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포기각서 쓰고 나오는 길인데
ㅇㅇ
|2020.12.03 12:50
조회 39,262 |추천 243
지금 수능 포기각서 쓰고 나오는 길인데 아빠한테 데리러 와달라고 말을 못하겠어. 최저만 맞추면 됐는데 나 진짜 병신인가..? 1교시 문제 풀다가 시간 ㅈㄴ 많이 남은줄알고 여유롭게 풀고있었는데 이상해서 다시 보니까 시계가 고장나가지고 멘탈 무너지고 그때부터 손 덜덜 떨리면서 글 하나도 안읽히고 결국 십분 종 치고도 계속 문제 풀다가 마킹 반정도 하고 종쳤다. 진짜 엄마아빠 당연히 최저 맞출수 있을 줄 알고 좋아하고 계셨는데 뭐라고 말씀드려야함..? 집에 못들어가겠어.. 시험장 자가용타고 십분거린데 나 어디 갈 때 맨날 엄빠가 차로 데려다주셔서 버스 탈 줄도 모름.. 택시 불러야하나 현금도 없는데......
부모님 앞에서 눈물 흘리면 더 속상하실 것 같아서 눈물 닦으려고 했는데 눈물이 계속 나. 어떡하지 진짜.. 다리 힘풀려서 덜덜 떨리고 손도 떨린다... 부모님 이미 주변에 자랑도 다 하셨는데 그걸 오떻게 실망시켜드려... 진짜 병신같은놈. 시계 여분으로 챙겼으면 뭐해. 주머니에 넣어놔ㅆ어야지...
부모님한테 어떻게 말씀드리고 어떻게 대해야해..?
최저 가뿐하게 맞출줄 알았는데 내가 이렇게 될 줄 몰랐다..
우리 엄마 어젯밤에 내 배냇저고리도 주셨는데... 이게 지켜줄거라고.... 너무 죄송하다 진짜.....
- 베플ㅇㅇ|2020.12.03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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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진짜 내가 다 속상함 ㅜㅜㅜㅜ 힘내,,,
- 베플ㅇㅇ|2020.12.04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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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인데 버스 탈줄을 몰라...? 너 친구랑 놀러갈 때도 엄마아빠차 타고 댕겨...??
- 베플ㅇㅇ|2020.12.04 0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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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니보다 인생 15년 넘게 더 살아본 사람으로서 얘기하자면... 오늘 하루때문에 너무 나쁜 생각은 하지 마. 다만 오늘 일을 인생의 큰 교훈으로 삼고 앞으론 더 철저히 준비하며 살면 되는거지. 오늘의 제일 큰 실수는 시험을 못 본게 아니라 중간에 포기한 거야. 앞으로 살면서 많은 일들을 할텐데 그때마다 중간에 아 망했다, 싶을때가 있어. 그런데 그때마다 전부 포기하고 리셋할 수는 없거든. 망한 것 같아도 최대한 살려보려고 노력하는 자세를 가지도록 해야 해. 그러다보면 진짜 또 어떤 방향으로든 나아진다? 지금 상황도 똑같아. 전체 인생으로 봤을때 오늘 일로 아 내 인생 망했다 싶을텐데.. 그렇다고 포기하고 인생 전체를 끝내야지 하면 안되는거지. 어떻게 해야 더 좋아질 수 있을까? 이 실패를 통해서 더 나은 인생을 만들어갈까? 하고 고민해볼 수 있는 인생의 과제를 만났다고 생각해. 내가 쓰니보다 좀더 오래 살아보니까... 수능과 대학 하나만으로 인생이 결정되질 않더라. 15년 전 수능보고 망쳤다고 울었던 친구들이 많아. 나도 그렇고.. 원하는 대학 간 친구는 단 한 명이었지. 그 한명 빼고 지금 모두가 불행할까? 아니, 다른 친구들 모두 자기 나름대로의 길을 찾아서 행복하게 살고 있어. 명문대 나온 친구는 좋은 기업 다니고 있고, 4년제 떨어져서 울며 전문대 간호학과 간 친구는 열심히 해서 큰 대학병원 10년차 간호사야. 중간에 4년제 학위도 땄더라. 대학을 좋은데 못 나오고 중소기업 취직했지만 주식과 부동산 재테크를 귀신처럼 잘 해서 제일 잘 사는 친구도 있고, 공부를 잘 못해서 지방사립대 갔던 친구는 해외에서 인연을 만나 그 나라에 정착해 아기낳고 행복하게 살고 있어. 그렇게 공부 싫어하던 애가 이제 독일어를 유창하게 하는걸 보니 참 신기해. 첫 수능에서 망치고 재수하다 보니 공부에 눈이 트여서 오히려 현역 목표대학보다 훨씬 좋은 대학 간 친구도 있고. 갔던 길이 적성에 안 맞아서 크게 고민하다가 다니던 회사 때려치고 새로운 일에 도전한 친구도 행복하게 일하며 살고... 공부는 못했지만 장사 시작해서 이젠 어엿한 사업가가 되어 돈 엄청 잘 버는 친구도 있어. 지금은 수능과 대학이 전부라고 생각하겠지만 이 1년이 인생 전부를 결정짓진 않아. (대댓으로 이어쓸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