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내용은 모두 픽션으로 등장하는 실제 지명 및 기관과는 아무런 연관성이 없습니다.
※추천bgm-Call of Silence(Hiroyuki Sawano)
내가 무사히 살아서 돌아간다면 하고 싶은거. 모두가 편하고 행복해지는 때가 왔을때 내가 하고 싶었던 거. 순간 내 머릿속에는 하나 밖에 떠오르지 않았음.
"리바이 병장님한테 키스 갈기고 싶어!!!!!!!"
"리바이."
"...어이, 들었으니까 그냥 아무 말 하지마라 엘빈. 작전에 집중해."
내 마지막 말 한마디에 모두 나를 기가 막히다는 듯한 표정을 하고는 쳐다봄. 사샤는 내 귀에 대고 도대체 왜요?라고 속삭였고 평소에 온화하던 아르민 역시 순간 표정관리를 못했지만 곧바로 웃으면서 취향을 존중해주자고 함. 괜히 말했나 싶었지만 그래도 덕분에 무서운거도 좀 줄어들고 사기도 올라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음.
바닷물이 거인들의 무릎 아래로 찰랑거리기 시작하자 우리는 본격적으로 전투준비를 함. 마지노선은 모래사장. 거인 토벌이 아닌 시간을 벌기 위한 전투였기 때문에 절대 후퇴해서는 안됐음.
"모든 피난이 완료 될 때까지 단 한 마리도 해운대를 벗어나게 하지 않는다! 전진하라!"
엘빈의 외침과 동시에 모든 병사들은 칼을 들고 거인을 향해 돌진함. 아직 물 밖으로 거인들이 완전히 나오지 못한 탓에 중심을 무너뜨리기는 쉬웠음. 나는 찌르고 베고 죽이기를 몇번씩이나 반복했음.
얼마나 지났을까.
어느새 푸르렀던 바닷물은 찾아볼 수 없었음. 거친 숨을 고르며 정신을 차려 주변을 둘러보니 내 눈 앞에 보이는건 새빨간 바닷물과 그위로 올라오는 증기들 그리고 둥둥 떠있는 시체들 뿐이었음. 그 너머로는 여전히 수백마리의 거인들이 몰려오고 있었음.
이미 모두는 지쳐있었고 나 역시 아까 기행종을 처리할때 발목을 다친듯 서 있기조차 버거웠음. 내가 잠시 숨을 돌리는 틈에도 여전히 병사들은 온몸에 자기 피를 묻히며 싸우고 있었음.
-여기는 한지조에. 한지조에. 모든 피난을 마쳤다.
우리는 싸우는 동안 단 한마리의 거인도 모래사장 밖으로 나가게 하지 않았음. 모두가 목숨을 걸고 끝까지 싸워준 덕분이었음. 한지의 무전에 엘빈은 철수명령을 했고 그와 동시에 모두 입체기동으로 신본부로 향하기 시작함.
"젠장.. 이것 밖에 살아 돌아오지 못한건가."
최종적으로 신본부 옥상에 도착한 인원은 처음 출발했을때 인원의 딱 절반이었음. 엘빈과 리바이를 제외한 모두는 돌아오자마자 옥상에 누워 거친 숨을 쉬웠음. 그런 우리를 보는 한지의 표정은 어두웠음.
"한지. 구조헬기의 소식은 어떤가."
"엘빈, 리바이. 따로 이야기를 좀 할 수 있을까?"
"일단은! 우리들은 또 살아남았다. 다른 동료들에겐 미안하지만 역시 너희들은 특별해."
"어이, 코니 그런 낯간지러운 소리 하지마!"
한참을 누워 있던 코니는 일어나 쟝과 사샤를 안으며 말했음. 사샤 역시 웃으면서 말했음.
"..지금은 아니지만 나중에 다같이 해운대에서 조개를 잡을 수 있게되었잖아요? 쟝도 에렌과 미카사의 결혼을 막을 수 있게 되었구요! 곧 있으면 구조헬기도 오니까 분명.."
