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은동이는 3살 벵갈고양이고요. 저와는 2019년 10월 17일 두 다리가 골절되고 앞 송곳니 두 개가 부러진 채 길에서 헤매는 모습으로 저와 재회를 했습니다. 은동이는 가족이 있는 아이인데, 길에서 처참한 모습으로 저와 다시 만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시간을 거슬러 2018년 6월 5일, 밤 11시 은동이는 상처투성이의 얼굴을 하고 온몸의 뼈가 다 보일 정도로 앙상하게 마른 채, 길에서 떠돌고 있었습니다. 제 지인이 그런 은동이를 발견하고 도와주려 했지만 쉽게 다가오지 못하게 으르렁 거렸습니다. 얼마나 배가 고플까? 급한 마음에 가지고 있던 캔을 꺼내 은동이에게 내밀었고, 은동이는 서서히 구조자분께 다가왔습니다. 캔을 한입 먹더니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고 이때! 은동이를 잡아서 이동장에 넣어 구조에 성공하게 되었습니다.
은동이를 구조했다는 지인분의 SNS를 보자마자 제가 임보하겠다고 나섰고 은동이를 새벽 2시에 집으로 데리고 왔습니다. 은동이의 모습을 보고 저는 한참을 멍~하니 있었습니다. 그동안 많은 임보와 구조를 해왔지만 이런 모습은 처음이었고, 순간 무언가 강하게 끌리는 느낌을 받았죠. 늘 임보 부탁을 받기만 하다 선뜻 임보를 하겠다고 나선 건 처음이었습니다.
은동이를 보니 마음이 찢어지는 고통이 밀려왔습니다. 깡말라서 독기만 가득해서는 하악질에 발길질만 해대고, 그러면서 주는 밥은 허겁지겁 먹어 치우고, 그 뒤에는 두려워하며 풀 죽은 모습으로 화장실에 웅크리고 있는데 저는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습니다.
은동이의 상태가 너무 심각해 보여 약을 발라주려 하니 어찌나 사납게 구는지, 면봉에다가 약을 발라서 상처에 재빠르게 발라주었고, 다음날 바로 병원에 건강검진을 하러 갔습니다. 병원에 갈 때도 어찌나 사납게 구는지 통덧에 넣어서 간신히 병원에 데려갔는데, 병원이 낯설고 무서웠는지 검진을 할 때 안정제를 투여했고, 엑스레이와 혈액검사, 범백 등 검사를 진행했습니다. 다행히도 설사는 심하게 굶다 갑자기 고단백 음식을 먹어서 생긴 것으로 판명되었고 다른 검사도 모두 양호했습니다.
곧바로 은동이 치료와 중성화를 진행했습니다. 퇴원 후 집으로 데려와 케이지에서 1주일간 은동이를 케어했고, 저는 직접 은동이를 케어하면서 회복을 도왔고 순화를 시켜갔습니다. 사납고 으르렁거리던 벵갈고양이 은동이는 단 삼일 만에 엄마에게 부비부비를 시전하는 애교냥이 되었지요. ㅎㅎ
병원 퇴원 후 은동이와 함께 지내면서 은동이 주인을 찾아주기 위해 SNS에 올렸고 한 달이 못되어 은동이를 원래 가족의 품으로 데려다줬습니다. 은동이가 주인을 알아보고 너무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다소 안심이 되었습니다.
은동이의 원래 이름은 로이였습니다. 원 주인이지만 입양 계약서를 썼고, 집안에 방묘창이 설치된 것을 확인한 뒤 행여 못 키우게 되면 꼭 저에게 돌려보내달라고 당부를 했습니다. 그렇게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으로 은동이 아니 로이를 보내고 왔습니다.
그 뒤로 로이 주인은 로이의 소식을 딱 한 번 보내고 연락을 끊었습니다. 그래도 로이가 잘 살고 있을 거라고 저는 믿고 싶었고 그러길 바랐습니다.
2019년 10월 어느 날 새벽, 로이가 행방불명되었다는 연락을 한 고양이 구조 밴드로부터 받았습니다. 밴드에서 SNS에 전단지를 뿌리고 포상금을 걸고 백방으로 찾아다닌 후 10월 17일 밤에 제보를 받고 로이를 구조했습니다.
일 년 만에 다시 만난 로이, 저는 너무 마음이 아파 힘들었습니다. 너무 후회가 되었습니다. 돌려보내지 말 것을... 내 품에 둘 것을... 그랬더라면 내 곁에 행복하게 지냈을 텐데...
원 주인의 방치로 로이는 다시 길 위를 떠돌게 되었고, 두 다리 복합골절에 송곳니 두 개가 모두 부러지고, 온몸에 상처투성이로 제 품에 왔습니다.
