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롤 압박이 많습니다.)
며칠 전 수능 시험을 본 제 동생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제 필력이 좋지 않더라도 이해해주시고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되도록 있었던 사실만을 기입하기 위해 노력했으며, 중간중간 제 의견이 들어간 부분은 이처럼 괄호 안에 표시하여 구별하였습니다.)
먼저 제 동생의 신분을 밝히는 것이 순서일 것 같습니다.
제 동생은 경기도 안산시에 있는 실업계 여고를 다니는 학생으로 사회/과학/직업탐구영역 중 직업탐구영역을 준비해왔습니다.
공부에 큰 흥미는 없었지만 나름대로 자신이 가고 싶어하는 학교가 있었기에 수능을 열심히 준비해왔습니다.
그런데 그토록 열심히 준비해왔던 직업탐구영역 시간에 사건이 터지고 말았습니다.
1교시 언어, 2교시 수리, 3교시 외국어영역을 마치고 드디어 마지막 시간인 4교시 탐구영역 시간이 돌아왔습니다.
아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탐구영역은 최대 4과목 까지 볼 수 있고, 과목당 30분을 할당하며, 과목 사이사이에 2분간의 문제지 배부 시간이 주어집니다.
문제지 배부는 자신이 택한 탐구영역의 모든 문제지들 중에 자신이 응시한 과목만을 꺼내서 나머지는 반납하고, 할당된 시간 내에 한 과목씩 차례로 보게 됩니다.
또한 (다른 시간엔 어떻게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문제지 배부 때문에 감독관이 한 교실에 3명이 배치됩니다.
직업탐구영역은 최대 3과목을 볼 수 있기 때문에 맨 처음 30분은 쉬게끔 되어있습니다.
그 당시 제1감독관(3명의 감독관을 대표하는 사람)은 그 30분 동안 자습을 시켰고, 끝나기 5분 전쯤 문제지를 배부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직업탐구영역의 특성상 과목수가 워낙 많기 때문에 문제지 양도 다른 탐구영역에 비해 많습니다.
직업탐구영역 시험지는 5세트였고, 감독관들은 분주하게 시험지들을 배부했다고 합니다.
그 중 제 동생은 컴퓨터일반, 회계원리, 상업경제를 응시해서 그 문제지들을 찾아야 했습니다.
그런데 제 동생의 5세트 안에서 컴퓨터일반 시험지를 도통 찾을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자신이 혹여나 못 찾은 게 아닌가 싶어 다시 한 번 찬찬히 살펴보았지만 그 때도 찾을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바닥에 놓인 시험지를 수거해가는 감독관에게 “배부한 시험지가 이게 다입니까?”라고 물어봤더니 그렇다고 했다고 합니다.
“컴퓨터일반 시험지가 없습니다. 어떻게 된 건가요?”라고 물어봤더니 조금 당황한 감독관은 걷어간 시험지에서 찾아보겠다고 했다고 합니다.
그 때가 본령(시험문제를 풀기 시작하는 시간을 알리는 알람)이 울릴 때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도 걷어간 시험지에서 컴퓨터일반 시험지는 없더랍니다.
(앞서 말한 컴퓨터일반, 상업경제, 회계원리는 보통의 실업계 학생들이 선택하는 시험지로 알고 있습니다.
그랬기 때문에 아마 걷어간 시험지에서 찾지 못했을 거라 생각합니다.)
당시 교실 안에는 30명 정도의 학생이 수능을 치르고 있었고 1인당 5세트의 시험지가 배부되었으니까 감독관이 3명이었다 해도 그 시험지들을 한번만이라도 확인하는 데 시간이 좀 걸렸을 것입니다.
탐구영역에서 2~3분이라는 짧다고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은 수험생인 (혹은 수험생이었던) 사람들은 얼마나 중요하고 소중한 시간인지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 동생은 어이없게도 그 시간을 빼앗기고 말았습니다.
그럼 회계원리나 상업경제부터 풀면 되지 않느냐고 물으시는 분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규정상 푸는 순서가 있습니다. (이 또한 수험생들은 아실 겁니다.)
일련번호가 낮은 문제지부터 푸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컴퓨터일반이 다른 두 과목보다 일련번호가 앞섭니다.
