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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바이 드림글) 소중한 것을 포기해라 에필로그


내 손을 붙잡고 우는 리바이를 마지막으로 내 시야는 흐려졌고, 밝은 터널을 지나는 느낌이 들었다. 정신을 차리니 난 병장이 죽은 날 책상에서 혼자 울었던 그때로 돌아와있었다. 죽기 직전과 달리 나이를 전혀 먹지 않은 내 모습을 보며 꿈을 꾼건가 싶었지만 꿈이 아닌 것을 알 수 있었다. 내 오른손에 나를 붙잡고 울던 병장의 손자국이 붉게 남아있었다.

*몇 년 후 병장에게 쓰는 편지
병장님, 잘 지내십니까? 저는 제가 어린 병장님을 만나, 쿠셸이란 이름으로 살아 온 그 시간이 정확히 무엇인지 몇 년 동안이나 답을 내리지 못 했습니다. 전 그걸 꿈이라고 생각하긴 싫었습니다. 병장님과 함께 지낸 세월이 겨우 꿈이라니. 그래서 제가 내놓은 가설은 제가 평행세계에 다녀왔다는 것입니다. 단순한 시간 여행이 아닌 평행세계에 갔다 온 것이라면, 제가 아닌 또 다른 제가 병장님의 곁에 있는 것도 설명이 되지 말입니다. 그래서 말인데, 그 평행세계에서 보고 온 거인과 세계의 진실이 정말 사실인지 확인해보려 합니다. 저는 오늘 아침 엘빈 단장님에게 제가 경험한 모든 것을 말씀드리고, 비밀리에 이 세계의 진실을 규명할 사람들을 모았습니다. 우선 오래된 자료부터 차차 모아갈 생각입니다. 병장님의 세계에선 거인이 사실은 인간이고, 벽 밖에도 인간이 존재한다는 것은 이미 입증된 사실이지만 이 세계는 뭔가 다를지도 모르니 말입니다. 진실을 파헤치는 일은 힘들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전 제가 평행세계에서 얻은, 병장님이 준 가장 소중한 것인 이 세계의 진실을 향해 나아가고자 합니다. 부디 병장님의 세계에서는 행복하시길...

내가 과거의 평행세계로 보낸 남자가 한 말이 있다. ‘소중한 것을 포기해라.’ 내가 포기할 소중한 것은 병장일까. 내가 병장을 구해놓고도 병장과 함께 할 수 없었으니...그러나 그 남자의 말은 틀렸다. 난 나에게 주어진 시간동안 병장을 품고 사랑해주었다. 그 시간이 나에겐 가장 소중한 시간이었다. 그는 나에게 소중한 선물을 준 것이다.

*리바이의 시점
‘쿠셸, 아니 00이 죽고 몇 년이 지났다. 난 내 아내인 00을 진심으로 사랑하면서도 날 키워준 00을 잊을 수 없었다. 00을 다시 만나고 싶었다. 그러고 보니, 내 어머니가 죽기 전 어린 나에게 알려준 것이 있었다.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 사는 평행세계가 있다고 한다. 죽은 영혼이 영계로 가기 전 잠깐 동안 평행세계로 통하는 문을 열 수 있고, 그 영혼과 접촉한 자는 그 문을 통해 평행세계로 갈 수 있다고 한다. 평행세계라는 말을 떠올리자 마자 생각했다. 나를 키워준 00은 평행세계에서 온 것이 아닐까? 00이 죽은 영혼과 접촉해 나의 세계로 온 것이 아닐까? 나는 당장이라도 00을 만나러 가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00이 평행세계의 사람이라는게 확실치 않고, 평행세계의 문이라는게 실존하는지도 불분명하고, 평행세계의 시간은 이 세계와 조금씩 어긋나 이 세계와 동일한 시간대로 이동할 수는 없다고 한다. 그리고 지금 내가 00을 만나러 죽으면 내 곁의 00은 이 세계에 혼자 남는다. 그래서 나는 00을 만나러 갈 수 없었다.’

수십 년 후, 00과 행복하게 살던 리바이는 병간호를 하던 00의 곁에서 숨을 거두었다. 죽은 리바이의 영혼은 평행세계의 문을 열었다.

‘내가 죽은 것인가. 이건...어머니가 말해준 평행세계의 문. 평행세계는 사실이었군. 이 문을 지나면 00을 만날지도 모른다. 시간대만 잘 맞아 떨어진다면...’

리바이는 서둘러 문으로 뛰어들었고, 리바이의 시야엔 책상에 엎드려 울다 잠든 00이 보였다. 리바이는 00의 꿈 속으로 들어갔다.

‘리바이를 살리고 싶은가?’

‘네? 네! 살리고 싶습니다!’

‘그렇다면 너의 가장 소중한 것을 포기해라.’

리바이는 자신을 살리겠다고 하는 00을 평행세계로 보내주었다. 서서히 평행세계의 문은 닫혔고, 리바이는 생각했다.

‘결국 나를 구하러 00을 나의 세계로 보낸 사람은 나였군. 이렇게 우리 둘의 관계는 영원히 반복되는 것인가...고맙다 00. 몇 번이고 날 구해줘서. 그리고 미안하다, 몇 번이고 나를 포기해야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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