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식 전날...
다음날 아침 부모님과 학교 앞에서 뵐 약속을 잡고...
대체 어떻게 하면 좋을지 패닉 상태에 있었습니다.
오빠는 그전에 우리가 이 상황에 대비해 이야기 했었던 대로 말씀드리라고 했지만...
어디 그렇게 조리있게 말할 상황이면 제가 왜 걱정하겠습니까???
손과 입술이 달달 떨리더군요.
그러다가 파트타임으로 하는 직장에 출근했습니다.
새벽 4시....퇴근할때 즈음 전화가 왔습니다.
(현재 오빠는 2년간 처음이자 마지막 일주일 휴가를 받고 집에서 놀고 있습니다.)
곤드레 만드레 취한 오빠가 수화기 저편에 있더군요.
" 내가 뭐가 그렇게 부족하니??? 그렇지 않으면 대체 왜 그렇게 중심을 잡지 못해???
나 너희 부모님한테 떳떳해. 지금 너희 부모님 전화번호 알려줘..전화해서 말씀드릴게..
나 진짜 말씀드릴 수 있어..내가 뭐가 그렇게 부족한지....여쭤보고 싶어"
한번도 내색하지 않았는데....마음에 계속 걸렸었나봐요.
그래.....부모님께 말씀드리자....
여러분들이 말씀하셨던대로...
더이상 거짓말 해보았자...나중에 아셨을 때 충격만 더 커질테고..
오빠는 오빠 나름대로 상처받을테고.....
100% 숨길 수 없다면 충격을 많이 받으시겠지만 지금이라도 솔직히 말씀드리는 것이
나으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다음날....
밤새 일을 한 저는 늦잠을 잤고.
약속에 늦을 것 같아서 시간을 좀 미루고자 부모님께 전화를 드렸는데..
부모님께서 졸업식에 안 오시겠다고 하시더군요.
"너 만나서 할 이야기도 없고...예전에 그렇게 우리 속인 니 남자친구도 만나고 싶지도 않고..
(예전에 제 직장과 이사간 곳을 잘 모른다고 했던 게 맘에 안드셨던거죠.) 그냥 내려갈란다.
우리는 그동안 너가 전화를 하도 안 받아서 사고라도 난 줄 알았는데...너 잘 있는거 알았으면 됬으니
그냥 내려갈란다."
아버지께서 항상 우리 딸 졸업식날 가야지...하고 기대하셨었는데...
몇번이고 오셨으면 좋겠어요..하고 전화를 드렸어요. 대체 그동안 무슨 일이 일어난거냐고
물으시더군요.
만나서 말씀드린다고...뵙고 이야기하겠다고 했더니..
"전화로도 못 이야기 하는데, 만나서 무슨 말이 나오겠니...그냥 지금 이야기하자.
너 지금 걔랑 같이 살고 있니??? 지금 운전중이니 내가 나중에 전화하마.."
철렁 내려앉는 가슴....
30분 후에 전화가 왔습니다.
다시 물어보시길래...나오지 않는 목소리를 쥐어짜서.."예 죄송해요.." 라고 대답했습니다.
한참 동안 말씀을 못하시더군요.
그리고 " 너가 선택한 행동 너가 알아서 책임지고, 오늘 너 볼일은 없을 것 같으니 내려가마."
하고 집으로 내려가셨습니다.
전화 끊고 오빠에게 안겨서...한참을 울었습니다. 오빠가 그러더군요.
지금 이렇게 불효한것만큼 부모님께 잘하자...
우리 잘 살고...부모님께 효도하면 나중에 지금 이렇게 속상하셨던 것 조금은 보상할 수 있을 테니깐...
어차피 이렇게 알계되신 것 전화도 자주 드리고.....잘하자고...노력하자고...
부모님의 피눈물과 바꿔서 같이 살게된 우리..
훗날 온가족이 모여 회상했을 때 아픔과 후회, 분노가 아닌 단지 하나의 에피소드로
기억될 수 있도록...죽을만큼 노력할 겁니다.
여러분의 충고와 조언 감사합니다.
제가 선택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고...갈피를 못잡는 제게 많은 위안이 되었습니다.
여기서부터는 사족입니다만..
대부분의 답글 달아주신 분들께서 오빠와 좀 떨어져서 생각해보라고 부모님께 들어가라고 말씀해주셨는데요..
우리 오빠....작년 3월에 지금 다니는 곳으로 옮긴 이후..
아침 8시까지 출근해서 일찍 집에 오면 밤 11시...보통 1-2시...
와서 집에서 또 세미나 준비하고 아니면 책 보면서 공부하고....휴일, 휴가, 토욜..그런거는 꿈도 못꾸고..
일주일에 1-2번은 당직서느라 밤새고.......
데이트는 커녕 따로 살면 오빠가 졸업할 때까지 근2년간 얼굴 보기도 힘들답니다.
믿지 못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이건 엄연한 사실이고요.
진짜 사랑하면 2년이 대수냐...고 하시는 분 계시겠지만...
그게 얼마나 서로에게 고통의 시간인지....
어떻게 보면 제가 강해지 못해서 이런 일 벌어지는 것이겠지요.
기다리면서 설득하고....부모님께 전화왔을 때 용기를 내서 받고 설득했으면 좋았을 것을....
제가 조금만 일찍 여러분과 상의했다면 좋았을 것을 그랬습니다...휴우...
그리고 정말 재미있는 분들은...
섹스때문에 동거한다고 하신 분들.....
