자들이
중환자실 자동문 막 두들기면서 제발 좀 열어달라고 울부짖었던게
아직도 기억이 납니다.

제가 그때 불법을 저질렀더라면
의사 아이디로 처방을 내서 받은 모르핀으로
심실세동이 생기기 전에 환자의 심장부하를 낮춰줄 수 있었을까요.

제가 의사 아이디로 처방 냈으면
그분은 살 수도 있었을 거란 생각에
아직까지도 너무 후회스럽습니다.
상태가 안좋은 분도 아니었고
새벽 2시쯤 갑자기 맥박 빨라지기 전까지
기관내삽관 한 상태에서도 저와 어느정도 고개 끄덕끄덕이나 손모양으로 의사소통까지 가능하셨던 분인데.


지금 간호사들은
불법인걸 알면서도 환자를 위해 해야 하느냐
아니면 그냥 원칙대로 오더가 없으니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어야 하느냐
그런 딜레마에 빠져있는 것입니다.

의사 파업이 옳다 그르다를 떠나서
간호사들이 단순히 업무 부담 심해져서 힘들다고 하는게 아니라는 걸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그럴거면 그냥 지금 자리 지키고 있다는 교수님한테
전산 메시지로 교수님 00오더내주세요 라고 필요한거 쭉 다 보내고
환자나 보호자가 아파죽겠는데 왜 아무것도 안해줘요 하면
의사 파업이고 의사 오더 없어서 약 못드려요 교수님이 처방 낼 때까지 기다려주세요
이러는게 더 쉽죠.
인공호흡기 환자 상태 안좋아지는데
인공호흡기 산소 올리지도 않고 동맥혈가스검사도 안하고(의사처방 필요)
그냥 환자 죽게 냅두겠죠.


그런데 사람의 마음으로
환자 그대로 그냥 두면 죽을꺼 뻔히 아니까
불법인거 알면서도 진짜 어쩔 수 없이 하는 거에요...
그리고 그런 상황이 빨리 해결되었으면 하는거구요.
불법이고 배우지도 않은걸 누가 자신있게 계속 하고 싶어할까요...

추천수19
반대수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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