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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만 읽어주세요

쓰니 |2020.11.06 02:32
조회 285 |추천 1
제 첫사랑 이야기를 소설로 써봤어요! 긴글이지만 한번씩만 읽어봐주시고 평 남겨주세요~~[가리워진 길] 눈 덮인 들판 옆에 이르고서부터 그들은 서로 나란히 서서 걸었다. 큰 키의 사내와 연주는 발이 터벌터벌 발목까지 빠지는 눈길 위에 점을 찍어 나가고 있었다. 먼저보다 바람기가 스러지면서 눈발은 이제 조용한 흩날림으로 변하고 있었다. 벚나무 위에 얹혔던 눈 무더기가 쏴르르 쏟아져 내렸다. 마치 자기 무게를 그렇게 나약한 나뭇가지 위에선 더 이상 지탱할 수 없다는 듯이.... 그때 먼 곳에서 뚝 우지끈 나뭇가지 부러져 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래서 그렇게 사랑하던 사람을 보내버린 거야?"갑자기 연주가 큰 키의 사내를 막아서며 말했다."그녀도 더 이상 나로 인해 눈물 흘리고 싶지 않았겠지. 입장 바꿔 생각해보면 나라도 그랬을 거야."큰 키의 사내는 담뱃불을 붙히며 말했다."이 타들어가는 담배를 봐. 처음에는 뜨거운 마음으로 시작했겠지. 그러나 그 뜨거움이 그녀의 마음을 태워들어갔을거야. 내가 힘들다고 푸념하는 시간만큼, 그 날만큼 서서히 타들어갔을거라고. 그러곤 내뿜는 담배연기 속에 내가 잘 이겨내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멀리멀리 보냈겠지. 그러나 담배도 다 타면 꽁초가 되듯이, 그녀의 마음도 다 타버린거야. 꽁초가 되어버린거지.""그러게 왜 그랬어..." 연주가 푸념하듯이 말한다."나도 그녀에게 웃음이 가득한 날들만 선물해줘야겠다고 생각했어. 내 첫사랑이기도 했고, 난 그녀를 사귀면서 내 인생에 그렇게 행복한 적이 없었다는 것을 느꼈거든.""그런데 뭐가 문제였어?""갑자기 어느날에선가 내 마음에 커다란 먹구름이 몰려오더라고. 우울증이었지. 나도 너무 당황스러운거야. 태어나선 느껴보지 못했던 슬픈 감정과 막막함이 나를 지배하기 시작했어. 난 내 힘든 감정을 그녀에게 솔직하게 다 말했지. 거기서부터가 비극의 시작이었어."큰 키의 사내는 코트 주머니 속에 손을 찔러넣으며 말을 이어갔다."하루하루가 지나갈수록, 내 우울증은 점점 심해져만 가. 그렇다고 난 또 바보같이 매일매일 그녀에게 힘들다 힘들다 푸념을 늘어놓았어. 나중에 들은 얘기로는 내 친구에게 전화해서 너무 힘들다고 울었다는군."'......'연주의 입가에선 입김만이 나온다. 한숨만이 나온다. 큰 키의 사내는 그 하얀 입김을 보면서 생각했다. 저 하얀 입김이, 주위에 쌓여있는 뽀얀 눈이, 자신의 눈에는 그저 한없이 사무쳐오는 그녀의 속마음이었을거라고."결국 그녀는 슬픈 길을 택했어. 물론 그녀에겐 최선의 선택이었겠지. 그게 서로를 위해 맞는 선택일거라 확신하며, 그렇게 이별을 고했어.""붙잡지 그랬어.""물론 나도 붙잡았지. 수도없이 붙잡았지. 그러나 나침반의 빨간 침이 항상 북쪽을 향하듯이, 그녀는 이제 내가 아닌 다른 곳을 향하겠다고 했어 "헤어지고 나니 어땠어?""처음엔 실감나지 않았어.둘이서 함께 만들었던, 둘만이 만들 수 있었던 예쁜 밤을 이젠 나 혼자 견뎌내야 한다는게 와 닿지 않았어. 그러다 내가 점점 싫어지더라.우리가 헤어지고 난 수백수천시간동안 그녀를 힘들게 했던 그때의 나 자신을 수백수천번 미워했었어. 그 뒤로 난 하루하루를 폐인처럼 지냈어. 모범생까진 아니었지만 학생회장도 했던 내가 술담배를 시작했고, 매일매일을 그녀를 생각하면서 밤잠 이루지 못했어.""그렇게 생각하니까 오히려 더 힘든게 아니었을까? 세상에 좋은 여자는 많을텐데.""내가 더 좋은 여자를 만난다 해도 우리의 추억은 오직 나와 그녀만이 알 수 있는거야. 그녀가 없으면 그 추억은 의미가 없어.""지금도 많이 보고싶어?"연주의 물음에, 큰 키의 사내는 갑자기 걸음을 멈춘다. 뒤를 돌아보는 연주. 그녀는 곧 큰 키의 사내의 눈에 이슬이 맺혀감을 알게 된다."난 그저...단 한번만이라도, 딱 한번만이라도 보고 싶어. 그 뒤론 평생 못봐도 좋으니까, 한번만....제발 딱 한번만...."오열하는 큰 키의 사내."그때의 너에게 정말 미안하다고. 너에게 모두 짊어지게 해서, 사랑을 주지 못할망정 상처만 가득 줘서 미안하다고. 정말 미치도록 미안하다고...."큰 키의 사내가 운다. 목청껏 운다. 그런 사내를 연주는 그저 하염없이 바라본다. 차가운 바람이 분다. 쏴아아 하고 흔들리는 나무소리가 사내에게 전한다. 그가 사랑했던 사람이 전한다. 꽃이 지고 나서야, 봄인 줄 알았다.
추천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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