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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진지 6년 반... 아직 저는 제자리네요

오후10시36분 |2021.01.31 12:29
조회 1,311 |추천 4

올해 서른세살 평범한 직장인입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나이가 나이인지라

연애도 많이 해봤고, 결혼이라는 인생의 큰 결정을

내려야 하는 나이가 다가 올수록 이런저런 다양한 사람들

많이 만나본것도 사실입니다.

 

매번 진심이었던거 같아요. 누구는 그냥 재미로

아니면 외로워서 만난다고 하는데, 저 또한 되돌이켜 보면

외로워서 만난적도 있긴 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만나자고 하는 얘기 만큼은 같은 '미래'를 꿈꿀 만한 사람에게만

했던거 같아요.

 

그런 저한테는 지금도 잊지 못할 '그 사람'이 있습니다.

 

총...5년반을 연애했네요.

2009.03.28에 만났고. 지방선거 전날인 2014.06.03에 헤어졌으니

 

중학교때 처음 알게되고 좋아하게 된 첫사랑이었어요.

비록 중간에 전학을 간 친구였지만, 20살이 되던해 마치 수능끝나면

뭐 해야지 라고 다짐이라도 한것 마냥 싸이월드를 미친듯이 뒤져서

겨우 찾았고, 그 뒤로도 1년동안 서로의 타이밍이 맞지 않아 마음고생만 하다가

그 사람이 용기내어 고백한 끝에 우리는 만날 수 있었습니다.

 

'300km, 3시간 30분'

저와 그사람이 5년반동안 극복해야 했던 물리적 거리였습니다.

돈 없는 대학생 신분에 고속버스를 시내버스타듯 기차를 전철타듯 했고,

그래서 그 사람을 만나기 위해 맛없는 학생식당만 다니고,

주말에도 알바를 했었습니다.

 

그래도 좋더라구요. 정말 처음 사귀고 한 두달동안은 믿겨지지도 않아

아침에 볼을 몇번 꼬집을 만큼 좋았습니다. 물론 그 사람도 제가 사랑하는 만큼

절 사랑해준다는 느낌을 받아서 어릴적에 부모님 모두 여의고 동생만 있는

그녀에게 때로는 남자친구, 때로는 친오빠, 때로는 아빠역할도 할 만큼 세상으로부터 누구보다

지켜주고 싶은 사람이었기에 서로 알게 된지도 오래됐고, 연애하는 기간도 길어지면서

어린나이였지만, 자연스레 '미래'를 함께 그려갔었죠.

 

'타이밍'

네. 이번에도 타이밍의 문제였습니다.

힘든 상황에서도 똑똑했던 그 사람은 임용에 합격했고,

연차가 조금 쌓여 학교에서 중요한 업무를 담당하게 되어 

5년반 동안 매일 하던 전화기 너머로 예전보다 힘들고 바빠졌다는 얘기가 잦아졌지만,

저는 졸업하고 장교로 군생활을 하던 상황에서

전역이 다가올 수록 취업에 성공한 다른 동기들과 달리 매번 최종에서 떨어지는

제 모습에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취업에 대한 압박이 커져서 많이 예민했던 터라

그 마음을 안아줄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거 같아요.

지나고 생각해보면, 그 사람은 당장 달려와달라는 터무니 없는걸 원한게 아니라

그저 작은 위로라도 따뜻한 말한마디가 듣고 싶었을 텐데 말이죠.

 

그래서 헤어졌습니다. 전역을 1달 남겨두고

자신이 없다고 하더라구요. 더는 저를 만날 자신이.

여름비가 오던 밤 빗소리보다 더 크게 울었습니다.

참을 겨를도 없이 눈물이 나는데, 계속 붙잡아도 단호한 그 사람이 너무 미워서

버스도 기차도 끊겼지만, 그 사람 안보이는 곳으로 도망가려고 했지만,

그 사람은 그런 저를 마지막으로 안아주고 재워줬고,

다음날  버스에 오르면서 그 사람과의 연애도 그렇게 끝이 났습니다.

 

오랜시간 만났는데, 헤어진이후에 딱 한번 연락오더라구요.

