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임신 17주 예비엄마에요.
아무 친구나 붙잡고 울며불며 얘기하고 싶지만 할 수가 없어 여러분께 이야기 해보아요. 서론이 길어질듯 하지만.. 호르몬 때문인지 뭔지 정말 마음이 너무 허해서.. 말할 곳이 없네요..
저는 서울 4년제 대학 졸업과 동시에 결혼을 했어요. 공부는 잘하지 못했어도 열심히 놀아보고 친구들과도 많이 놀아봤고 해외도 다녀보고 행복했던 시절을 보냈습니다. 가장 힘든 시기를 보내기도 했지만 그 시기 마저도 뜻깊은 경험이 된 그런 시절들이였습니다.
신랑과 저는 대단하게 잘 나가던 커플은 아니였지만 너무 사랑했고 좋은 일이 가득하던 중에 양가부모님의 도움 아래 축복 받으며 행복한 결혼 생활을 꾸려나가고 있어요.
저는 평생을 서울 외곽에서 살아왔고, 신혼집은 친정과 정반대인 수도권에서 지내고 있어요. 그래서 자연스레 친구들과도 자주 만나지 못하게 되었죠.
저희 신랑은 누구보다 좋은 남편이고 제 가장 친한 친구같은 사람입니다. 비밀도 없을 정도에요ㅎㅎ 힘들 때 힘이 되어주고 돈이 없어도 제가 힘든 날에는 제가 좋아하는거 마음껏 먹으라며 제가 웃을 일만 찾아서 기분 풀어주는 자상한 남편입니다ㅎㅎ
정말 예식비용 외에 안정적이지 못했던 저희 두사람은 각자의 방법으로 사회에서 자리잡으려 열심히 노력하며 살고 있었어요. 정말 가진거라곤 사랑과 집뿐이였지만 그 와중에도 저는 아기가 너무 갖고 싶었죠.
당연 신랑은 조금 더 자리를 잡고 안정적이게 되면 계획하고 싶어했지만 30대가 점점 다가오면서 20대 한명은 출산하고 싶은 마음이 강했어요. 제가 애기를 너무 좋아하기도 했구요..
---수정
4년제를 나오고 유학 경험이 있기에 경력을 쌓아야겠다는 계획과 정말 너무너무 원하는 2세 계획 사이에서 정말 많는 고민 끝에 제 미래를 포기하고 2세 계획을 결정했어요. 지금 경험을 쌓지 않으면 지금부터 몇년간은 어떤 경력도 없을테고 그럼 미래에 후회하지 않을까 혼자 많이 고민했습니다. 또한 없는 환경속에서 외벌이하게 될 신랑에게도 미안했구요.
그래서 결혼 전 미리 이사를 하고 하는데까지 해보자는 마음으로 직장을 구하고 짧지만 두군데를 다녔었어요. 맞지 않는 직장을 만나 짧고 굵게 좋은 경험하고 나오게 되었습니다.
---수정 끝
그렇게 결혼한지 6개월이 지나고 아이를 가지려 신랑도 노력해주기 시작했어요. 주변에선 하나 둘씩 임신 소식이 들려왔고 둘째를 준비하는 친구도 있었어요.
그 와중에 나는 젊어서 임신이 잘 되겠다 했는데 3개월을 노력하고 4개월을 노력해도 임신이 안되는 저에게 오만 의문이 들더라구요.. 실망감도 커지면서 신랑에게 혹여 우리에게 문제가 있더라도 난임센터에 가서 주사맞아가면서까지 아이를 갖고 싶지 않으니 하늘에 맡기자는 얘기도 했었죠..
그렇게 노력한지 5개월이 지나 포기하려고 마음먹을 때 쯔음에 임신한 사실을 알았어요. 너무 행복했죠!
양가 할머님, 할아버님 외에는 누구도 2세 계획을 묻지도 강요하시지도 않으며 그저 지켜봐주시던 중 저희 부부의 임신소식이 온 가족의 경사가 되었습니다. 물론 저희도 그렇게 기다렸지만 부모가 된다는 사실에 얼떨떨 하면서도 실감이 나질 않으면서도 너무 기뻤죠!
그것도 잠시, 임신 사실을 안 순간부터 입덧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나마 한달 가까이는 견딜만 했으나 그 이후부턴 평소에 찾지도 않던 매운 음식만 찾고, 고기란 고기는 지나가다 냄새만 맡아도 너무 역겹고, 신랑이랑 산책하는 중에 토하는 것도 여러번.. 맹물에도 입덧을 했어요..
가능하다면 정말 아무것도 먹기 싫고 잠만 자고 싶었어요.. 하루 24시간을 자는 시간 빼고 숙취에 시달리는 느낌이였어요.. 저는 아침보다 저녁에 더 힘들었기에 자려고 누우면 그때부터 입덧과의 전쟁이 시작됩니다..
