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없이 며칠을 보내다가 이제 얘를 보내야겠다 싶어서 책상에 앉아서 혼자 편지를 썼어사람 멘탈이 너무 흔들리니까 안 하던 짓을 하고싶더라, 그래서 회원가입까지 해서 올려봐. 여기다 이렇게 올리는게 맞는지도 잘 모르겠다.내가 쓴 편지를 그대로 타이핑한거라 두서 없을거야, 혹시 보는 사람이 있다면 미리 양해부탁해. 대상이 누군지 티가 안 났으면 좋겠는데, 혹시 누군지 알거같아도 넘어가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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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너를 향한 나의 마음은 항상 푸르렀다. 그래서 너를 향한 마음을 정리하는 이 편지에도 푸른색을 가득 담았다. 우리의 헤어짐이 좋은 이유에서 온 것은 아니지만 마지막까지 너에게 정성을 다하고싶었다. 그래서 푸른색 잉크가 담긴 만년필을 들고와 쓴 편지를 푸르른 편지 봉투에 넣는다.너를 좋아했던 시간동안 나는 무척 행복했다. 오랫동안 이 자리에 있으면서 많은 사고를 보고, 실망을 하면서 계산적인 사랑을 하던 나에게 네가 보여준 다정은 너무나 달았다. 너를 좋아하기 시작하고 줄곧 친구들에게 하던 말이 있다. '이렇게 좋아하려던 생각은 없었는데' '마음을 줄 생각은 없었는데.' 나는 지금도 이때까지 네가 했던 행동을 의심하지 않는다. 네가 우리에게 한 행동은 애정이 없었다면 할 수 없는 행동이었으므로. 내가 너에게 주었던 사랑도, 너를 위해 쓴 시간과 돈도 나는 후회하지 않는다.사실 며칠간 나는 너를 기다리며 많이 힘들었다. 확실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아니기를 바라고, 사람들이 너에게 하는 말을 보면서 상처받고, 그러면서도 새 소식이 나온게 있을까 싶어 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고, 일상생활 중에도 네가 떠올랐다. 밤이면 걱정 원망 불안이 한 데 섞인 상념에 짓눌려 잠을 이루지 못하고 결국 유튜브를 전전했다. 사실 잠을 이루지 못한 것은 아니지, 차마 누워 눈을 감고 잠들기 전 암흑 상태를 맞이할 엄두조차 못 냈으니. 처음에는 비참했다. 내 취미가 온통 너라서. 너를 벗어날 곳이 없었다. 지금은 다른 곳으로 내 관심을 돌리는 중이다. 인터넷에서 네 소식을 들으려 들어가는 빈도도 줄었고, 이제는 딱히 들어가고싶지도 않다. 너는 알까? 하루종일 기분이, 너에 대한 내 입장이 수십번 바뀌는 심정을. 초연해졌다 싶다가도 네가 한 번 떠오르면 너를 걱정하고, 다른 멤버들을 걱정하고, 무슨 소식을 듣고 올지, 그 다음은 어떻게 될지 머릿속에서 시뮬레이션을 돌리다 나를 이렇게 만든 네가 너무 미워서 화가 치밀어 오르고, 이런데도 아직 너를 놓지 못한 내가 너무 한심하게 느껴지고, 떠나는 사람들을 지켜보면서 너희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안타까워 또 슬퍼했다. 어제까지도 나는 무너지고 다시 쌓이기를 반복했다. 친구와 서로 한탄하며 내 속의 한을 풀고, 동시에 한을 쌓고 그렇게 지냈다. 네가 제대로 된 답변을 들고오길 바라면서.어제, 아니 오늘이지. 공식입장문을 보고는 뭐 어쩌라고 싶었다. 나는 이때까지 너의 결백을 신뢰한 적이 한번도 없었다. 그리고 올라온 너의 글을, 제목을, 익숙한 프로필 사진을 보자마자 나는 정말 오랜만에, 그리고 자의적으로는 거의 처음으로 '신발'을 입으로 내뱉었다. 그냥 너의 글을 보는게 두려웠다. 어차피 내가 원하고, 상황을 가장 좋게 해결할 답은 나오지 않을 것이었으므로. 나는 아직도 너의 글과 공식 입장문을 자세히 읽어보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생각이다. 이 상처가 다 낫고 네가 내 흑역사의 일부가 되어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을 때 쯤에야 제대로 읽어볼 수 있겠지. 대충 훑어보면서 계속 웃음이 나왔다. 이때까지와는 다른 웃음이었다. 이제야 정말로, 초연해진 느낌이었다. 