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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지기 친구 글을 썼던 사람입니다

ㅇㅇ |2020.09.04 15:08
조회 18,238 |추천 44
약 두 달 전에 10년지기 친구에 대해 글을 썼었습니다. 친구와 저의 관계, 제가 어떤 마인드로 살았었고, 그 친구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구구절절 적었던 글이에요. 이어지는 글로 설정해 놔서 보실 수 있으니 들어가서 보실 분들은 보셔도 좋습니다.
다 읽지는 않았지만, 적어주신 댓글을 보니 주작이다 뭐다 하시는 분들 몇분과 저에게 정신병원을 권하시는 글들이 있더라고요. 주작이라는 말은 뭐... 믿거나 말거나 하는 마음에 쓴 글이었기에 타격은 없었지만 정신 병원 가 보라는 소리는 처음에는 이해가 안 되고 납득이 안 됐습니다. 
그 글을 쓰고, 당일에 올라온 댓글들을 읽고 나니 화가 너무 치밀어 올랐습니다. 그대로 어머니한테 전화를 걸어 울면서 하소연을 했습니다. 세상 사람들, 친구들 모두 나를 미친 사람으로 본다고. 나는 ㅇㅇ이(친구)가 걱정되는 마음에 오랜 시간 까이고 괴롭힘 당하고 무시받아도 그 친구 잘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했던 말들 굽히지 않고 해왔다. 근데 남들이 보는 모습이 이거냐며 몇시간을 하소연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어머니가 그러더라고요. 휴가 내고 한국 들어와서, 네 인생을 좀 제 3자의 시선으로 돌아보고, 어떤지 돌아봐야 할 것 같다고요. 그러자 마자 엄마한테 소리를 지르며 화를 냈습니다. 부끄럽게도 화가 많이 났어요. 내가 믿던 엄마마저 저를 정신병 환자라고 생각하니 분노가 조절이 안 되더라고요. 욕만 안했다 뿐이지 어머니 마음에 대못박는 소리를 하며 악다구니를 하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엄마가 울고 계셨어요.
어머니는 제가 이런 망상 비슷한 거에 사로잡힌지 좀 된 걸 이미 말고 계셨더라고요. 시작은 그 친구였으나, 제가 대학에 간 뒤로도 계속 제 열등감에 빠져 다른 이들을 깎아내리는 식의 말을 조언이랍시고 해 왔다는 것, 그 말에 상처입은게 ㅇㅇ이 뿐 아니라 수많은 사람이었다고 말해주시더라고요. 
정신을 차리고... 한국에 돌아왔습니다. 다행히 당시 제가 지내던 나라 공항도 재개되고, 비행기 표가 막 생기던 차여서 빨리 돌아올 수 있었죠. 홀린 듯이 직장에 자택근무를 신청하고(코로나 때문에 가능했어요) 짐을 챙기면서 멍하니 제 옛날을 돌아보니 혼란스럽기만 했습니다. 
그리고 2주의 격리기간 이후 의사선생님을 만나서 진단을 받았고, 저는 피해망상과 조현정동장애, 자기애 성격장애가 혼재되어 있는 상태라고 했습니다. 제가 정상적인 사회 생활을 한 게 신기할 수준이라고 하시더군요. 사회적인 지위를 유지해야 한다는 압박이 심해서 이러한 문제들이 회사나 직장이 아닌 주변인들에게 터져 나왔던 것 같다고 설명해주셨습니다. 무엇보다 모두 중증은 아니고 잠재 상태라 충분히 치료를 받을 수 있을 거라고 말씀해주시더라고요.
