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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같은 상처를 가진 남편

ㅇㅇ |2020.12.09 17:46
조회 880 |추천 2
늦게 결혼 했어요. 나이 딱 40에. 이제 5년차 네요.부모님의 결혼생활이 행복하게 느껴지지 않아서 결혼에 별 생각이 없다가뒤늦게 선 보기 시작해서 참... 감사하게도 좋은 사람을 만나서 결혼 했어요. 
남편은 참 순둥순둥하고 착한 사람이예요.저를 많이 사랑해 주고 아껴 줘요.진심이 느껴지는 큰 사랑에 감동해서 코 끝이 찡해 질 때가 한 두번이 아니예요.
제가 차가 없는대도 전혀 불편함을 못 느낄 정도로어디 가면 데려다 주고, 데리러 오고...어느 날은, 제가 휴대폰을 안들고 나왔었어요. 그 덕에 시간이 엇갈려서 저는 저 대로 갔는데,남편은 추운 겨울에 저를 못 만나서 발을 동동 굴렀나 보더라구요. 
집에 도착해서 씻고, 몸 좀 녹이려고 이불 속에 들어가 누워 있으니, 친정 엄마가전화가 와서는 *서방이 너 찾아 삼만리라고.. 제가 한 2시간 정도 천천히 걸어 오는 동안 남편은 차를 타고 이동을 하니집에도 다시 와 보고, 제가 없으니 다시 나가서 친정엄마한테도 전화 했다가,친정엄마가 밖에 있다고 하니, 제가 혹시나 친정집에 혼자 가 있나 싶어서 친정집에도 가 보고..만나기로 한 장소에서 친정집이 걸어서 1시간 거리, 저희 집이 걸어서 2시간 거리임.
어쨋든, 이야기 듣는데 코 끝이 찡.. 해 지더라구요. 참.. 내가 뭐라고... 친정엄마도 *서방이 너를 못 만나서 동동 거리면서 너를 찾는데내 딸을 이리도 귀하게 여겨 줘서 너무 고마운 나머지 눈물이 났다고...
그렇게 통화 하고 남편이 왔는데, 글쎄요... 이렇게 찾아 다니는 남편들도 많이 없겠지만,,보통은 짜증내고 화를 낼 텐데,, 남편은,집에 와서 제가 있으니, 낑낑 거리면서 (제가 혹시 화 낼까봐), 자기가 연락이 안 됬어도시간 맞춰 가서 기다렸어야 했는데..., 전화기 안 가져간 지 모르고 자기 연락 오기만 기다렸다고미안하다고 하는데... 진짜 눈물이 나려는 걸 참느라 혼났어요...
세상 사람들은 착하다 싶으면 그 마음을 이용해 먹으려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얕잡아 보고,자기 편할 대로 이리저리 휘두르려고 하는 사람들 있잖아요. 그런 걸로 상처를 많이 받았었나 보더라구요.
자기가 좋아하던 친구가 있었는데, 자기는 항상 그 친구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장소로가서 만났대요. 그런데 그 친구는 남편이 원하는 장소로 한번을 안 왔대요. 항상 자기 위주로그렇게.. 남편이 그 친구를 좋아하는 것 만큼, 그 친구는 남편을 그렇게 가까운 친구로 생각하지 않은 것 같았다고...
그 예기 듣는데, 저도 그런 적이 있었거든요. 대학교 때. 너무 예쁜 친구였는데, 예쁜 얼굴 덕에주변에 친구들이 많았어요. 저도 거의 99% 그 친구에게 맞춰주는 편 이었는데,, 아뭏든 한 순간 상처받는 일로 그렇게 일방적으로 마음을 주는 교재는 하지 않게 되었지만..사실 그 친구 잘못도 아니죠. 언제 자기를 그렇게 좋아해 달라고 한 적도 없고, 저의 일방적인 마음이었지만, 당시에 제가 받았던 상처를 생각하며, 이렇게 순한 사람이참 상처가 컸겠다.. 는 마음이 들더라구요. 측은하고, 정말 그 마음 이해가 갔어요.
나도 같은 경험이 있어서 자기 마음 정말 충분히 이해해. 상처가 컸겠지만, 자기의 그 순수한 마음을 받았던 그 친구는 평생 자기를 잊을 수 없을 거야. 순수함이란 그런 것 같아. 시간이 지날 수록 빛을 발하게 되는 그런거. 
나를 처음 만났을 때, 남편은 소파에 앉아서 만남의 장소로 들어오는 저를 올려다 봤고, 저는 선 채로 걸어 들어오면서 남편을 내려다 봤었죠. 그 때의 그 눈빛. 두려움 가득 담긴..ㅋㅋㅋ 문을 열고 들어 서는 절 보면서, 저 사람은 아닐거야.. 라고 생각 했는데, 자기한테걸어와서 놀랐다고...
이렇게 착하고 순한 남편의 기를 살려 주기 위해 저는 오늘 아침에도 새벽에 일어나 생선 굽고, 따끈하게 국 데워서 아침 상 준비 했습니다. 아침은 안 그래도 입맛이 없기 때문에 생선이나 고기 반찬을 항상 올립니다. 먹는 동안 누룽지탕 끓이고, 밥 다 먹으면 뜨끈뜨끈한 누룽지탕 한 그릇후식으로 줍니다. 엄청 좋아해요. 누룽지탕 까지 다 먹고 나면 붉그레 해 진 얼굴로 [아, 잘 먹었다] 하는데, 저는 그 모습 보는 게 참 좋습니다. 
오늘 저녁은 스파게티 해 준다니까, 좋아라 하면서 출근 했습니다. 퇴근길에 생크림 하나 사가야 합니다. 확실히 생크림을 넣어야 고소한 맛이 더 깊고 풍성해 진달까요... 요리 솜씨 별로 없는데, 뭐 작은 거라고 할 때마다 맛있다고 엄청 해 줍니다. 머쓱...;; 사실 시댁이나 친정집에서 날라 오는 반찬으로 냉장고가 빌 날이 없어서 요리를 많이 안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요리가 안 늘어요..
남편은 아내의 밥상을 통해 사랑을 먹는 것 같아요. 그 사랑을 통해 밖에 나가서 어깨 펴고 사회 생활 하는 것 같습니다. 아내의 사랑이 꽉 채워지니, 자연스레 가슴이 펴지는 남편을 보면 뿌듯해요.
혹시 혼기가 꽉 차서 결혼으로 고민하시는 분들 계신다면, 포기 하지 마세요.좋은 인연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요... 저도 38살 인가 부터 선 보기 시작 했는데,참... 별 일 다 있었죠. 기회 닿으면 스토리 한번 적을께요. 그런 별일 겪을 때 마다, 역시 나는 결혼은 아닌가보다.. 생각 했지만, 그런다고 손 놓고걍 혼자 살아야지.. 했다면 이런 좋은 신랑과 이런 행복을 놓쳤을 거예요...
추천수2
반대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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