감독관은 규정대로 할 수 밖에는 없고, 시험지는 없고.
결국 옆 교실에서 시험지를 구해 시험을 보게 해주었다고 합니다.
(여기서 감독관이 잘못한 사실을 꼬집자면, 이러한 사태를 대비해 여분의 문제지를 2부 정도 더 넣어서 각 교실에 배부한다고 합니다.
감독관들은 그러나 이 사실을 망각한 채 허둥지둥하고 만 것입니다.)
하지만, 이미 많은 시간을 빼앗겨버린 제 동생은 매우 당황하여 문제를 제대로 풀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정해진 30분이 지났습니다. (제 동생에게는 대략 25분 정도였겠죠?)
감독관이 동생에게 오더니 다짜고짜 “2분정도 시간을 더 주도록 하겠다.” 라고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 상태로 제시간 안에는 도저히 다 풀 수 없고(다섯 문제 정도를 못 풀었다고 합니다), 그 시간을 넘기면 부정행위로 오인받을 수 있겠다고 판단한 동생은 결국 나머지 문제를 찍고 제출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미 ‘패닉’ 상태에 빠진 동생은 나머지 두 과목의 시험을 정상 컨디션이 아닌 상태로 마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떻게 풀었었는지도 생각이 안 난다고 합니다.)
그렇게 어이없게 수능시험을 마쳤습니다.
끝난 후 동생은 분한 나머지 울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감독관들은 별다른 제스처를 취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퇴실 조치가 내려지고, 제 동생은 교실 밖에서 다른 교실에서 시험을 본 친구들과 만나 이 얘기를 해주었다고 합니다.
그러자 친구들이 이거 본부에 가서 항의해야 한다며 동생을 이끌고 3층에 있는 본부로 찾아갔다고 합니다.
근데 본부의 반응이 더 화나게 만들었습니다.
울면서 어찌어찌 본부까지 찾아간 동생 일행은 어떤 감독관을 만나 자초지종을 설명하였고, 그 감독관은 알았다면서 본부로 들여보내줬습니다.
어이없는 것은 친구들은 정신만 어지럽힐 것 같으니 동생만 들여보낸다고 했다는 것입니다.
제정신이 아닌데 말이죠.
그렇게라도 해야겠단 판단에 제 동생은 본부로 들어갔습니다.
안에는 2명의 감독장(감독관의 상관격)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 당시에는 누군지 몰랐었고, 나중에 언급하지만 항의하러 갔을 때 알게 되었는데 1명은 그 학교 교감선생님, 다른 1명은 교육청에서 파견된 교사로 인근 학교의 교감선생님이었다고 합니다.)
그 2명에게도 자초지종을 상세히 설명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두 사람이 무슨 의도인지, 또 제대로 알아듣지 못할 질문들을 이것저것 쏟아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두 감독장들은 동생 얘기만 들어서는 정확한 상황을 판단키 어렵다고 하여 그 교실의 제1감독관을 불렀다고 합니다.
무슨 일로 부른건지 약간의 언질을 줬는지 그 감독관은 들어오자마자 “얘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거야!” 라며 언성을 높였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설명을 하는 것이, “내가 (앞에서 허비한) 시간을 계산해봤는데 3분 정도였다. 보아하니 두 문제 정도 못 푼 것 같아서 2분을 더 준 것이었고, 2분도 되지 않아 제출하길래 다 풀었다고 판단했다.” 라고 했다고 합니다.
(앞서 언급한 제 동생의 생각과는 많이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걸 들은 두 감독장은 그 얘기를 듣고는 “너는 왜 2분이라는 시간을 줬는데 왜 너 혼자 판단하고 2분이라는 시간을 다 활용하지 않고 먼저 냈느냐. 그건 너의 잘못이다.” 라고 했다고 합니다.
뭐, 이유가 어찌 됐건 2분을 다 쓰지 않은 건 사실이니 동생은 할 말을 잃었죠.
그러고 나서 했던 감독장들의 말들이 더 기가 막혔습니다.
그 후로 “너 학교가 어디냐?”, “푼 건 잘 본 것 같냐?” 라고 물어보더니 “찍은 게 더 성적이 잘 나왔을 수도 있다.” 라고 했다고 합니다.
