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사랑에서 이기고 지는 건 그렇게 중요하지도 큰 의미를 가지지도 않다는 것을 안다. 그냥 각자 최선을 다해 서로를 사랑하는 것. 그 최선에 정도의 차이가 있는 것 뿐이다.
하지만 사랑에 있어 종종 더 좋아한 사람이 지는거다.라는 얘기를 많이 들어왔다. 나도 내가 더 좋아하는 연애를 했고, 그래서인지 연애를 할때 많이 힘들었다. 결국 내가 지쳐 더이상 버틸 힘이 없어질 때 헤어짐을 고했다. 헤어짐 당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수도 있겠다.
그런데 그 사람에게서 연락이 왔다. 이 사람이 먼저 연락할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다. 차라리 한달 전에 헤어진 전남친이 연락왔다면 덜 놀랬을 것 같다. 이 사람은 내가 가장 비참한 연애를 하게 만들었던. 내 바닥을 보여줬던 사람이다. 그러니까 더 좋아한 내가 철저하게 졌던, 더 좋아하니까 당연히 질 수밖에 없었던 사람이다. 염치가 있으면 연락을 못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애써 위로했지만 그래도 한 번쯤은 내가 그리웠다고 아직 나를 잊지 못했다고 연락이 왔으면 바랬다. 이런 생각을 하는 나를 보며 오히려 내가 아직 이사람을 잊지 못한 건 아닐까싶었다. 사실 그랬다. 헤어질때 잘지내라는 그 흔한말 하나 하지 못했고 지금도 그사람이 잘 못지내길 바라는 걸 보니까 나는 아직 그 사람을 이기기위해서는 시간이 더 필요하겠구나 생각했다.
그러고 나서 몇년의 시간이 지나고 나니 정말 시간이 약이더라. 그 사이 다른 사람들도 만나보며 더 성숙해진 나를 볼 수 있었다. 더이상 나를 잃어버리는 연애 따위는 하지 않았다. 나의 균형을 유지하면서 흔들리지 않는 연애를 했다. 내가 이런 연애를 할 수 있게 된건 그사람 덕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는 그때처럼 지는 게임을 반복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물흐르듯 평온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그 사람에게 연락이 왔다. 거짓말처럼 보고싶다. 너에게 미안한게 참 많다. 줄 것도 있고 하고싶은 말도 있다. 끝까지 이기적이라서 미안하다. 는 내용이었다. 뒷통수를 한대 얻어 맞은 거처럼 뻥졌다.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 날 수 있는 일이구나. 나한테도 일어나는구나 싶었다. 나처럼 자신을 사랑해줄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걸 알게 됐다는 그사람의 말을 듣고, 그때 내 진심이 헛되지 않았구나, 나를 버려가면서까지 한 사람을 사랑한 내 젊은날들이 결국 이렇게 보상받는구나 싶었다.
그 연락 한 통이 뭐라고...더 좋아한 사람은 그 과정속에서는 항상 지는 사람이겠지만, 마지막엔 결국 이긴다. 정확하게 표현하면 내가 이겨서 좋다기보다, 그사람이 나한테 져서 좋다. 그사람 앞에서 나는 항상 지는 사람이었고, 앞으로도 그럴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였다. 이번에는 그 사람이 나한테 졌다. 그러나 이제 그런 사실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게임은 이미 오래전에 끝났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