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살 대학생때 첨 만나서 8년이나 함께 있었네.
2주 전에 헤어지고 나서 너는 전화번호도 벌써 바꿨더라.
너 전역하고 나서 우리 사귄날짜 넣어서 만든 뒷번호 그렇게 쉽게 버렸구나.
나는 너의 군생활을 기다렸고 넌 나 어학연수 2년 기다려줬고
취직 준비하는 과정 서로 다 도와주고 같이 버텼는데
나는 그냥 그럭저럭 다닐만한 중견기업에 들어갔고 너는 취직 실패해서 7급 공무원으로 방향을 바꿨지.
너 공무원 시험 준비하겠다고 했을때 반대하고 화냈던거 정말 미안해.
공무원 준비하는게 나쁘다는게 아니었어.
너는 분명히 학점도 나보다 좋았고 능력도 모자라지 않았고.
그냥 성적에 맞춰서 대학교에 들어오고 전공을 선택했던 나나 내 주변 친구들과는 달리 들어가고싶은 직종도, 회사도 있는데 그 문을 못뚫어서....
그냥 취업난 속에 운이 없어서 하고싶지 않은 길 억지로 선택하는게 너무 아쉬웠다.
대학 다닐 때 알바하느라 대외활동 많이 못한거, 같은 과 같은 전공 동기들 흔히 적을 수 있는 해외연수, 해외 봉사활동, 대외활동, 교류프로그램...
그런거 하나도 못달고 스펙 짱짱한 친구들이랑 경쟁하다 보니 상처도 많이 받았을거고....
서류 탈락하고 면접 탈락할 때 마다 소주 한잔하고 울던 니 모습이 아직도 잊혀지지가 않는다.
조금 더 기다려보자. 괜찮아 질 거야. 할 수 있어. 힘내.
힘내자는 말 밖에 할 수 없었던 내 격려도 너에게는 부담이었을까?
공허하게 들렸겠지만 그런 위로밖에 할 수 없었던 나를 용서해줘.
옆에서 더 도와주고 싶고 더 많이 함께 있고 싶었지만 나에게 기대고 싶지 않아 하는 너의 자존심을 알았기 때문에,
누구보다 힘내고 있는 너에게 말밖에 해 줄수 없었던 내가 너무 미워서 지금도 지나간 그 시간을 후회해.
하지만 내가 너에게 했던 힘내라는 말은 힘내서 노력하고 있는 너에게 힘이 되어주고 싶다는 말이었어.
너에게 그 마음이 전해졌는지.... 아니면 충분히 전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결국 너는 이별을 선택한건지 나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1년 반이라는 시간을 노력해서 합격 했을 때. 너도 많이 기뻤겠지만 나도 너무 기뻤어.
드디어 너도 해냈구나.
이제 너도 사회인이 되었으니 니가 나에게 그렇게 미안해 하던 부분, 은연중에 나를 밀어내던 거리감이 조금은 사라지겠구나 기대했어.
지금 바로 결혼을 생각하고 함께 할 미래를 그리기는 힘들어도 조금 더 기다려서 니가 자리를 잡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좀 더 마음이 편해지면 나와 함께 할 미래를 생각해주지 않을까 기대했던 나야.
은수저 금수저까지는 아니라도 평범한 집에서 태어나서 부모님의 노후 걱정이라던가 다른 가족의 생계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는 나.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 편찮으신 어머니, 아래로 3명이나 동생이 있는 너.
나는 너와 함께 했던 시간이 너무 소중하고 너를 사랑하는 마음이 너무 커서 그런 문제들 신경쓰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솔직히 너와의 오랜 연애에 걱정하는 우리 부모님, 앞으로 결혼해서 그 감당 어떻게 할거냐고 말하는 내 주위 사람들 때문에 많이 마음 아팠어.
혹시라도 니가 그런 말을 듣고 상처받아서 나를 떠나지는 않을까.
그리고 이런 이야기를 계속 듣다보면 언젠가 나도 그런 조건적인 부분으로 인해서 너를 저버리게 되지는 않을까.... 걱정했던게 사실이야.
그래도 나는 너를 정말 많이 사랑했다.
사귀고 나서 첫 생일에 너에게 브랜드 운동화를 선물했다.
수십만원 대의 프리미엄이 붙은 한정판 운동화도 아니었고 그냥 평범하게 학교 다니면서 늘 신어왔던 브랜드의 제품이었는데.
이렇게 비싼 선물을 해줘도 되냐고 이렇게 비싼 신발은 받을수가 없다고 난처해 하던 너의 얼굴이 아직도 생생하다.
겨울ㅇ방학에 스키장 가고싶다고 노래를 불렀을때 한번도 스키장에 가 본 적이 없어서 스키를 탈 줄 모른다던, 조금은 부끄러워 하던 니가 너무 그립다.
다른 친구들의 남자친구처럼 생일에 비싼 지갑을 사주지 않아도, 1주년, 2주년, 5주년씩 기념일이 지나도 비싼 액세서리나 근사한 레스토랑에 데려가 주지 않아도.
나를 위해 써 준 손편지와 저가 브랜드에서 고르고 골라 산 귀걸이 하나에도, 꽃집에서 사온 작은 장미꽃 한 송이에도 나는 행복했다.
요즘은 중학생들도 안맞춘다는 저가 브랜드에서 실버 커플링을 맞췄어도 나에게는 수십 수백만원의 명품 반지, 다이아몬드보다 너는 빛났다.
공부하면서 과외 아르바이트 하면서, 모자란 시간에 따로 공사장에서까지 아르바이트 해가면서 나에게 선물을 마련했던 너의 마음이 너무 예뻐서.
그 마음 하나로 8년이라는 시간을 버텼다.
너와 헤어지고 나서 아직도 나는 현실을 받아들이기가 힘들다.
내 피아노 위에는 네가 사준 곰인형이 아직도 나를 보고 있고 옷장 속에 걸려있는 싸구려 목도리는 너와 내가 커플로 맞춘 목도리야.
8년이라는 연애 기간동안 흔한 해외여행 한번 함께 가지 못하고 딱 한번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을 때,
그 때 니가 해변 노점상에서 사줬던 액자가 아직도 내 책상 위에 있다.
술을 먹어서 그런지 사람이 너무 감성적이 된다.
지금도 몇번이나 울면서 썼다가 지웠다가 너에게 보내는 이 글을 쓴다.
취직 했으니까 우리 부모님 만나러 가자고 했던 내 말이 그렇게 부담스럽고 싫었다면 미안해.
그렇지만 아직도 나는 너를 기다리고 있다.
난 너와 함께 했던 번호를 바꿀 생각이 없으니 니가 먼저 나에게 연락해줬으면 해.
기다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