(아니 이게 교육자의 입에서 나올 수 있는 얘깁니까?
‘찍은 게 더 성적이 잘 나왔을 수도 있다’ 라뇨?
찍어서 맞을 확률이 풀어서 맞을 확률보다 높으면 뭐하러 공부해서 수능 시험을 봅니까? 그냥 다 찍고 말지!
앞서 학교 이름을 물어본 것으로 보아 실업계학교를 다니는 제 동생을 비하한 발언이라고 밖에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또한 본부를 나가기 전에 이름, 학교, 전화번호를 적고 가라고 했다고 합니다.
왜 적어야 하는지 의문이 들어서 물어봤더니 “나중에 대학 잘 갔는지 확인해보려고 그런다.” 라며 얼버무리듯이 얘기했다고 합니다.
(이것도 제가 이해할 수 없는 것 중 하나입니다.
감독장 정도 되는 위치에 있으면 수험번호만 있으면 그 학생의 정보쯤은 알 수 있지 않습니까?
나중에 대학 잘 갔는지 확인해보려고 그런다고요?
그거 확인해서 어디에 쓰시게요?
이 사태를 무마시키는 데 쓰시게요?
그런 일을 당하고도 좋은 곳으로 학교를 가게 되면 아무렇지도 않은 일로 치부하려고 했던 모양입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동생은 학교를 빠져나와 집으로 왔고, 잠들 때까지 하루 종일 울었습니다.
어머니는 그 다음날(14일) 바로 그 학교에 항의하러 가셨습니다.
동생, 어머니, 동생 담임선생님과 함께 말이죠.
학교를 찾아갔더니 교감선생님(감독장 중 한 명)과 제1감독관(그 학교 교사라고 합니다.)과 대화를 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어머니가 그 날 상황을 요목조목 따지셨더니 처음엔 발뺌하다가 결국 자신들이 잘못한 모든 사실을 인정했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어머니가 “이 사건을 교육청에 보고했냐?” 고 물었더니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했다고 합니다.
“(보고를) 안 하시건 잘못하신거죠?” 라고 (‘빨리 보고하세요.’ 라고 암시하듯이) 물었더니 맞다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어머니는 “이 일 여론화시키겠다.” 라고 말하며 그 자리를 나오셨다고 합니다.
그 후로 저희 가족은 나머지 3명(교육청에서 파견한 감독장 및 다른 감독관 2명)의 사과를 기다렸습니다.
사람의 양심이 있으면 처리했으리라고 한 번 믿어보려고 했던 것이죠.
말로만 동생의 미래가 걸린 문제라고 하는지 진심으로 사과의 심정이 있는 건지 알고 싶기도 했구요.
(저희의 요구만 잘 들어줬더라면 여기에 이렇게까지 글을 올리지는 않았을 겁니다.)
항의한 날 저녁 7시쯤 제1감독관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별 내용은 없었고, 다시 한 번 사과드린다는 전화였습니다.
어머니는 “이 시간까지 나머지 3사람(제2감독장과 제2, 제3감독관)은 왜 사과가 없는 거냐? 내가 이런 것까지 얘기해야 하냐?” 라고 물었습니다.
덧붙여서 “이렇게 나오면 학부모 마음대로 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도교육청에 찾아가고 언론에 알리겠다.” 라고 했더니 생각이 짧았다며 기다려 달라고 했다 합니다.
그리고 밤 9시. 제2감독장(교육청에서 파견된)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그런데 그 전화가 오히려 ‘불난 곳에 기름 부은 격’이 되었습니다.
그 사람은 어떤 연락을 받았는지 어머니에게 하는 말이
“오해가 있었나본데 학생이 실수를 인정해서 아무 일 없이 마무리된 걸로 생각했다. 사과한다.”
그래서 어머니는 “우리 딸이 어떤 실수를 인정했다는 것이냐?” 라고 따져 물으시며 아침에 있던 얘기를 해주었더니 아무 얘기도 못했다고 합니다.
또한 “이런 식의 사과는 받아들일 수 없다. 사과를 하려면 현장에 있던 5명이 한꺼번에 정식으로 해달라!”며 전화를 끊으셨습니다.