처음에는 너무 충격이었습니다. 제가 정신병 환자일 줄은.... 설마하는 마음이 있었지만 사실 아니라는 말을 듣기 위해 간 병원이었는데 혼란스럽고 힘들었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상처 준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치료를 받고자 했고, 지금은 의사선생님도 놀라워 하실 만큼 빠른 치료 경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받아들이고 변화하고자 하니 조금 더 빠른 결과를 얻게 되는 것 같습니다. 선생님 말로는 제가 아닌 척 하지만 무의식중에 스스로의 상태를 의심하고 걱정하는 경향이 있긴 했었던 모양이라고 하세요. 뭐가 됐든 빠르게 받아들이고 변화하고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글을 굳이 쓰고, 전 글을 지우지 않는 이유는, 혹시라도 저와 같은 생각, 마인드를 가지시게 되는 분들이 있다면 병원에 가셨으면 하는 마음 반, 그리고 제가 혹여나 다시 이런 행동을 했을 때 다신 그러지 않을 수 있도록 돌아보는 거울이 될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함 반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저 글의 주인공이었던 제 친구에게는 다시 연락을 했습니다. 며칠 전에요. 제 친구는 저를 흔쾌히 용서해주었습니다. 지나간 일은 지나간 일이고, 무엇보다 그런 문제가 있는 줄 알았으면 자기도 날선 반응으로 대응하기 보다는 너를 이해하기 위해 좀 더 노력했을 거라고 말해주더군요. 미안하다는 말은 듣고 싶지 않다 하니 그 친구도 미안하다기 보다는 네 반응과 상태에 어느 정도의 책암감을 느끼고, 네가 어서 쾌유하기를 바란다고 말해주었습니다. 친구는 진심으로 저를 용서해 주었고, 저는 제 친구에게 다 낫게 된다면 결혼식에 가도 되냐고 물어보았습니다. 거절해도 된다고 말 했고요. 친구는 잠깐 고민하더니 미안하지만 그건 그 때 가서 얘기해도 되냐고 얘기하더라고요. 크게 기대한 일은 아니고 내가 뭐라고 이런 말을 하나 싶어 말 해놓고도 약간 후회스러웠는데, 친구는 친구 가족들이 저에게 좋지 않은 감정을 갖고 있어 고민이 된다 하더라고요. 틀린 말이 아니라서 수긍하자 잘 얘기 해보겠다며 전화를 끊었습니다. 아마 초대받지는 못하겠지요. 하지만 그 친구가 이젠 정말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아, 그리고 여러분 말이 맞더라고요. 저와 그 친구는 친구가 아니라 지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는데.... 제 병 핑계를 대기도 참 창피하지만 그 때 저는 왜 그렇게 화가 나 있었던 거였을까요. 하하... 그 친구가 참 좋은 사람이라 다시 시작해보고 싶은데, 어렵겠죠. 그렇지만 제 업보라고 생각하고 더 좋은 인연 만들어 나가기 위해 다른 사람들과 더 노력해볼 참입니다. 
매일 약을 먹고, 마스크를 끼고 공원을 걷고, 장을 보고, 집에 돌아와서 청소를 하고, 하고 싶었던 취미생활을 하며 저 스스로를 돌보고 있습니다. 언젠가 저처럼 오랜 시간 길을 잃으신 분이 생긴다면 꼭 부디 스스로 판단하지만 마시고 주변인들의 말을 경청해보셨으면 좋겠어요. 코로나때문에 힘든 시간 보내고 계실텐데 좋은 하루 보내시면 좋겠습니다. 
추천수44
반대수1
베플ㅇㅇ|2020.09.04 15:35
원래 정신병은 본인만! 몰라요 님도 남들이 님한테 그렇게 말했을때 다들 미친거라고 이상하다고만 생각했잖아요. 님 글보고 본인도 반성해서 정신과에 갈 사람은 없을거예요. 님 글을 읽고 누군가가 ''아 내 주변에도 정신 이상한 애가 하나있는데..''라며 누군가를 떠올릴뿐이죠. 님도 엄마가 아닌 타인이 그런 얘길했다면 미친소리한다며 오히려 상대를 원망했을겁니다. 잘 해결되고 있다니 다행이긴 하네요. 근데.. 이미 지나간 관계에 미련은 두지 마세요. 님이야 그 친구와 깊게 지내고싶을지라도 알게모르게 님한테 상처받았을 님친구는 님처럼 쉽게 마음을 열긴 어려울거예요. 님도 계속 그 친구를 만나다보면 그때의 열등감이 다시 떠오를수도 있는거고. 새로운 인연들로 새로운 삶을 채워가시길 바랍니다.
베플ㅇㅇ|2020.09.04 21:16
잘 치료받고 있다니 다행입니다. 본인이 가장 힘들겠지만 조급한 마음 버리고 치료 잘 받으시구요, 그 친구분 결혼식에는 가지 않는 게 본인에게도 좋을 것 같습니다
베플ㅇㅇ|2020.09.05 09:26
판에서 조언해줘도 알아먹지 못하는 사람들 정말 많은데 그래도 님은 수용하고 개선을 하네요. 치료 잘 받고 행복하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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