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015563606&code=61181111&cp=nvhttps://sports.donga.com/article/all/20200724/102144697/1
예전에 나도 학교폭력에 꽤 많이 시달렸어서 이번 사건을 보면서 PTSD가 많이 왔었어. 여돌 좋아하니까 레즈라면서 온갖 폭행을 당한 적이 있어서 학폭이라면 나도 이가 갈려. 그런데 그것과 별개로 이번 학폭 논란들을 보면서 의문이 들더라. 그저 정의구현이라면서 스트레스를 발산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이 보여서. 중립기어라는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적어도 그거라도 박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사실 그렇잖아. 졸업앨범을 인증한 동창이 증언했으니까 이건 찐이다! 라는 식으로 올라오는 글들. 정말일까? 정말 그들의 증언은 모두 믿을만하다고 여길 수 있어?
당장 최근에만 해도... 이달의 소녀 츄 학교폭력 피해자를 주장한 사람도 분명 졸업앨범을 인증하면서 그럴싸하게 글을 썼지만 사실이 아니었어. 현아에게 학교폭력을 당했다는 사람은 현아가 직접 사실무근이라고 하자마자 글을 지웠지. 조병규 학폭 피해자라고 글을 쓴 사람도 졸업앨범 사진을 올렸지만 나중엔 아니라고 말을 바꿨잖아. 몇년 전에 모모랜드 주이도 학교폭력에 술과 담배를 했다면서 졸업앨범 사진을 인증했지만 학교 측에서 그런 적 없다고 사실확인서까지 써줬잖아. 김동희, 김소혜, 세븐틴 민규의 경우도 다 졸업앨범을 인증하며 글을 올렸지만 전부 허위사실이라며 고소장을 접수한 상황이고.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지만...
그런데 사람들은 앨범을 인증한 동창이 저렇게 말할 정도니 뭔가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 아니라고 하면 돈 먹인 거 아니냐며 의심하다가, 조금 시간이 지나면 그냥 잊거나 지나치게 찬양하거나... 사실과 관계없이 '정의구현'하는 내가 너무 좋은 건 아니고? 애초에 졸업앨범이라는 것만으로 익명의 글을 오롯이 믿는 사실이 이상하지 않니? 국가적 재난 사태에서도 자기가 유족이라며 인터넷에 거짓말로 글을 쓰는 사람들이 있었잖아. 근데 고작 졸업앨범을 인증한 정도로 진정성이 있다고 보여?
물론 학교폭력은 피해를 입증하기 어렵고 뚜렷한 증거를 제시하기는 쉽지 않아. 피해자만이 남고, 그의 증언이 모든 것이 되지. 블락비 박경의 경우 피해자가 소속사와 가해자를 만나서 이야기를 하고 사실인정을 했었지. 그렇지만 적어도 고작 졸업앨범을 인증한 동창이 나왔다고, 학교폭력을 기정사실처럼 몰아가는 것도 경계해야 하지 않을까. 또는 학교폭력이라기보단 그냥 자기들끼리 싸운 이야기를 써서 학폭 논란을 만드는 경우도 있지 않았나? (아이들) 소연이 생일에 한턱 내라고 했다면서 그걸 학교폭력이랍시고 올렸다가 많은 이들이 어이없어한 거, 그 글에도 졸업앨범 인증은 있었지?
난 사실 최근 몇년간 좀 변할 줄 알았어. 예전에 네이트판에서 집요하게 괴롭히던 몇몇 아이돌이 안타까운 상황에 놓이고, 미안하다며 그때를 부끄러워하는 글이 올라오는 걸 보면서 변화를 기대했어.하지만 누구의 미소를 기억한다거나 루머로 피해를 줘서 미안하다는 건 이미 한철 지나간 아이돌이거나 돌아오지 않을 사람일 때에만 해당될 뿐, 새로운 아이돌에게는 여전히 확인되지 않은 사실로 잔인하게 난도질을 하는 것 같아. 대체 애초에 쎄했다거나 그런 소리는 왜 하는 거야? 그렇게 감이 좋으면 이 그지같은 회사 퇴사하게 내 로또복권이나 대신 사줬으면 좋겠네... 이번주 번호는 뭐니?