그 힘든 상황 가운데 저에게 웃음을 띄게 해주신 몇분들 (실소라고 해야하나...).....
님들처럼 생각한다면....그 섹스 때문에 동거를 하면서 치뤄야할 희생이 얼마나 많은지 아십니까??
오빠도...밤12시에 집에 들어와서 빨래해야되..다림질 해야되..제가 어지르는거 치워야되..때때로 설겆이 해야되.....내 신경질 받아줘야되...술도 맘대로 못마셔..담배 피는데도 눈치보여...내가 맘에 안드는 말 하거나..행동 해도 배려해줘야해.. 그 피곤한 몸 이끌고 내 운전 기사 노릇 해줘야되.....
저역시도...친구들 맘대로 못 만나고....집안일 해야되고...내 생활 제약받고...오빠에게 잔소리 듣고....
소비 패턴 제약받고..혼자 쓰면 명품 사고 싶은거 사면서 즐길 거 즐기면서 써도 되는 돈..둘이 살면 정말 사고 싶은거 안 사도 빠듯합니다.
님은 섹스 하나 때문에 그런거 다 참아낼 수 있습니까???
...사랑을 해보셨다면 그 얼마나 상대방과 같이 있고 싶은지 아실 것 아닙니까???
섹스 때문이 아니라....그냥 상대방만 봐도 좋고...같이 있고 싶고...얼굴 보면 마냥 좋고...
그래서 동거 시작했습니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좋으니깐 동거해야지...이런게 아니라...
진짜 이 남자가 내 일생동안 같이 걸어갈 수 있는 동반자인지...고려하고 또 고려해서 내린
결론입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동거란 결론 쉽게 내릴 수 있는 것 아닙니다.
또 재미있었던 일이...남자분들인지 여자분들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제가 오빠랑 헤어질 경우 저랑 같이 살 남자분 걱정을 어찌나 잘 해주시는지요...
자신의 배우자가 과거가 있을까봐 그렇게 두렵습니까???
동거를 함부로 할 수 없는 이유는...
동거가 만일 깨졌을 경우에....서로에게 남을 상처가 너무나 크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다음에 그 여자를 데리고 살 남자는 설겆이하는 것밖에 되지 않아서가 아니라요. .
결혼의 경우에는 마음의 상처는 못 씻더라도...그 상처에는 어림도 없지만 법적으로
아주아주...정말 조금이나마 보호받을 수 있는 여지가 있지만...(머..주로 경제적인 것이겠지만..)
동거의 경우에는 그 적은 보호마저도 받을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고요.
단순한 연애때와는 다르게 동거는 서로의 미운점, 좋은점 그 생활 자체를 같이하면서...
깨어졌을 때 연애만 하는 것보다 더욱 큰 상처가 남지요. 서로 연애하다 헤어진 상처도 이기기 어려운데.
하물며 같이 생활하다 깨졌을 경우...서로에게 남는 상처는 얼마나 클까요???
저는 그래서 동거를 함부로 해선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제 작은 소견이지만 어른들이 동거를 반대하시는 이유도 그래서가 아닐까 생각하구요.
이혼하시는 분들 밥먹듯 재혼 하시던가요???
이혼하신 분들께 그렇게 말할 수 있습니까??? 당신은 첫결혼을 실패했으니...재혼하는 남자는
설겆이하는거밖에 안되겠군....그렇게 말할 수 있습니까???
어찌보면 동거는 서로 둘밖에 안 보여서 환경 같은거 다 초월하고 같이 사는 겁니다.
그게 깨졌을 때 받는 상처는 자신이 선택한 길인만큼 또한 철저히 자신만의 것이고...
주변사람들에게 어떻게 보면 위로도 쉽게 못 받는 것이 동거입니다. 그렇게 자기가 벌인
일인만큼 철저하게 자기 혼자 그 아픔 다 끌어앉고 살아야 하는 사람에게...그 여자가 혹은 그 남자가
쉽게 이리저리 옮겨다니며 동거할 수 있다는 거 역시 말이 안되고...
..."동거했을 때 그 아픔은 상상도 못하니깐 꼭 사랑 이뤄야 한다가 아니고..." 그들의 다음 배우자가 설겆이하는것밖에 안되니깐 너가 지금 동거하는 사람이랑 결혼해라는건....정말 실소밖에 할 수 없는
말입니다.
그렇게 말씀하신 분들...
부디 과거가 깨끗한 처녀 혹은 총각과 결혼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말씀하신 분들 역시 그 처녀 혹은 총각에 어울리는 깨끗한..(사실 과거가 깨끗하다와 더럽다..의 차이가 대체 무엇이지..는 모르겠지만) 과거를 가지신 총각 혹은 처녀이시길 바랍니다. 상대방이 되실 처녀 혹은 총각분께서 님이 혹시라도 가지고 계실지 모르는 과거에 마음 졸이실지도 모르니까요...
그리고 욕으로 리플다신분들...정신없는 여자라느니...또라이라느니...
자신의 글은 자신의 성품을 반영하는 법입니다. 그리고 자기가 쓴 글에 대해서는 자기가
책임져야 하는게 기본입니다.
답글 달아주신 분들 그리고 메일 보내주신 분들....
저 제 결정에 후회하지 않도록 행복해지겠습니다.
예전에 만화책에서 본 말인데요...^^ 말은 말만으로도 힘을 갖는다고 합니다. 언신이라고 하던가..
부모님 저희와 그리고 이 글 읽으시는 모든 분 행복하시길 마음속으로 크게 외쳐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