어둠속 한줄기 희망인거 같아서 붙잡아도 봤지만, 여전히 단호한 그 사람 모습이 미워서

잊을꺼라고 마음 다잡고 태연한 척 취업준비를 하면서도

보고싶고 붙잡고 싶은 마음은 어쩔수 없어, 먼 거리를 무릅쓰고

그 사람과 매년 갔던 그 사람의 부모님 빈소에도 혼자 다녀오고

그 사람 집앞에 가서 연락도 했었지만. 이제는 만날 이유가 없다는 문자 한통에

쉼없이 300km를 달려왔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그 사람이 사는 집 대문을 두들기고 나오라고 소리치면, 지금까지의 우리의 모든

아름다운 기억들마저 그 사람에게는 안좋은 기억으로 남을까 두려워

문 한번 두드려보지 못하고 그 길로 버스에 올랐습니다.

 

'시간이 약'

이제는 헤어진 하루에 우리가 만났던 하루씩 잊어도 다 잊혀질만큼 시간이 많이 지났네요.

그동안 저는 좋은 곳에 취직해서 더이상 가난하던 대학생이 아니라

제 차도 있고, 이젠 집을 어디다가 살지 고민 할 만큼 상황도 많이 바꼈고,

그런 저와 만났던 사람들도 여러명이었지만, 저도 모르게 그 사람과

비교하고 있는 제 모습이 싫어서 그 사람을 더 많이 미워도 해봤고,

심지어 이 세상에 없는 사람이라 만나고 싶어도 만날 수가 없다는

자기 최면까지 걸어가며 잊어보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렇게 노력하면서 시간이 지나니깐 그때는 보이지 않던것들이 보이더라구요.

5년 반동안 누구보다 서로 사랑했지만, 그 사람이 그렇게 매정했던 이유는 어쩌면

다시 만나도 또 이별의 상처를 주지 않을 자신이 없어서

그렇게 딱 한번의 상처만 주고 싶었던

그 사람의 마지막 배려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고,

저 처럼 이렇게 어릴적 첫사랑과 만나

5년반 동안 서로 사랑하는 감정을 느낄 수 있었던 것 만으로도

참 나한테는 큰 행운이었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래서 지금은 예전처럼 제가 만나고 있는 사람을 그 사람과 비교하거나

그 사람이라면 이랬을 텐데...라는 생각을 하지는 않는거 같아요. 

시간이 약이라고 말 처럼요

 

그런데 참... 쉽지 않은것도 사실이에요.

일상생활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받거나, 누군가와 이별을 하거나 하면 어느순간 제 마음 한켠에

자리잡고 있던 그때의 좋았던 기억과 아픈 상처들이 하나씩 하나씩 떠오르는 지

1년에 꿈을 꾸는 날을 한손에 꼽을 만큼 꿈을 잘 안꾸는 편이지만, 잊을만 하면

꿈에 나오고, 지금도 여름비가 싫고, 그 사람이 사는 지역은 그 이후로 친구들 만나러도

가지 않고, 심지어 어제 다녀온 고속버스터미널을 걸으면서도 그 사람을 만날것만 같은

불안감이 드는걸 보면요.

 

그렇게 한해한해 나이가 먹었고, 이제는 서른 세살.

정말 이젠 누굴만나도 그때처럼 연애를 하며, 자연스럽게 결혼이라는걸

생각하기엔 많은 나이가 됐죠. 결혼을 '전제'로 만나야 하니깐요.

저도 제가 단점이 많은 사람이라는거 알기에 상대가 완벽하길 바라지 않아요.

 

그냥 그 때 내가 그 사람을 사랑했던 그 눈빛 그 말투 그 표정 아니 어쩌면 그 이상을

해주고 싶은 사람과 결혼하고 싶은데, 나이가 들어서 인지 사랑에 겁이 많아진건지,

그때 마음을 다 줘버려서 남은 마음이 작아서 그런건지는 모르겠지만, 참 그런사람 만나기

쉽지 않네요.

 

다들 그래요.

현실적으로 그게 가능하냐고, 대충 조건 맞으면 결혼하는거라고

복잡하게 생각하면, 못하는게 결혼이라고.

 

근데 어릴적부터 그런 사랑을 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제 아내만큼은 세상에서 저한테 가장 사랑받는 사람으로 만들어 주고 싶거든요.

그게 조건이 맞다고 해결되는 문제는 아니잖아요.

 

헤어진지 6년이 넘어도 아무리 노력을 해도

제자리인거 같아서 이렇게 글 남깁니다.

저도.. 행복해질수 있을까요...?

추천수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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