다음날(15일) 나머지 감독관 중 한 명이 점심 때 전화를 해왔다고 합니다.
내용이래야 “미안하고 사과한다.” 라는 뻔한 내용이었고, 그 때 일을 하고 계셨던 어머니는 다시 한 번 “이런 식의 사과는 거절한다. 일하고 있으니 퇴근 후인 밤 10시에 전화해 달라.” 고 하셨습니다.
그러자 나머지 감독관이 저녁쯤 전화로 연락이 왔습니다.
그 감독관은 ‘오해’란 표현을 써가며 사과를 하면서, 지금 4명(제2감독장을 제외한)이 모여 있으니 찾아뵙고 사과하겠다고 했다 합니다.
더 화가 난 어머니는 “다시 한 번 말하지만 5명 모두의 정식적인 사과를 받아야겠다. 일하는 중이라고 아까 그랬는데 전화를 왜 또 하냐! 10시에 전화하라.”고 하셨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금 이 시간(16일 저녁)까지 아무런 연락이 없습니다.
여기까지가 목요일 오후부터 지금 이 시간(일요일 오후 5시)까지 겪은 일들입니다.
길고 긴 이 글을 요약하자면,
1. 감독관의 부주의, 그 전에 인쇄가 잘못된 시험지를 제작한 것으로 인해 동생의 4교시 탐구영역 시험을 망쳤다.
2. 감독장은 실업계 학생을 비하하는 듯한 말투로 동생을 대했다.
3. 또한 이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고 있고, 비슷한 일이 다른 시험장에서 있었음에도, 또한 충분한 시간을 주었음에도 교육청에 보고조차 하지 않고 아무런 조치도 취해지지 않았다.
이렇게 3줄이 되겠습니다.
부모님은 손해배상 소송까지도 생각하고 계십니다.
저도 물론 당연히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런 결심을 굳히시게 된 데에는 이틀 전 수능과 관련된 뉴스가 계기가 되었습니다.
요약하자면, ‘서울중앙지법 민사21단독 최철민 판사는 감독관의 실수로 답안지를 두 번 작성하느라 평정심이 흔들린 수험생이 국가와 감독관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라는 내용입니다.
(링크 : http://news.mk.co.kr/outside/view.php?year=2008&no=688334)
제 동생도 평정심이 흔들렸을 여지가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법대를 나오신 선배님이 이번 일은 판례가 있기 때문에, 동생의 수능 결과와 마음의 상처는 맘대로 할 순 없지만 손해배상은 어느 정도 받을 수 있다고 알려주셨습니다.
또한 도교육청에 항의신청을 해서 관련자들의 처벌을 원합니다.
특히 감독장이라는 권력을 이용해 이 사건을 없었던 것으로 무마하려고 한 무책임한 그에게 특단의 조치를 요구하는 바입니다.
한 가지 걸리는 것이 있다면, 관련자들의 발뺌입니다.
안타깝게도 항의하러 학교를 찾아갔을 때나 사과하려고 전화를 해왔을 때 녹취를 하지 못했습니다.
결정적인 증거가 될 수 있는 자료는 놓쳤지만, 증인이 될 수 있는 분들(수능 당시 같은 교실에 있었던 학생들과 항의방문할 때 함께 가셨던 동생 담임선생님)의 힘을 빌어보려고 합니다.
또한 여론의 힘을 빌어보고자 합니다.
사건 당사자들이 사건 처리를 제대로 했다면 저도 이렇게까지 치사(그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기에 이렇게 써봅니다.)한 방법은 쓰기 싫었습니다.
하지만 그 쪽에서 너무 성의 없는 태도를 보이고 있으니 저는 여러분의 힘을 빌어서 맞서고 싶습니다.
여기까지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길 부탁드리며, ‘잘못을 인정 않고 약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힘있는 자의 그릇된 관행’을 바로잡을 수 있게 여러분들의 많은 응원을 감히 부탁드리는 바입니다.
(많은 분들이 읽어보셨으면 하는 마음에 네이트 톡톡, 다음 아고라, 싸이월드 광장에 이 글을 게시했음을 알리는 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