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레를 쓰고 질마(길마)에 등짐을 지며
평생 사람에게 묶여 살던 소가 있었지
논밭 갈고 등짐지고 수레도 끌어야 하니
뼈 빠지게 일하는 것이 삶의 전부였어
“언제까지나 이렇게 살 수는 없어.”
주인이 질마를 지워놓고 어디 간 사이
소는 질마를 등에 진채 달아난 거야
마을을 벗어나서 고갯마루에 올랐어
“이 거추장스러운 것은 버려야지.”
소는 등에 있는 질마를 벗어던졌어
그 곳이 지금의 서대문 질마재(鞍山)야
몸이 한결 가벼워진 소는 기분이 좋아
콧노래를 부르며 계속 서쪽으로 갔지
머리에 씌운 굴레와 코뚜레가 걸거쳤어
굴레도 나뭇가지에 걸어 벗어던졌지
“이것 때문에 사람에게 잡혔던 게야.”
굴레를 벗으니 코뚜레와 고삐도 땡!
그 자리가 지금의 아현동 굴레방이야
질마와 굴레까지 모두 벗어버린 소는
마음이 가벼워 해방이다 자유다 했지
마음이 가벼워지니까 가는 길도 열려서
이제는 아무것도 거리낄 것이 없었어
길가로는 풀도 많고 맑은 물도 흘러
먹고 마실 것도 얼마든지 널려있어
세상 모두가 소를 위해 있는 것 같았어
굴레방에서 서강 쪽으로는 내리막이라
발길이 저절로 움직여가는 것만 같아
경치도 구경하며 뚜벅뚜벅 걸어갔지
소걸음이 ‘뚜벅뚜벅’인 것이 그래서야
서강 쪽에는 강이 넓게 펼쳐져 있고
강에는 세 개의 섬이 둥둥 떠 있었어
지금의 한강과 거기 있는 밤섬이었지
강과 섬을 처음 본 소는 넋이 나갔지
모두가 놀랍고 신비롭기만 했던 거야
강 너머로는 몸을 잔뜩 부풀린 해님이
웃으면서 지평선을 넘어가고 있었어
“서쪽 어디에는 극락정토가 있다지.”
언젠가 사람들이 하던 말이 생각났어
해님이 그 곳으로 가는 것만 같았어
거기까지 걸어온 소는 조금 피곤해서
턱을 괴고 엎드려서 잠시 쉰다는 것이
그대로 누워서 잠이 들어버렸지 뭐야
그것이 산이 되어 지금의 와우산이야
서울시가 여의도를 개발하기로 하고
한강 가까운 와우산에 아파트를 짓고
밤섬 주민들을 모두 그곳으로 옮겼어
잠자는 소등에 한 마을이 실린 거야
질마재(鞍山)에서 벗어던진 그 질마가
자고 있는 사이에 다시 따라와서
상상도 못할 무게로 실린 것만 같았어
“뭐야? 어떻게 무겁고 큰 이런 짐이….”
깜짝 놀라 긴 잠에서 깨어난 소는
있는 힘을 다해서 몸부림을 쳤지
몸을 흔들어 등짐을 떨어뜨린 거야.
소등에는 짐을 지우지 마라... ( 옮긴 글,김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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