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는 엄마가 한 순간도
이해되지 않은 적이 없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세상 그 누구보다 엄마를 이해할 수가 없다.
아니, 이해하고 싶지도 않다.
다만 내가 바라는 건
그녀가 내 곁에 아주 오래오래 머물러 주었으면.
사랑은 내리사랑이라고,
부모가 자식을 더 사랑한다고 사람들은 말하지만
그 말은 부모 된 입장에 선 사람이 한 말일 거다.
우리 자식들의 잘못은 단 하나,
당신들을 덜 사랑한 것이 아니라,
당신들이 영원히, 아니, 아주 오래
우리 곁에 있어줄 거라는 어리석은 착각.
자식이 부모한테 받은 건 안돌려줘도 된대.
불가능하대.
물이 위로 흐르지 않는 것처럼.
사람들이 결혼하는 건,
자기가 부모한테 주체할 수가 없어서
털어놓을 데를 찾는 거라더라.
그래서 자식을 낳는 거고.
민호는 솜사탕을 들고 자는 희자 이모를 보며,
문득 이모가 제 입 안의 솜사탕처럼
어느 날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그래서 그 날 민호는
만화 영화가 두 번, 세 번 반복해 나올 때까지
오래도록 이모를 안았단다.
언젠간 엄마를 이렇게 안고 싶어도
안지 못할 날이 반드시 오고야 말테니까.
어머니 당신이 있어
정말 행복한 인생이였습니다.
참 묘하다.
살아서는 어머니가 그냥 어머니더니,
그 이상은 아니더니,
돌아가시고 나니 그녀가
내 인생의 전부였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그녀 없이
세상이 살아지니 참 묘하다.
나는 바란다.
내 세에 다시 그녀를 만난다면
다시 그녀의 막내딸이 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우리 엄마 만난 거
난 기적이라고 생각해요.
엄마하고 딸이
세상에 그렇게 많은데
하필이면
우리 엄마와 내가 모녀로 만난 거.
어쩔 수 없는 모든 것을 순리라고 받아들일 때
난 어른들이 산처럼 거대하고 위대하고 대단해 보인다.
하지만, 살면서 아무리 경험 많은 어른이여도
이 세상에 내 어머니가 돌아가시는 경험은
그 누구에게나 한 번 뿐.
그래서 슬픈 건 어쩔 수 없이 슬픈 것.
늙은 딸이 늙은 엄마를 그렇게 보냈다.
엄마가 죽는 건 괜찮은데..
정말 그건 괜찮은데..
보고싶을 땐 어떡하지?
문득 자다가 손이라도 만지고 싶을 땐
어떡하지?
그걸 어떻게 참지?
그 날 아이처럼 웃는 엄마의 얼굴을 보며
젊디 젊은 우리 자식들은
잠시 잠깐 피곤에 지친
청춘의 한때를 쉬어가고 있다.
엄마의 암 소식을 처음으로 영원 이모에게 전해들으며,
나는 그 때 분명 내 이기심을 보았다.
엄마 걱정은 나중이고, 나는 이제 어떻게 사나.
그리고 연하는.. 어쩌나.
나는 오직 내 걱정 뿐이였다.
그러니까, 장난희 딸. 나 박완은.
그러니까, 우리 세상 모든 자식들은 눈물을 흘릴 자격도 없다.
우리 다 너무나 염치 없으므로.
엄마는 세상에서 뭐가 제일 힘들어?
- 자식 힘든데 아무것도 해줄 게 없는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