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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우울증인가요?

쓰쓰 |2020.09.24 00:56
조회 295 |추천 1
고3이라 요즘 너무 힘든데 누구한테도 말을 못 해서 여기다가 써봐요..
사실 어렸을 때부터 먹는걸 좋아했어요. 맛있는 거, 눈으로 보기에 즐거운 거. 그러니까 음식 그 자체를 사랑했던 거죠. 그치만 그렇게 많이 먹는 편은 아니었어요. 체질적으로도 많이 못 먹는 편이라 늘 정상 체중이었고, 친구들도 항상 너는 왜 먹는 거 좋아하는데도 말랐냐고 했거든요.
근데 가족들은 늘 제가 돼지같다고 했어요. 돼지같다, 그만 먹어라, 너는 살 좀 빼라, 적당히 좀 쪄라, 보기 싫다 심지어 언니한테 옷이나 담요라도 빌릴려고 부탁하면 제가 입어서 옷이 다 늘어난다, 냄새 나서 싫다,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늘 이런 말만 들으니까 어느 순간 무뎌져서 슬프거나 화가 나거나 그런 느낌도 안 들었어요. 화를 내면 가족들 모두 저한테 예민한 아이라면서 정신병자 취급을 받았거든요. 자기들 딴에는 장난이랍시고 웃으면서 말한건데 솔직히 어린 애가 저런 말 들으면 상처잖아요..그냥 몇 년동안 웃으면서 넘겼는데 중학교 때부터는 그게 잘 안 되니까 방에 혼자 숨어있었어요. 방이 저한테는 유일한 숨구멍이었거든요. 근데도 가족들은 혼자 방에서 뭐하냐, 왜 히키코모리짓 하냐, 우리가 싫냐, 나와라, 이러면서 자꾸 저를 끌어내더라고요. 나가면 정신병자 취급 아니면 돼지 취급인데 왜 나가고 싶겠어요..그래도 꾹 참았죠. 저는 외모에 대해 신경 쓰지 않고 살았고, 제가 좋아하던 것들을 하면서 사는 사람이 되고 싶었거든요. 늘 밝고, 건강한 마인드로 살았어요. 걱정도 근심도 없이.

근데 고3이 되고 코로나 때문에 등교가 계속 밀리니까 차라리 다이어트라도 해보자 싶어서 마음 독하게 먹고 3개월 만에 15키로를 뺐어요. 대학 잘 가고 싶은 마음까지 겹쳐서 매일 학교에서 집까지 뛰어다니고 밥도 거르고 하루에 계란후라이 하나 겨우 먹을까 말까 하면서 공부도 엄청 독하게 했고, 결과적으로 전교 10등까지 올릴 수 있었어요. 정신적으로는 물론 힘들었죠. 집 가다가 울고 공부하다가 울고. 비오는 날 1분이라도 남들보다 더 공부하겠다고 뛰어오다가 크게 한 번 넘어졌는데 그때도 머릿속에는 빨리 가서 이 과목도 하고, 저 과목도 해야하는데. 이런 생각뿐이더라고요.

지금은 1학기도 마무리 되었고 원서 접수 기간이라 공부로 시달릴 일은 없지만 다른 게 문제예요. 무리한 다이어트로 탈모에 생리 불순에 엄청 몸도 상했고 결국 그동안 참아왔던 식욕이 터졌어요. 먹어도 먹어도 배가 안 부르더라고요. 위에 빵꾸난 것처럼 맛도 못 느끼고 엄청 먹었어요. 그러다가 먹토도 여러번 했고, 억지로 변비약 먹어서 빼보려고 한 적도 있고. 어찌저찌 저체중에서 정상 체중으로 올라왔는데, 최근에 가족들이 또다시 살 얘기로 놀리더라고요. 또 똑같은 방식으로요. 얼굴이 커졌다, 다시 돼지로 돌아가려고 하느냐, 왜 절제를 못 하냐.
가뜩이나 무기력해지고 우울한데 그 이유를 몰라서 답답한 사람에게 또 예전과 똑같은 상처를 주더라고요. 매일 하루 한 번은 꼭 울어요. 하루에도 몇 번씩 갑자기 숨이 막히고 눈물이 콱 올라와요. 이유도 잘 모르겠고, 우는걸 들키면 안 될 것 같아서 숨어서 울어요. 한 번 언니 앞에서 울고 화장실에서 코 푸는데 엄마 아빠가 그걸 듣고 쟤 살쪄서 비염 다시 온다고, 다이어트 좀 하라고 그러더라고요. 그냥 그 순간에 전부 제 잘못인 것 같아서 대충 얼버무리고 넘어갔어요. 엄마한테 우울한 것 같다고 했더니 네가 우울할 시간이 어딨냐 빨리 자소서나 써라 이렇게 얘기하시길래 또 왠지 제 잘못인 것 같아서 맞아~고3이 우울할 새가 어딨어! 하면서 또 밝은 척 하고...
원래 되게 밝고 긍정적이라 친구들 사이에서도 유명할 정도였는데 어쩌다 이렇게까지 된건지 잘 모르겠어요...집에만 가면 숨이 막히고 뭘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요. 제가 뭘 좋아했는지도 기억이 잘 안 나고 원래 시나 글 쓰는 것도 정말 좋아했는데 요즘은 글을 쓰다가도 기억이 뚝 끊겨요. 무슨 말을 쓰려했는지 기억이 잘 안 나고 한참을 멍하니 있어야 기억 나더라고요. 자연스럽게 죽을 장소를 알아보고 그 와중에도 가족들한테 피해 안 주겠다고 최대한 먼 곳으로 찾아보고..자존감은 깎일 대로 깎였는데 그래도 가족이라고 이해해보려고 하는 것도 힘드네요..
이거 혼자서 극복하기에는 좀 힘든가요..? 우울증이 아니라고 믿고 싶은데 이대로 가다가는 정말 죽을 것 같아요. 예전의 저로 돌아갈 수는 있을까요..
추천수1
반대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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