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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ifc몰에서 극단적 선택한 사람의 아내입니다.

찹쌀떡 |2021.02.14 15:21
조회 1,968 |추천 26

얼마전 ifc몰에서 극단적 선택한 사람의 아내입니다.

 

5살 딸과 사랑하는 아내가 삶의 전부인 남편이 있었습니다. 주말이면 놀이터에서 아이와 비눗방울을 불며 행복해하는 아이의 웃음을 보며 본인이 더 행복해 하던 자상한 아빠가 있었습니다. 앞으로 더 행복하게 해주겠다고 다짐하던 남편이 있었습니다.

 

지난 1월 15일. 그 다정한 남편이 ifc몰회사 건물에서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되었습니다.

먼저. 너무도 공개적인 장소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 일로 인하여 놀라셨던 분들에게 남편을 대신하여 사과의 말씀드리며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억울한 사정을 이야기하려 이글을 올립니다.

평소 너무나 밝은 모습과 가정을 너무도 사랑하는 사람이었기에 이런 일은 꿈에서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었으며. 사실 아직도 꿈만 같습니다. 아니 꿈이면 좋겠다고 매일 울며 약을 먹고 잠들고 있습니다.

남편이 뛰어내린 건물,ifc몰은 평소 업무를 하던 회사 건물은 아니였고, 남편이 맡았던 두 개의 프로젝트 중의 하나의 프로젝트로 공유오피스를 설치하기위한 장소였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남편은 회사로 이직한지 4개월 쯤 되었습니다. 일을 힘들어하던 전임자들이 퇴사하여 남편은 생각보다 일찍 팀장으로 승진하게 되었고. 서울시 수주사업을 하는 남편의 회사는 7명분의 인건비를 서울시로부터 받았으나, 전담 인원은 2명으로 진행하여, 인건비를 남겨 수익을 창출하는 수익구조의 회사였습니다.

7명분의 업무량을 메우고, 마감기한을 맞추기 위해 남편은 야근후에도 집에 와서 저녁도 먹지 못한채, 하루 2~3시간의 잠을 잤고, 그나마 잠을 자는 시간도 책상에 엎드려 불안감에 쫓기는 쪽잠을 자며 프로젝트를 완성시키려 발버둥쳤습니다.

그렇게 밝았던 남편의 모습은 점점 사라져갔고. 백수여도 좋으니 제발 그 회사를 그만두라는 가족들의 간곡한 부탁에 결국 퇴사를 결심하였습니다.

하지만 회사로부터 어떤 압박을 받았는지. 남편은 하루만에 다시 생각을 바꾸고 이번 프로젝트는 마무리하고 그만둬야한다. 이 프로젝트를 망치면 그 꼬리표가 붙어서 다른 어느곳에도 취직할수 없다 라며 다시 퇴사를 고민합니다.

그리고 사망당일 아침. 새벽까지 일을 하다 2시간정도 잠을 자고 일어난 남편은 출근하기전 딸의 얼굴을 한번 쓰다듬고 “엄마 말 잘 들어야해 엄마 힘들면 아빠 속상해.. ” 라는 마지막 말을 남기고 출근을 합니다. 그 모습이 마지막 인줄 알았다면.. 어떻게 해서든 출근하지 못하게 할걸. 바짓가랑이를 붙잡아서라도 잡아둘걸. 하루에도 몇 번씩 그날로 돌아가 후회를 하게 됩니다.

 

경찰서, 병원, 다시 경찰서, 그리고 장례식장. 무슨 정신으로 장례를 치뤘는지 모르겠습니다. 갑작스런 남편의 죽음에, 장례식장을 찾은 남편의 전 직장동료들과 지인들은, 남편이 그럴 사람이 아니라며 꼭 사인을 밝히라고, 회사에 책임을 물으라고 혼절을 거듭하는 저를 붙잡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런다한들 다정했던 내 남편이 살아돌아오는것도 아니고, 그냥 남편을 따라가고 싶은 생각 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정신없이 장례를 치르고, 유서조차 남기지 않은 남편의 사망이유를 알고 싶어, 남편의 핸드폰을 살펴보게 되었습니다.

 

남편의 핸드폰에 서울시 담당자와의 통화내용이 녹음되어 있습니다. 담당자는 프로젝트 진행 인원이 부족한 것을 회사에 이야기 하고 시정해 달라. 직접 이야기 하지 못하겠다면 우리가 직접 회사측에 이야기 해 보겠다. 인원보강을 해달라...

그리고 남편이 담당자에게 이런 질문을 합니다. 제시간에 결과물을 내지 못하고. 프로젝트를 실패하면 어쩌냐 라고.

담당자는 지금까지 그런 사례는 없었으며 그 경우 손해배상을 요청할것이고,앞으로 정부사업은 못할 것이다. 그대답에 남편은 한참을 말을 잇지 못하고 있다가 내가 해결해 보겠다. 라고 말한지 며칠뒤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하나의 프로젝트만으로도 이미 과다한 업무량이었음에도. 여의도 금융오피스 프로젝트라는 생소한 프로젝트를 또 하나 맡게 되면서, 이전,설치에 관한 수십통의 전화와 문의에, 앞서 맡고 있는 프로젝트는 손도 대볼 시간도 없이, 담당자의 재촉전화에 괴로워 했습니다.

남편은 평소에 업무지시자가 많고, 업무량도 많기에 중요한 회의나 통화내용은 녹취해놓는다고 해왔습니다. 덕분에 저는 남편의 슬픈 사망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남편에게는 한번도 해본적 없는 새로운 금융오피스 이전업무를, 가이드라인을 주는 사수 한명없이 진행시켰습니다.

그리고 상사의 폭언에 시달리며 괴로워 하였습니다. 집에서 키우던 고양이가 죽었다며 회사에 와서 히스테리를 부리거나. 뇌가 없냐? 팀장 자격이 없다. 등의 발언과 남편을 투명인간 취급하기도 하였습니다.

또한 회사는 프로젝트 선급금을 받아.다른 용도로 유용한 부분도 보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실에도 회사대표는 도의적책임을 느끼고 있긴하지만 회사측의 업무과중은 없었다고 주장하며, 사건이 확대되면 고인의 잘못이 드러날까봐 두렵다고 유족을 협박하기도 했습니다. 그런식으로 시간을 끌고 사건을 은폐시키기 위해 유족에게 협조적인척 가증스러운 모습으로 일관해 왔습니다 .

남편을 대신해 생계를 유지해 가야하지만, 자가면역질환으로 인해 하루 4시간의 아르바이트 밖에 할수 없는 저에게 남편이 죽은 그 회사에 나와서 청소업무를 하고 월급을 받는 방식을 제시하며, 미적거리며 시간을 버는 수법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남편이 죽은 회사에 나가서 일을 하라구요? 남편 사진을 보는것도 가슴이 미어져 차마 제대로 보지 못하는 제게..남편이 힘들어하던 그 장소에 나오라니요. 정말 파렴치한 제안에 몸서리가 쳐졌습니다.

 

단지 저는 어린 딸에게, 아빠가 회사의 비합리적인 업무구조로 인해 너의 곁을 떠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일이 너무나도 힘들었기에 세상을 떠날 수 밖에 없었음을 말해주고 싶습니다. 아직 아빠의 죽음을 모르는, 아빠랑 같이 수영장 가고 싶다며 아빠를 기다리는 딸에게 어떻게 말을 해야 하며, 삶의 전부였던 남편을 잃고 어ᄄᅠᇂ게 살아가야 하는지 하루하루가 막막하고 두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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