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압주의.
양친 모두 70을 넘기셨습니다.
저희 아버지, 사회적으로 성공한 축에 드시는 분이고, 존경스러운 분이셨어요.
그런데, 자식으로서 받아들이기 힘든,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자라면서 아버지 얼굴도 보기 힘들게, 일에만 빠지고 사회생활이 거의 인생의 전부셨어요.
몇년 전 은퇴하시고, 남자들의 로망이라는 전원주택을 지으셨죠.
가족들이 반대도 했지만, 뭐, 가족들 의견 같은 거 묻고 사시는 분은 아니셨던지라.
(그 시대와 지역에 맞게, 충분히 보수적이고 남녀차별적인 관념을 가지고 계십니다.)
지으실 때는 이것저것 정신없었는데, 집을 다 짓고 나서는 정원이나 텃밭 가꾸는 소일거리들이라
제가 봐도 아버지는 흥미를 좀 잃으신 것 같았어요.
그냥, 집에 친구들이나 지인 불러 놀게 하고, 자랑하시고, 그런 재미에 사시나 보다, 했습니다.
그런데 작년 3월에 집 정원일을하시다가, 저희 어머니가 좀 크게 다치셨어요.
응급실로 실려가 수술하시고, 입원하시고, 혼자서 거동이 어려우신 상황이 됐죠.
자식들은 모두 나가 직장에 다니고 있고,
아버지는 부엌일 같은 건 안드로메다에서 하는 줄 아시는 분인데다,
친구분들과 어울리고, 당신이 누리셨던 사회적인 체면, 영향력 포기 못하시는 분이라
아버지의 간병을 기대하기는 힘들어 어머니 스스로 요양시설에 입소하겠다고 하셨었는데
아버지는 아주 열심히 요양시설을 알아보고 다니시더라고요.
어머니로서는 당신이 요양시설을 먼저 말씀하시긴 했어도, 내심 섭섭하셨고요.
결과적으로는 요양시설 입소는 취소하고 집에서 재활을 하시는 걸로 결정했고
다행히 3,4개월 정도, 운동하시고, 식이조절 해가시며, 거동 가능할 정도로 회복하셨습니다.
그 기간 중, 아버지는, 어머니 옆에 붙어 계시진 않았어요.
전원주택 정원 나무에 물 줘야 한다, 친구들이랑 약속 있다 하시며 집을 종종 비우셨고
어머니는 그게 또 섭섭하셨지만, 아픈 사람 옆에 묶여 있는 것도 답답할거라 하시며
아버지를 굳이 제지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20년 11월 초였어요.
원래 집에 계신 어머니한테로, 전원주택에 가 계신 아버지로부터 전화가 왔는데
일부러 거신 게 아니라, 어쩌다 실수로 전화가 걸렸던 것 같아요.
아버지 목소리는 들리는데, 여보세요, 를 반복해도 아버지는 못 들으시는 상태.
그런데, 여자랑 계시더라고요.
어머니가, 이 양반이 웬 여자랑 있나, 하고, 약간은 재미있어하시는 얼굴로
늬 아빠가 여자랑 얘기를 하고 있네~ 너 좀 들어봐라, 하시면서 전화기를 주신 거예요.
그러고서는 어머니는 산책하러 나가셨는데
저 혼자 어머니 전화로 아버지 목소리를 듣고 있다가.... 경악을 하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카페 같은 데서 대화를 나누시는 거였는데, 장소를 옮기는 것 같더니
차안에서 애정행각하시는 소리까지 들리더라고요. 니꺼니 내꺼니 하면서.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머리가 하얘졌습니다. 어머니가 안 계시기 천만다행이었어요.
상황이 종료된 직후에, 제가 제 폰으로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 여자 누구냐고, 지금 뭐하시냐고, 그 여자 어쩌실거냐고, 흥분해 소리를 질렀죠.
처음에는 당황하시더니, 엄마가 아느냐, 몸 아픈 엄마한테 이런 일로 충격 주지 말아라,
남자가 사회생활하다 보면 이런 일도 있을 수 있는 거고, 농이나 좀 주고받는 거다,
별일 아닌 걸 가지고 침소봉대하지 말라시더군요.
어머니가 건강하신 상태가 아니어서, 저도 차마 어머니께 말을 못하고
이런 일 없도록 하시라고, 이게 뭐냐고, 카톡으로 얘기하고
이런 대화 다시 하지 말자고, 그냥 덮으려 했습니다.
그런데, 아버지는 끝까지, 당신이 잘못하신 게 아니라, 남자가 그럴 수도 있는 일이라고,
엄마가 알게 할 만한 일은 아니지만, 뭐 죽을 죄냐고, 잘못 인정을 안 하시는거예요.
그로 인해서 부모자식간 관계가 소원해지는... 분위기 싸한 상태가 됐지만
그건 또 그대로, 시간이 약이겠거니, 하고 흘러갔습니다.
올해 1월에, 부모님 전원주택으로 휴일을 보내러 갔는데
그때도 아버지는 볼일 있어 나가시고 어머니 혼자 계셨어요.
어머니께서 저한테 저녁밥 주시고, 다 먹었냐, 하시더니, 편지를 한 장 보여주십니다.
