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을 먹는 중에 어머니한테 전화가 왔다
남편한테는 안하고 꼭 나한테 한다.
시제나 벌초처럼 내가 결정할 수 없는 일들도 나한테 전화한다
그래서 이제는 어머님의 얘기가 끝나기도 전에 애아빠한테
전화하라고 할게요 하고 끊어버린다.
지난 9월부터 어머님을 형님내외가 모셔가서 큰집(충남)에 계시는데
11월에 형님 아들(A) 결혼이라 한복을 입어야 겠으니 시골집(충북)
에 가게 되면 한복을 가져오라는 얘길 하신다.
그래서 결혼식전에 내가 어머니 하고 같이 시골집에 들러서 한복
챙기고 우리집(경기)에 와서 자고 결혼식 갈 거라고 얘기했다.
그러자 그럼 너 기다리면 되겠다 한다.
잠시 후 또 전화가 왔다.
어머니: 결혼식(서울) 전날 여기서(큰집)에서 잘 거지?
나: 왜 거기서 자요? 형님이랑 아주버님은 전날이나 새벽에 가실
텐데요 그래서 어머님이 우리집에 오시고 우리랑 같이 가는 거예요
어: 니가 와서 부침개 굽고 해야지
나: 부침개요? 음식 집에서 안 해요. 작년에 OO이(A의 동생) 결혼
식 때도 못 오는 사람들 어디 식당에서 대접했다는데 이번에도 형
님이 알아서 하시겠죠.
어: 그래도 작은엄마 작은아빤데 와서 뭐 할 거 없는지 물어보고 도
와주고 해야지
나: 아니 몸만 가면 될 텐데 집에서 뭘 해요. 그리고 형님이랑 아주
버님이 알아서 하실 테니 어머님은 신경쓰지마세요
어: 그래도 큰아한테 뭐 해야 하는지 전화해봐라
나: 전화 안할꺼고요 결혼식이 토요일이니까 금요일에 모시러 갈 테
니 그리 알고 계세요
하고 끊었다. 내참. 내가 왜 큰집에 가서 일을 해야 하는지 어이가
없다. OO이 결혼 할 때는 딸이라고 신경도 안 쓰더니 장손 결혼이
라고 나까지 불러다 일을 시키려한다. 그놈의 아들 타령.
남편도 듣고 있더니 엄마도 참, 한다
남편 얘기가 어릴 때 어머님은 아주버님만 떠 받들고 간식까지 먹
여가며 공부만 하라고 했고 자신은 밭에서 일만 했다고 하더니 지
금도 마찬가치다. 큰 아들한테는 말도 못하고 우리한테 전화해서 어
쩌고저쩌고 시골집에 까지 한복 가지러 가라고 하질 않나.
도대체 어느 시대를 살고 계시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