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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 구하는 판남들에게 하고 싶은 말

ㅇㅇ |2020.12.27 11:08
조회 107 |추천 1

부끄럽지만 나도 몇달 전까지는 너희들처럼 판에서 판녀를 찾아 헤메는 판남들 중 한명이었다.

대부분의 판남들이 판에서 판녀를 찾는 이유는 찾아보면 많겠지만 대부분은 현실에서 여자를 못 만나서 외로움에 판으로 찾아들어온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나도 혹시 판에서라면 내 짝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란 생각에 판에서 계속 옾챗과 라인을 반복했다.

하지만 현실은 냉담했다. 대부분의 판녀들이 그저 짧은 대화로 끝이 났고, 만에 하나 좀 이야기가 이어지더라도 내 얼굴을 보는 순간 대화가 끊기더라.

처음에는 이걸 판녀들 탓으로 돌렸다. 그러다가 어느날 거울을 보니까 왠 한1남콘 한마리가 거울에 비치더라.

그제야 애써 외면하던 현실을 깨달았다. 내가 왜 현실에서 여자가 없었을까. 왜 판녀들이 내 얼굴을 보는 순간 연락을 끊었을까.

나는 이내 죽고싶어졌지만, 그냥 도태되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기에 내 쥐꼬리만한 의지를 모으고 또 모아서 자기관리를 시작했다.

물론 20여년 가까이를 그따구로 살아놓고 사람이 갑자기 바뀌려니 엄청나게 힘들었지. 그럴때마다 내가 찍어놓은 내 얼굴 꼬라지를 봤다. 동기부여 하나는 오지게 잘 되더라.

그렇게 반년 동안 17키로를 뺐다. 물론 살을 뺀다고 엄청나게 잘생겨지거나 그런 일은 없더라. 그래도 돼지새끼에서 사람새끼가 되는데는 성공했다.

머리도 바꾸고 옷도 새로 사고 다니는 건 나름 즐거웠다. 옛날엔 인싸들 문화라고, 나랑은 상관없다고 애써 자위하고 다녔는데 직접 겪어보니까 자기 자신을 꾸민다는게 엄청 재밌는 일이더라.

그렇게 사람새끼가 되니까 주변에서 확실히 보는 시선이 달라지더라. 그리고 17년 동안 조져놓은 인간관계를 조금씩 회복해나갔다.

동성 친구를 늘리는 건 확실히 즐거웠지만, 이성은 17년 동안 일체의 접점이 없다 보니 어떻게 반응하고 어떻게 대답해야 할 지 막막했다. 그래도 결국 같은 사람이더라. 조금씩 찬찬히 대화하니까 되더라.

그렇게 한달 전 쯤 첫 연애를 시작했다. 옛날의 나 같았으면 쳐다도 못 봤을 여자애였지만, 그 이전에 상대가 어떻든 나라는 사람을 좋아해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거 자체가 그저 행복했다.

쓰다보니 내 자랑글이 되어버린 거 같지만, 결국 내가 말하고 싶은 건 나랑 맞는 누군가를 찾아 이 쓸쓸한 인터넷 한구석에서 성냥팔이 소녀짓을 하는 것 보다는 나 자신이 바뀌는 게 낫더란 것이다.

물론 나 자신이 바뀌어도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도 바뀌는게 안바뀌고 그대로 있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인터넷일수록 오히려 너의 종합적인 장점보다는 얼굴을 더 보면 봤지 현실에서 도태된 너를 인터넷이라고 좋아해줄 일은 결코 없다.

Do not go gentle into that good night.
어두운 밤을 쉬이 받아들이지 마시오.
Rage, rage against the dying of the light.
꺼져가는 빛을 향해 분노하고, 또 분노하시오.

너는 충분히 바뀔 수 있다. 너의 현실을 쉬이 받아들이지 마라, 분노하고 또 분노하여 너 자신을 바꿔라.


오래된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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