"나의 사랑 **(아버지 성함)씨에게" 로 시작하는 손편지였어요.
나를 이해해주는 당신의 사랑을 가슴 깊이 간직하고 있다, 바라만 봐도 좋은 사람, 어쩌고저쩌고.
보내는 사람의 주소, 이름이 봉투에 다 적혀 있더군요.
머릿속에 순간 스친 게 작년 11월 일이었습니다.
아... 그걸 덮고 지나가서, 이런 사달이 나는구나.
언젠가부터 카톡에 비밀번호를 걸어 놓고 사시는 아버지 휴대폰에 모든 게 다 들어있겠다 싶어
그날 저녁 들어오시는 아버지 휴대폰을 확보해서 들여다봤죠.
(제가 때마다 폰 사드렸고, 백업받아 드렸고, 필요하다시는 앱 설치해드렸었습니다.
카톡 비밀번호가 좀 난관이었지만, 핸드폰 중독이라고 할 만큼 상시 보시는 분이라,
카톡 비밀번호 누르실 때 뒤에서 슬쩍 봤어요.)
아버지는 카톡에, 너 편지 아직 못받았어, 다시 내용 복기해서 보내줄 수 있는지?
여자는, 우체국에 가서 문의해봐, 이러고 서로 반말하며 친근하게 대화했더라고요.
저녁에 들어오신 아버지한테, 여자가 새벽 3시 반에, 도착 늦었네, 라고 보내오고.
다음날 아침에, 아버지한테, 편지는 보여드리지 않고, 어이없는 편지가 왔는데,
*** (편지 보내오고, 아버지랑 카톡한 여자 이름)가 누구냐, 어머니랑 저랑 물었는데
모르신대요. 사는 곳도 모르고, 성이 *씨든가, 나는 이름도 제대로 모른다, 라고
아예 발뺌을 하시는데,
아버지 핸드폰에는 전날 편지를 보내온 여자가 적은 주소에 다녀오신 주행기록이 선명했습니다.
그 주소 찾아가자 하니, 아버지는 모른다고 안 가신대요.
어머니랑 저랑 찾아갔습니다. 편지에 적힌 주소로.
만나자고 하면 안 만나려고 할 게 뻔해서, 집앞에 서 있던 차에 실수로 사고를 냈다고 거짓말해서
당사자 얼굴 보게 됐어요.
애도 있고, 나름 사회활동 하는 여자더군요. 한, 40대 후에서 50대초? 애는 초등학생.
본인이, 가정은 없다 했습니다.
어머니가, 내가 ***씨 와이프 되는 사람이다, 하니, 그러신 것 같다고, 수긍하더군요.
다음 질문으로, 가정 있는 사람인 줄 알았느냐, 했더니, 알고 있었대요.
알았는데도 그런 편지를 보냈느냐, 하니, 그 집에 아버지 혼자 지내고 있다고 생각했답니다.
혼자 지내고 계시면, 가정 있는 사람한테 그런 편지 보내도 되느냐 했더니 말을 안해요.
그 편지 보고 충격인 건 이해하지만, 좋은 분이라 생각해서 그랬다,
그런 편지로 이렇게 찾아오실 정도면 평소에 가장으로서 대접을 어떻게 한 거냐, (는 취지로 발언)
남편간수 잘 하지 그랬느냐, 이러고, 미안하다, 죄송하다는 말 같은 건 한 마디도 없더군요.
이런 상황이 됐는데, 아버지는 한결같습니다.
그냥 인생 관련해 조언이나 해주는 사이였고, 별 사이도 아니며, 그 여자 혼자 미쳐서 편지쓴거고,
그런 편지 오게 한 건 내 실수지만, 그게 뭐 그리 죽을 죄냐.
오히려 그 여자를 찾아가서 패악을 부렸을테니, 내가 사과를 해야겠다, 하시고
더 경악인 건... 작년 11월 여자하고는 다른 여자래요.
어머니는 충격으로 식음을 전폐하실 상황까지 됐는데,
아버지는 사과하는 문자를 보내시면서, 내가 잘못했지만 남자들의 세계가 그럴 수 있고,
한 여자한테 마음 주고 깊은 관계가 된 게 아니라, 여기저기 만나면서 심심풀이 땅콩이었고,
그런 여자한테 걸려 돈이나 뜯길 내가 아니다, 나를 못믿냐, 나는 당신뿐이다,
그냥 잠시의 일탈이고 스쳐지나가는 바람일 뿐인데
내가 이 정도 사과하면 좀 받아줄 줄도 알아야지, 내가 당신 앞에 무릎이라도 꿇어야겠느냐,
나이들고 남은 시간도 별로 없는데 서로 돌봐주며 살아야지
이런 해괴한 논리를 펼치고 계십니다.
이런 아버지... 어떻게 해야 하나요?
어떻게 해야 당신이 얼마나 큰 잘못을 하고 가족을 배신하신건지 이해시킬 수 있을까요?
당신 친구분들이나 친척들에게는, 당신이 뭘 어떻게 하셨는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등은 쏙 빼고
별일도 아닌 걸로 와이프가 신경질을 부리면서 나한테 밥도 안 준다, 이러고 계세요.
그래도 남편이라, 아버지라, 제3자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자세하게 얘기도 못 하고 있습니다.
도와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