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년 조금 넘는 결혼생활동안 판에 글은 한 서너번 정도 남겼었나봐요. 그때도 답답한 마음에 글을 썼었구요.
남들보다 한참 늦은 나이에 짧은 연애기간을 보내고 급하게 결혼했는데, 생각해보면 저 혼자 좋아해서 밀어붙인거 같아요.
그 사람은 그냥 혼자 살게 두었어야했는데 제 욕심이 과했네요. 결혼 초부터 남편은 결혼전처럼 하고싶은거 다 하고 살수 없어 힘들다며 싸우기만하면 이혼하자 입버릇처렴 얘기했고
결국 법원가서 협의이혼 확정서까지 받았는데 최종적으로 구청에 신고를 안해서 유야무야 넘어갔었어요.
남편 성향이 일반적인 사고 방식과는 많이 다르다는걸 알고 나니 대화 자체가 힘들어서 제가 왠만하면 입을 다물었고 그러다보니 대화도 점점 줄게되었네요.
아이는 없어요. 둘다 나이가 많다보니 안 생겼고 그마저도
2년전부턴 남편이 아예 제 몸에 일절 손을 안대고 부부관계를 거부해서 각방을 써왔습니다.
제가 이혼가정에서 자란터라 혼자서 힘들게 키워주신 노모에게 당신 인생과 닮아 이혼했다는 모습 보여드리기싫어서,
그리고 이혼 후 이혼녀로 혼자 살아갈 남은 인생이 너무 겁이나서 어떻게든 그럭저럭 이렇게라도 지내고 싶었습니다.
이미 자존감은 바닥이고 너무 어리석은 생각이란걸 잘 알지만
그래도 혼자 사는거보다는 밤늦게라도 퇴근해서 집에 들어오는 남편이 있는게 낫다는 생각이 들어서 계속 버텨왔네요.
2년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정리해고 되었고 1년을 퇴직금과 실업급여를 받아 쓰면서 쉬다가 올해는 취업이 되어서 일은 하고 있지만 급여가 많지는 않아요.
남편은 개인사업을 하는데 저에게 아파트 대출이자랑 관리비만 주고 있고, 한달에 두어번 대형마트에 함께가서 장을 보게 되면 남편카드로 결제를 합니다. 그 외엔 따로 받는 돈은 없어요.
남편은 늘 늦다보니 집에서 밥은 잘 안먹고, 저 역시 혼자먹자고 뭘 하지는 않아서 간단히 사다놓은 햇반에 엄마가 주신 김치랑 김만 놓고 간단히 해결하는 일이 많구요.
어쩌다 남편이 일찍 오는 날이면 집 근처로 나가서 사먹기도 합니다. 대화를 많이 하진 않지만 그래도 같이 밥을 먹긴 했어요. 제 나름 그게 작은 행복이었네요.
남편은 집에 오면 귀에 이어폰을 끼고 잘때까지 유튜브시청을 합니다. 제가 뭐라고 말을 하면 잘 안들린다며 짜증을 내서 대화는 거의 없어요.
그래도 지난 4년간 결혼기념일엔 제가 예약해서 뷔페가서 밥을 먹기도 했어요. 제가 가지고 싶은걸 얘기하면 사주기도 하구요. 제 생일때도 한번도 축하한단 말을 안해서 싸우기도 많이 싸웠는데 올해 생일엔 왠일로 축하한다고 말해주더라구요.
얼마전 남편이 너도 사랑받고 살고싶을텐데 미안하다며 자긴 그렇게 해줄 자신이 없어서 아무래도 헤어지는게 맞는거같다고 하더군요. 이번엔 진짜 해야할거 같다구요.
회사일도 골치아픈데 저와의 관계라도 정리가 되어야 숨을 쉬고 살거같대요.
그냥 우린 안맞는거같다고, 앞으로도 서로 안 변할테니 헤어져서 각자 삶을 사는게 맞다구요. 인생 길지않다며..
다른 사람이 있냐니까 아니래요.
그랬음 진작에 이혼했을거라구요.
저도 지난 4년의 시간동안 정말 죽고싶을만큼 이사람과 사는게 힘들었는데..이혼은 늘 남편이 먼저 하자고 하네요.
