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사고 싶어했던 그 삼성 냉장고를 보았다.
학교앞의 중고 가게를 지나다..
그 냉장고를 보구 너무 반가워서
손을 들어 인사를 했다.
그 애도 웃으며 반기길래 가서 말을 걸려다
깜짝 놀라버렸다.
그 아이는 가짜였기 때문이다.
난 그 아이인 줄 알았지만
매우 흡사한 모조품이었다.
가격은 전이랑 거의 비슷했지만,
분명히 가짜였다.
어떻게 아느냐면 녀석이 나랑 마주쳤을 때,
전봇대 옆에 비스듬히 기대어
다른 냉장고들이랑 빈둥거리고 있었는데,
전원을 켰을 때 들어오는 불빛이
너무 인위적으로 밝았다.
어느 고도로 숙련된 기술자가 손을 봤음이 틀림없었다.
그리고 나랑 마주쳐서 인사를 나누게 되었을 때
녀석의 표정을 보고 느꼈다.
녀석은 틀림없이 가짜라고..
분명히 그 놈이 그 아이를 잡아먹고는 시침을 떼고 있었을 것이다.
괘심한 놈..
멱살이라도 잡고
"야 이 가짜야! 진짜는 어떻게 했어? 니가 잡아먹은 거 모를줄 알어?
어따 묻었어? 내가 모를 줄 알아!.."
라고 했어야 했다. 흑.. 나쁜 놈.
암튼 그 정밀한 복제품은 상당히 자연스럽게 목소리와 행동까지
비슷하게 만들어냈지만 눈도 초점이 없고
분명히 걸음걸이도 이상하고
목뒤로는 배터리 넣는 두껑이 있었다.
집에 와서 생각해보니
적어도 그 녀석을 그냥 보내서는 안되는 것이었다.
내가 너무 위험한 일을 한 것 같다.
저녁에 그 아이한테 전화를 했다.
다행히 살아있었다.
"낮에 만난 애가 너랑 무지하게 똑같이 생겼던데,
나를 보더니 굉장히 놀란 척 하며 아는 척까지 하더군."
그 애는 어이없어 했다.
당연히 믿을 수 없는 일이다.
이해한다.
뭔가 거대한 음모가 도사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외대 노천 지하가 둘로 쫙 갈리면서
철인 28호 같은 것이라도 나오면 정말 큰 일이 아닌가.
지난 주말 정말 학생회애들과 똑같이 생긴 애들이
노천 바닥에서 대자보를 쓰는 척하면서
무언가의 작업을 하고 있었다.
말 잘듣는 로보트처럼 재빠르게 의논해가며 임무를 수행했다.
아마도 그 녀석들이 음모의 배후일지도 모른다.
그 중에 옆에 서서 의논하던 애들이 수뇌부임이 틀림없다.
갑자기 머리가 복잡해진다.
새벽2~3시 쯤이었다. 나말고도 같이 맥주를 마시던 친구
두명도 그것을 보았다.
그 중 한명은 최근에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다.
무서운 놈들.
그런데 오늘 만난 그 녀석도 상당히 강해보였다.
결코 만만한 냉장고 따위가 아니었다.
침대에 잔뜩 긴장하고 엎드려서 대기하고 있어야겠다.
그 가짜..
리모콘은 플레이 스테이션2 조이 스틱일 것이다.
가격도 29만8000원에다 디자인도 더 깔끔하고
새로 나왔으니까 손잡이도 잘 돌아가고 스위치도 적절한 위치에 있다.
내 껀 아직 겜보이 조종기인데..
펭귄의 남극탐험정도 밖에 조정한 적 없는데.
그렇지만..
내가 녀석과 시간을 끄는 동안 우뢰매는 완성되겠지..
난 당하는 거 따위는 겁내지 않는다.
다만 나의 학우들이 걱정될 뿐이다.
두려운 녀석들..그 가짜 냉장고.
도대체.. 누가 조종하는 걸까?
철이일까? 아니면 노박사?
둘 다 철인 28호가 고장났을 때 제거했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