정말 토하기 싫은데 구역질은 계속 올라오고, 이미 잠든 신랑을 깨우자니 너무 미안하고 내적 갈등이 밤마다 혼자 드레스룸에서 수건에 얼굴 뭍고 울고..
불행인지 다행인지 제 주변엔 저만큼 입덧을 한 사람이 없었어요. 그래서 이런 얘기를 해도 공감해줄 사람이 없었죠.. 양가 어머님도 입덧이 심하셨다는데 괜히 걱정만 끼칠까 싶어 묻지 않으시면 힘들다는 말도 가급적 안했어요..
입덧때문에 우울해져도 보고 힘들어도 봤지만 그래도 아기가 건강하게 잘 자란다는 얘기는 얼마나 행복하던지.. 입덧하지 않는 순간은 정말 1분 1초가 행복했어요.
가끔 친구들이 소식을 물으면 애기는 잘 크고 있고 나는 입덧땜에 미치겠다, 너무 힘들다, 놀고 싶다, 맥주가 너무 먹고 싶더라, 코로나땜에 못만나니 잠잠해지면 우리 꼭 한번 보자 이런 얘기가 전부고 친구에게 안부를 물어도 항상 같지 뭐~가 전부에요.
정말 가깝다고 생각했던 친구들이 연락도 뜸해지고, 연락을 해도 단답에 반응도 뜨뜨미지근.. 내가 자주 연락을 안해서 서운한가 라는 쓸데없는 걱정까지 따라오고..
그나마 제 임신 생활을 공감해줄 애기엄마와 임신중인 친구들하고도 공감대가 형성될줄 알았으나 되려 더 조심스러워지더라구요.. 애기엄마는 둘째 계획 중인데 계속 소식이 없는 찰나에 혹시 내가 너무 배부른 소리 하는게 아닐까 싶고, 제 얘기 다 받아주면서도 어느날부턴가 연락도 뜸하고 반응도 예전같지 않아서 내가 너무 찡찡댄건가 싶어 조심스러워지더라구요..
저보다 먼저 임신한 언니는 워낙 제가 조심스럽게 대하는 언니라 말 한마디 더 조심하게 되고 저도 참 사람 좋아하지만 언니가 힘들다 하면 어떻게 위로해줘야할지도 너무 어려워요..
저보다 늦게 임신한 친구는 특별히 힘들어하는건 없지만 제가 힘들다 힘들다 하면 혹여 겁먹을까 싶어 좋은 얘기만 해주었어요..
그렇게 하나 둘씩 제가 연락하는걸 조심스러워하게 되고 무슨 얘기가 하고 싶어도 걱정이 앞서서 그저 프로필 사진만 혼자 둘러보다가 핸드폰 꺼버리게 되고..
이런 날들이 반복되니 저도 모르게 오만 생각이 다 들더라구요.. 쓸데없이 걱정하는거 같으면서도 그냥.. 모르겠어요.. 다들 흔히 말하듯 결혼하고 임신하고 출산하면 친구들은 멀어진다는 그 말들이 이런건가 싶고..
술먹고 놀진 못해도 친구들이랑 깔깔대고 웃으며 별얘기 다 하고 밤새 노는 그런 시간도 갖고 싶고 한데.. 친구들은 제가 멀어졌다 생각하는건지.. 결혼하지 않은 친구들한테 이런 얘기 털어놓자니 잘 살고 있는 애들한테 괜히 안좋은 기운만 퍼트리는게 아닐까 싶어 또 겁먹게 되고..
이러다 그냥 출산해도 누구 축하 하나 없이 그냥 그렇게 낳고 혼자 좋아하고 혼자 예뻐하고 혼자만 그렇게 살아가게 되는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
물론 신랑이 항상 곁에 있습니다. 누구보다 절 가장 생각하고 사랑해주는 남편이고 힘든 일 있으면 언제든 말하면 들어주는 사람이지만 그래도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은 또 다른 행복이 있고 때로는 남편에게 미안해서 말못하는 얘기들을 친구들과도 나누고 싶고 한데..
어떻게 해야될지 몰라 이렇게 얘기하게 되네요..
다들 이렇게 살겠지, 다들 이렇게 살아가겠지, 나만 그런게 아니겠지 싶지만.. 다들 어떻게 견뎌냈는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싶기도 하고 다른 사람이 어떻게 살았건 알고 싶지도 않기도 하고.. 요새 더 그런 생각들이 많아지네요..
신랑이랑 애기 초음파보면서 둘이서 애기한테 태담도 많이 하고 평소엔 너무 신나고 즐거운 시간들을 보내며 행복하게 지내는데.. 간혹.. 가끔씩.. 이런 생각들이 가득해서 마음 한켠에 있던 외로움이 나오곤 해요..
다들 이런거겠죠? 잠시 잠깐이겠죠?
그냥 위로받고 싶어서 이러는 것 같기도 해요.. 마음도 너무 허하고 눈물나고 그러네요..
별볼일 없이 투정 가득한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부디 좋은 일만 가득하시길 바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