그동안 싸울때마다 이혼을 요구하다가도 시간이 좀 지나면 감정이 가라앉다보니 그냥 저냥 넘어가더니 이번엔 진짜같아요.
코로나로 인해 제가 지금 다니는곳에서도 이달까지만 일을 하게 되었어요. 당장 입에 풀칠하기도 힘들게 생겼는데 남편은 아파트도 빨리 팔았음 좋겠다고 해서 저도 이사 나가야해요.
남편은 본가로 들어가서 연로하신 부모님과 함께 살겠다고 하구요.
일단 직장을 다시 구해야 어디로 이사를 나갈지 결정할텐데 남편은 서류정리도 빨리 하고싶다고 하네요.
그래서 어제 새벽까지 대화를 했고 일단 담달에 남편이 먼저 나가고 전 직장 구해지는데로 집 내놓고 이사나가기로 했어요. 서류정리도 그때 같이 하기로 했구요.
남편이 제게 해줄수있는 마지막 배려라고 하더군요.
뭐가 그렇게 싫었을까요.
한달에 반을 집에서 안자고 출장이다 낚시다 다녀도 그려려니 했고 사업 수익이 얼마인지도 묻지않고 생활비 달라고 해본적도 없는데..집안일에 손 하나 까딱 안해도 제가 늘 다 했는데..
결혼전 웃음이 많던 제가 결혼 후 늘 우울함을 얼굴에 달고 살았는데 제 표정과 말투도 너무 마음에 안든다고 하더군요.
그냥 지금처럼 그냥저냥 살자고 사정해봐도 단호하네요.
왜 자기가 부모도 아닌데 절 끝까지 책임져야하냐면서요.
위자료는 얼마만큼 받기로 했지만 이혼 후 혼자 남게 될 삶에 이젠 크게 미련이 없어요. 아이도 없고 나이는 많고 능력도 없고 돈도 없고 자신감도 자존감도 바닥이고..최악이네요.
여자가 있을거라고 가늠해보지만 증거가 있는것도 아니구요. 결혼전부터 핸드폰에 락 걸어놓고 화장실갈때도 들고 다니고 잘때도 손에 쥐고 자서 볼 수도 없었어요.
결혼 전 5년간 사귀었던 여자랑 헤어지고도 친구로 지내며 계속 연락하고 만난다는 사실을 알고 정리해달라고 부탁했고, 남편이 자기 결혼하다며 그만 연락하자고 했다고 하길래 믿었구요. 그 사람과 다시 연락을 하고 지냈었을수도 있지만 그건 알수가 없네요.
알고자하면야 알수도 있겠지만 그러고 싶지않아요.
나에게 정 없던 사람이 다른 사람을 사랑한다는거 생각만 해도 숨이 턱 막히고 힘들어요. 굳이 확인해서 여기서 더 이상 상처 받고 싶지않아요. 지금도 이미 최악이니까요.
자주 자살을 생각하면서도 차마 실행에 옮기지못하고, 우울증에 시달리면서도 이혼 후에 삶보단 낫겠지 생각해서 버텼는데...이젠 어떤 것도 하고싶은 생각도 안들고 더이상 삶에 대한 미련이 없어요.
이혼했다고 제 인생이 끝나는건 아니지만 제가 많이 사랑했고 의지했던 사람에게 버림받았다는 생각에 참 비참하네요. 이혼하고 잘 사시분들도 많겠지만 모두가 그렇게 지내는건 아니겠죠.
금슬좋은 부부들을 마주치면 정말 부러웠어요.
아이들도 너무 예뻐서 미소를 짓고 한참을 본적도 많네요.
나도 아이가 있었음 좋았을텐데 생각하다가도 이렇게 될걸 안생긴게 차라리 다행이다 싶지만요.
전생에 뭘 얼마나 큰 죄를 지어서, 아님 이번 생도 그닥 잘한게 없어서인지 부모복, 남편복, 자식복 그 어떤것도 제것이 되질 못하고 살다가나봐요.
남편은 출근하고 혼자 집에서 배가 고프다는 생각도 없이 종일 멍하니 있다가 글 남겨보네요. 병신마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