모든 곳이 불타있겠지, 생각하면서 나는 이대로 이 이슈를 외면하기로 했다. 그 글로 누군가는 너를 죽일듯이 욕하고, 누군가는 좋다고 신뢰할 것이며 그 둘의 입장은 어떤 일이 있어도 바뀌지 않을 것을 이제야 진짜로 인지하게 됐다. 그 와중에도 나는 너를 살짝 믿고싶었다. 혹시나, 정말로 사실이 아닌걸까, 그러면서도 나는 피해자에게 미안했다. 그리고 아무도 믿을 수가 없었다, 나 자신의 판단마저도. 내가 지금까지 긴 시간을 고뇌하면서 얻은 유일한 확정적 사실은, 내가 너를 많이 좋아했다는 것이다. 입으로는 몇 개월이나 갈까, 다음은 어디로 갈까 했지만 나혼자서는 영원을 맹세할 때도 있었다. 영원이란 없단걸 아는 내가 감히 영원을 입에 담을 정도로 나는 너희를 좋아했다.지금 내가 장문의 편지를, 전하지 못할 너에게 쓰고 있는 것은 이제 너를 보내기 위함이다. 네가 죽도록 싫어진 것은 아니다. 아직도 이 글을 쓰면서도 나는 네가 우리를 부를 때가 떠오른다. 우리의 안부를 묻는 너의 글이 내가 쓰고있는 편지 위로 겹쳐오고, 나는 또 눈물을 떨군다. 눈물이 멈추지 않지만, 이제 와서 우리가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따위의 말을 내뱉으며 뒤를 돌아보고싶진 않다. 내가 몇 년 쯤 일찍, 아니면 늦게 태어났더라면 내 속이 엉망이 되던말던 버텼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나는 너가 아니더라도 수많은 요소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너로 인해 머리가 복잡해도 모의고사를 붙잡고 시간을 재는 수험생이다. 나는 며칠의 시간을 버리다가 내 컨디션 관리를 위해 너를 보내기로 결정했다. 너를 좋아하기로 한 것도 내 정신건강을 위한 것이었지만, 너를 놓기로 한 것도 내 정신건강을 위해서다.아직 네가 처음으로 일등을 하고 울던 모습이 떠오르고, 그때마다 기분이 좋지 앟다. 넌 이제 나에게 조금 껄끄러운 사람이 되었다. 나는 이제 음원 플레이리스트를, 핸드폰 갤러리를 정리해야한다. 하다못해 유튜브 알고리즘까지도 너희로 가득 채워져있어서, 억지로 다른 영상으로 채워가는 중이다. 나는 당분간 기댈 곳 없이 인터넷을 헤매고 있겠지. 지금은 어디도 못 갈 것 같다. 반년도 안 되는 짧은 시간 깊게 사랑했던 만큼 그 상처를 메우는 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듯 싶다. 나는 요 며칠을 제외하고 행복했다. 그리고 이제는 누군가에게 의존하지 않고 나 혼자 행복해질 수 있는 사람으로 나아가고자 한다. 너의 일이, 그로 인해 겪은 고통이 내 인생을 발전시키는 거름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너도, 너무 불행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고작 19살짜리가 성인을, 그것도 가질 것 다 가진 연예인을 걱정하는 게 웃기지만 이게 사랑했던 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마지막 배려다. 항상 행복할 순 없고, 지금은 더더욱 그렇겠지. 그렇지만 무너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중에 오랜 시간이 지나면 너를 악감정 없이 한때 애절하게 사랑했던 사람으로만 기억하고싶다.편지지 다섯장을 채우는 동안 내 손에는 만년필 잉크가 묻어 지저분해졌다. 나는 이 편지를 끝마치고나면 이 얼룩을 너로 생각할 참이다. 그러고는 손을 열심히 닦아 이 얼룩을 빨리 씻어낼 작정이다. 평범한 나의 일상을 되찾기 위해서.아무래도 나는 당분간 너의 이야기를 피할 수 없겠지. 나는 너를 향한 마음을 숨긴적이 없으니. 너를 변호하지 않을 것이다. 그저 너를 놓았다고 할 것이다. 내가 앞장서서 너를 힐난하고 깎아내릴 수도 있지만, 너를 좋아하면서 쌓아온 나의 추억까지 깎아내리고 싶진 않다. 나를 위해서, 너를 위해서 나는 입을 얹지 않을 것이다. 이 편지도, 내 이름을 새겨서 봉인할 것이다.나는 앞으로 바쁘게, 성실히 살 것이다. 너를 잊기 위해서. 나는 이 일로 더 좋은 사람이 될테니 너도 더 나은 사람이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