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잠도 안오는 밤이라 푸념이나 하고 싶어
끄적끄적 거립니다...
결혼 이제 2년차가 넘어가요.
제 나이 서른 초반, 남편은 중반.
전 어릴 때 아빠 사업이 망하면서 급식비도 제대로 못내고
다닐만큼 형편이 어려웠구요. 그나마 공부는 좀 열심히 한 덕에
사대문 안에 있는 좋은 대학교 들어갔지만 그마저도
등록금 스트레스 못이기고 결국 자퇴했어요.
어릴 때 부터 없이 자라면서 저 하나 먹고 사는거조차
부담이었던 터라 비혼선언 했었는데 어쩌다 좋은 사람 만나서
7년 연애한 끝에 결혼은 하게 되었네요.
저희 남편도 뭐 그냥 평범한 집안에 학벌도 그저 그렇고..
30대 초반에 사업해보겠다 하다가 얼마전 코로나로 다 망하고
빚갚느라 허덕이고...이제 겨우 취직해서 월 200좀 넘게 받아요.
부부합산 500안되게 벌고.. 재산이라곤 작은 차 한대 빼곤
전부 남의꺼네요ㅎㅎ
참 남들 보기 보잘것없는 남편이고, 생활 쪼들릴 때마다
저까지 쿠팡알바하고 외주알바하고 하며 충당하는데
힘들어서 엄마 앞에서 엉엉 운적도 있거든요.
엄마도 속상해서 그냥 돈많은놈 만나지 사서 고생하냐
같이 울고... 엄마도 아빠가 사업하다 망하고
고생을 많이 하셨어서 제 걱정을 많이 했었어요.
그래도 정말 이제 거의 10년째 살면서
서로 한눈팔거나 한적 단 한번도 없고
정말 사랑받는 거로 치면 남부러울 거 없는 만큼
남편한테 사랑 많이 받고 살고 있어요.
야근하는 날이면 남편이 먼저 와서 밥 해놓고
빨래며 청소며 다 해두고.. 우리 마누라 피곤할텐데
치킨 한마리 시켜 먹을까 전화도 해주고.
지금까지 단한번도 여자문제, 술문제, 폭력 따위로
속썩어본 적 한 번 없을 만큼 좋은 사람이에요.
근데 남편과 금슬이 아무리 좋아도...
아기는 함부로 가질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사람이 참 간사한게 원래 애기를 진짜 싫어했거든요.
시끄럽고 귀찮고 정신사납고..
애기 낳으면 펑퍼짐한 아줌마가 되는 주변사람들 하나 둘 보면서
난 절대 아기 안가질거다 어릴때부터 입버릇처럼 말했는데.
결혼이란걸 하고 또 나이를 먹고
주변에 아가 있는 사람 하나둘씩 늘어가니까
정말 어이없게도 아기가 너무 예쁘게 보이네요.
나랑 내 사랑하는 사람과 닮은 자식이 생긴다면
얼마나 행복하고 소중할지....꿈꾸게 되더라고요 제가.
근데 막상 현실적인 문제를 생각하다보면
스르르 다 포기하게 돼요.
잘사는 사람, 못사는 사람 격차가 정말
하늘과 땅 차이다 못해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데
흙수저 들고 태어날 제 새끼가 저처럼 현실벽에 부딪혀서
이루고싶은 거 못하고 꿈도 못펼치고
그냥 어느 회사 들어가서 언제든 갈아치울 수 있는
명예도 배경도 없고, 자부심조차 느낄 수 없는 자리에서
소모되어버리는 그들의 하찮은 부품 취급 받으며
살아갈 생각하니 나 왜 낳았냐 원망하는 모습이
벌써부터 그려져요.
제가 그랬거든요ㅋㅋㅋ
이와중에 뉴스는 볼때마다 억소리 나게 대단한 분들 투성이네요
요즘 엘에이치 어쩌구에 뭐 갑질뉴스는 이제 시시콜콜할 정도고...
저사람들은 뭐가 저렇게 쉬울까요.
저도 나쁜짓을 해서라도 영악하게 살아야 했던 걸까요.
없는 주제에 너무 안일하고 멍청하게 산 제 잘못인가요.
그냥 열심히, 비록 척박한 환경이지만
살기 위해 노력하면 그래도 얼추 비슷하게
따라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던 게 넘 한심하네요.
또 멍청하게 열심히만 살아온 우리 엄마가 참
요즘 들어 밉고 안쓰럽고 그러기도 하더라구요.
엄마도 좀 똑똑하게 굴지. 왜 멍청하게 그냥 열심히 산거야.
그니까 남는건 그냥 여기저기 아픈 몸뚱이뿐이잖아.
그런 생각까지도 들 정도로...
주저리주저리 길었네요.
올해들어 아기가 너무 갖고 싶었는데.
하나하나 준비해볼까 하며 엽산도 사보고 했는데.
준비할수록, 알아갈수록 자꾸 작아지는 절 보며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제 아이는
이미 여기 설 자리 조차 없단걸 느낍니다.
이번 생에 아이는 포기하려구요.
어떤 꼰대들은 요즘 젊은이들 이기적이라서
애기 안낳는다고 떠들어대던데,
이거 하난 똑바로 말하고 싶네요.
나 혼자 잘먹고 잘살고 싶은게 아니라
제가 겪은 이 세상이 그다지 좋단 소린 못하겠는데
제가 아이에게 줄 수 있는 거라곤
고단한 가난의 대물림뿐인 거 같아서요.
요즘 속상해서 속이 엉망이라 두서없이
지껄여봤어요.. 죄송합니다.
감사합니다.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