다리를 절며 나에게 다가오는 로이를 보자 저는 그만 로이를 안고 펑펑 울었습니다. 사람이 살기를 느끼는 것을 생전 처음으로 알게 됐어요. 원주인에게 정말 분노가 치밀었습니다. 그렇지만 참았습니다. 로이의 치료가 더 급했으니까요
병원에서 세 번의 수술 동의서를 썼고
복합골절된 로이의 왼쪽 다리를 수술하는 데만 6시간 반, 부러진 송곳이를 수술하는 데 4시간이 걸렸습니다. 골절 부위에 생긴 가골을 모두 긁어내고 제대로 접합하고 플레이트를 박아 고정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어제 마취가 다 깨지 않아 눈도 제대로 못 뜨고 통증 때문에 으르렁거리던 로이를 보고 왔어요. 그래도 밥도 먹고 츄르에 달려드는 로이의 모습을 보니 조금 안심이 되네요. 녀석이 정말 강한 아이구나 싶었어요
은동이의 왼쪽 다리는 상당 부분 잘못 어긋난 채 붙어버려 다시 뼈를 맞추고 가골 제거하고 난 뒤 일주일 후에 보니 뼈가 기적적으로 잘 붙어 무난하게 2차 수술을 진행했습니다. 부러진 송곳니는 다행히 뼈가 살아있어 발치하지 않고 레진 치료를 하였습니다.
10일간의 입원 치료 후 로이는 집으로 함께 왔습니다. 로이를 완치시킨 후 원주인에게 연락을 했더니, 집에 설치해놓은 방묘창을 없앴고 그 틈에 로이가 뛰어내려 실종이 됐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한 달간을 길에서 헤맬 때, 찾지도 않았다고 합니다. 제가 로이를 구한다고 여기저기 SNS에 공고할 때 아무 말 없이 로이 소식을 보고 있었다고 합니다.
만신창이로 풀만 뜯어먹고 비틀거리며 길을 헤매던 로이가 너무 불쌍했습니다.
원주인은 제게 자기를 협박하는 거냐며 큰 소리를 쳤습니다.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고 로이를 포기하겠다고 문자를 보낸 게 다였습니다.
로이 소유권을 포기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저는 지금의 로이라는 이름이 싫었습니다. 아픈 기억이 계속 날까 봐요. 그래서 첫 구조 때 구조자 님이 붙여주신 은동이라는 이름이 정이 가서 은동이라고 바꿔주었습니다. 로이가 아닌 은동이로서의 삶을 살게 된 것이죠
다리 수술로 다 밀린 은동이의 다리를 보면서 정말 많이 울었습니다. 몇 달은 정말 제정신이 아니었어요. 오로지 은동이의 완쾌만을 바라고 돌봤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저보다 더 좋은 가족을 찾았습니다. 은동이가 더 행복하기를 바랐거든요. 그런데 은동이가 저를 보고 저를 따르고 눈을 맞춰주니 내 가족인 걸 알았습니다.
병원을 오가며 통원치료를 병행한 지 5개월 만에 은동이가 완치되었습니다. 홀로 길 위를 떠돌며 고통받았을 은동이를 생각하니 동시에 너무 마음이 아팠습니다. 정말 잘 키워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모집에 이 사연을 보내는 이유는 10월 17일 은동이와 재회한 지 딱 1주년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너무 마음 아프지만 대견한 우리 은동이 자랑을 하고 싶었거든요.
요즘 우리 은동이는 엄마 원피스에 들어가서 장난도 치고 세상 어디에도 없는 애교둥이입니다. 뇌가 아주 청순한 우리 은동이입니다. ㅎㅎ
전 이제 우리 은동이 없으면 안 돼요! 상상할 수도 없어요!
개구쟁이에 악동에 광기까지 ㅎㅎㅎ 너무 활동적이고 밝아서 정신이 없네요.
여러분! 정말 당부드리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생명을 유기하고 파양하지 말아주세요!
그리고 무책임한 구조, 관심받으려는 구조, 남에게 의지하려는 구조, 모금 받으려는 구조 이런 구조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끝까지 책임지지 못할 바에는 키우지 말아 주세요. 우리 은동이처럼 상처받고 힘들어하는 아이들이 더 이상 생기기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생명을 잃을 수도 있으니까요.
동물을 키우지 않는 것도 사랑하는 방법 중에 하나입니다.
저희 집고양이들의 사연도 참 기구합니다. 설이를 제외한 복이는 유기묘이고, 짱이, 돈돈이, 봄이는 파양 그리고 은동이는 구조묘입니다.
이 아이들과 함께하면서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것을요. 어쩌면 제 말이 서운할 수도 있겠지만 저는 꼭 당부드리고 싶습니다.
저희 예쁜 은동이 이야기를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영상과 목소리로 제작했습니다.
유튜브: 세상 모든 집사들의 이야기에 아이들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많은 관심과 사랑 응원 부탁드립니다.
사연도 받고 있으니까요! 오셔서 아가들 이야기 많이 보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