오랫동안, 14년 가까이 여돌(왜인지 이런 글도 내가 좋아하는 아이돌에게 화살 돌아갈까 무서워서 말을 못 하겠네) 파면서 자주 느꼈어. 논란은 언제나 부풀려서 생기고 그러고 난 뒤 차분하게 입장문 정리해서 내봐야 사람들은 그다지 관심을 가지지 않아... 사실관계도 다른 캡쳐본 들고 와서는 뭐만 하면 다 빼박이라면서 신나게 조롱한 다음, 그 아이돌이 살아남아 커리어를 쌓고, 특히 여돌은 어느정도 나이를 먹고 전성기가 지나가면 갑자기 여돌 너무 좋다면서 띄워주는 글이 올라와. 이런 일을 너무 자주 겪었어. 남자아이돌의 경우도 자주 겪지만 여돌에게는 유독 가독한 잣대를 더 들이미는 것 같아.
요 며칠 네이트판 글을 보면서, 오히려 논란이 된 아이돌보다 그들에게 손가락질하는 사람들과 학교폭력 가해자들이 겹쳐 보였어. 소위 잘 나가는 가해자들 옆에 붙어 깔깔거리던 애들 말이야. 또는 말도 안 되는 소문을 마구 흘리면서 나와 내 친구들의 뒤를 툭툭 치던 사람들, 남자애들에게 맞고 돌아오던 날 네가 맞을 만해서 맞았다고 하던 여자애들이 더 생각나더라. 개개인으로 만날 때는 의외로 다정하고 진솔한 친구였지만, 집단이 되는 순간 한없이 잔인해지던 교실 안의 작은 악마들 말이야. 결국 당사자는 아니잖아. 남들에게 들은 이야기만으로 손가락을 놀리는 거잖아.
개인적인 이야기를 투영해서 미안해. 하지만 고등학교를 졸업한지 10년이 지났는데, 나중에 동네에서 우연히 만난 동창들은 그때 너에 대해 이상한 소문이 있었지, 라며 가볍게 말하더라. 난 나를 때리던, 앞에서 노골적으로 비웃던 애들만큼이나 입에 담기도 싫던 그 소문을 부지런히 입으로 실어나르며 내가 맞을 만한 이유를 찾던 그 애들이 더 잔인했어. 그때는 애들이 참 이상했지, 라면서 깔깔대던 아이는 그 이상한 소문을 누구보다 열심히 떠벌렸던 주동자였지. 그 애는 아마 그때 그 소문을 진심으로 믿었을 거야. 그리고 맞을 만한 애니까 혼내야 한다고 믿었겠지? 10대의 정의감에 취해 옳은 일을 한다고 생각했을거야. 아무 증거도 없는데. 증거라고는 내가 아니꼬웠던 한두명의 입에서 나온 말뿐인데... 그 애들도 그저 동창이었어. 같은 학교를 다녔던 게 전부였어.
글이 길어졌는데 난 그저 조금만 더 사람들이 일희일비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의심을 가질 필요는 있고 피해자들의 호소에 귀 기울여야지. 그런 것과 별개로 졸업앨범을 인증한 것만으로 그게 진정성이 있다면서, 어떤 입장문이 나오더라도 눈과 귀를 막는 건? 얼굴 이름 생년월일 다 드러내고 활동하는 아이돌의 입장은 믿지 않고, 졸업앨범 인증 사진을 올렸다는 것만으로 믿어주는 것도 우습지 않아? 저기 마녀가 있다면서 신나게 달려가서 온갖 악마화를 하고, 나중에 아니라면 그럴 줄 알았다는 식으로 말하지 않았으면 해.
보고 있자니 괴로워져서 한숨처럼 써봤어. 누군가에게는 십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 상처이고 큰 일인데, 너무나 신나게 떠들 거리로 쓰이는 것 같아서. 졸업앨범을 인증했다는 것만으로 믿고, 심지어 피해자가 아니라 옆에서 봤을 뿐이라는 몇몇 동창의 증언까지 채택해 화를 내는 걸 보자니 비이성적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중립기어'를 박고, 양측의 이야기를 다 듣고 판단해도 늦지 않잖아. 정의구현이 신나는게 아니라면, 그럴 줄 알았다며 조롱하는 게 아니라면 좀 더 신중하게 접근했으면 해.
P.S) 푸른나무재단에서 진행하고 있는 학교폭력 관련 네이버 해피빈 링크야. 이번 논란들이 가십거리에서 끝나지 않고 학교폭력의 문제가 더 조명되며, 피해자들이 이겨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아 링크를 올려봐.
https://happybean.naver.com/donations/H000000169224?p=p&s=rs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