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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에 올라온 학폭 사건들을 읽어보며

쓰니 |2021.02.17 01:41
조회 3,726 |추천 11
요즘 학폭 논란이 뜨겁다. 배구선수로 시작해 오늘은 경찰이 된 가해자의 이야기도 나왔다.

특히 판에 올라온 학폭 글들을 보며 사회적 관심이 많이 집중돼 있다는걸 느꼈다. 기자라는 사람들이 제보를 기다린다며 댓글을 달아놓은 걸 보고 나는 겁이 났다.

중학교 시절 학폭을 일삼던 아이가 기자가 된 것을 몇 해 전 알게 된 것이 화근이다.

나는 서울 노원구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다.

지금 30대 중반인 또래들은 잘 알겠지만 이 동네는 그때 소위 노는 애들이 많기로 유명했다. 그 아이들은 논다는 애들끼리 몰려다니며 다른 애들을 괴롭혔다. 소위 삥을 뜯고 돈을 내놓지 않으면 온갖 욕설에 부모 욕을 했다. 폭행은 당연했다. 어느 날은 그 노는 애들끼리 싸우다가 경찰서에 다녀왔다는 얘기도 들었다.

경찰서 갔다오면 괴롭히는 일은 좀 줄겠지 싶었지만 헛된 기대였다. 폭행은 더 은밀해져 옷으로 잘 가려지는 곳만 가격했다. 부모나 학교에 말하면 더 큰 보복을 할거라는 협박까지 더해졌다.

남들은 학창 시절을 즐거웠던 기억으로 회상하지만 나는 그렇지 않았다. 기억을 부분적으로 삭제한다면 그러고 싶다. 그때 당했던 기억을 더 자세한 표현으로 여기에 적고싶지조차 않다.

그래도 20년 즈음 흘러 희미해지던 기억이 4-5년 전 쯤 그아이의 얼굴을 우연히 TV를 통해 마주치면서 다시 또렷해졌다. 그 악마같은 얼굴을 잘도 숨기고 말을 이어가더라. 잘 보지도 않던 채널을 왜 하필 그때 틀었을까 너무 후회스러웠다. 그리고 그 채널을 삭제했다. 이글을 쓰기 전 혹시나 싶어 너의 이름을 검색해보니 이제 TV에는 나오지 않지만 여전히 기자 활동은 하고 있더라.

잊고 싶은 기억을 다시 떠올려 지금 이 글을 쓰는건 요즘 쏟아지는 피해자들의 증언이 나에게 용기를 북돋어줘서다. 어떤 가해자들은 피해자에게 연락해 합의를 시도한다고 한다. 그러면서 기억이 잘 안난다고 한단다.

너도 그렇겠지. 이제 시간이 20년 흘렀으니 넌 까맣게 잊었겠지. 그리고는 정의로운 척 사회 문제를 비판하는 기사를 써대겠지.

학생 때는 너를 포함한 너네 무리가 그렇게 나쁜 짓을 했어도 나중에 크면 너네와 나를 포함한 피해자들의 지위가 바뀔 거라 생각했던 적도 있어.

근데 너도 그뒤엔 열심히 살았나보네 번듯한 직업을 가진걸보니. 너도 아마 이제는 나처럼 한 아이의 엄마로 행복하게 살 수도 있겠지. 근데 너네 가족 직장에서는 너의 과거를 모르겠지.

이제 와서 생각하니 내 세금으로 너의 월급 주고 네 행복을 위해 썼다고 생각하니 너무 원통하구나.

나는 여전히 용기가 없어 실명을 공개할 수가 없는 소심한 사람이야. 그래도 너가 이 글을 보고 겉으론 아닌 척 모르는 척 하더라도 속으로는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반성하길 바란다.
추천수11
반대수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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