"구조 헬기는 오지 않는다."
"...리바이 병장님?"
그게 무슨. 코니 쟝 사샤가 서로 부둥켜 안고 있던걸 흐뭇하게 지켜보던 나는 놀라서 일어섰음. 에렌 역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리바이 앞으로 다가갔음.
"구조 헬기가 오지 않는다니 그게 무슨 말이죠? 2시간 아니 1시간채 안되어서 거인들이 몰려올겁니다! 이미 다들 지쳤어요. 싸우지 못한다구요! 이대로 가다간 모두.. 모두.."
"...죽고 말거야.."
아르민은 털썩 주저 앉으며 말했음. 모두 눈동자가 흔들렸고 곧 적막이 흘렀음. 다리가 찢어지고 팔이 으스러져도 구조 헬기 하나를 보고 버텨서 여기까지 왔는데. 살아돌아왔다는 희망의 끝은 또 다시 죽을지도 모른다는 절망의 시작에 불과했음.
리바이 역시 평정심을 유지하려고 애썼지만 손 끝이 조금씩 떨리는게 보였음. 곧 엘빈과 한지가 막사에서 나오고 병사 전부를 소집함. 그리고 담담하게 입을 열었음.
"예상보다 많은 거인의 개체수에 대한민국 정부는 오늘부로 부산 및 지역 일대를 포기했다. 곧 UN 군부대에서 무인 항공 폭격을 시작할거다. 그리고 그 후 구조 헬기가 올 것이다."
폭격 후에 헬기가 오는게 무슨 소용이야. 이미 그 때는 모두가 죽었을텐데. 너무나도 어이없는 상황에 내 왼쪽 뺨에는 눈물이 흘렀음.
"여기 멀뚱멀뚱 서있다가는 모두 죽을게 분명하다. 하지만 끝까지 싸운다면 민간인은 전부 살릴 수 있다. 폭격이 오기 전까지 우리는 민간인 전원을 지하 주차장으로 대피시킨다."
"...그럼.. 분명.. 거인들이.."
"아. 사람이 몰리면 거인들은 분명 몰린곳을 뚫으려 하겠지. 그 거인들은 지금 여기 남은 병사들이 모두 처리한다. 절대 거인들이 민간인들에게 접근하지 않도록 막는다. 그게 우리 마지막 임무다."
폭격을 맞기 직전까지 거인과 싸워라. 그리고 죽어라. 한마디로 정리하면 이랬음. 더이상 아무도 조개를 잡을 수도 결혼을 할 수도 그 결혼을 막을 수도 다같이 이야기를 할수도 키스를 할 수도 없었음. 처절한 전투에서 돌아온 우리에게 내려진 명령은 그냥 죽음. 더이상 아무도 사기를 올리려고 각오를 다지려고 하지도 않았음. 그저 무거운 적막만 흐를 뿐이었음.
"어이, ㅇㅇㅇ."
대답할 힘도 의지도 없었기에 나는 리바이의 부름에 고개만 들어보였음. 차가운 눈빛과 표정은 여느때와 같았음.
"너는 민간인들을 데리고 지하로 간다."
*
한지는 방금 막 도착한 엘빈과 리바이를 막사로 불렀다. 피인지 바닷물인지 모를 액체를 덮어쓰고 있는 그들을 향해 한지는 입을 열었다.
"대한민국 정부는 이 시간부로 여기를 포기한다고 해. 우리에게 보내질 구조헬기는 없을거야."
놀란 엘빈과 리바이를 뒤로하고 한지는 차분하게 상황을 설명했다. 너무 많은 거인들이 다시 몰려오기 시작했고 바리케이트는 이를 버티지 못할거라고. 더 많은 사상자를 줄이기 위해 부산 및 지역 일대를 폭격한다고.
"그 후 구조 헬기는 보내준다고 해. 하지만.. 그때쯤이면 우린 모두.."
"완전히 끝난 판이다.. 솔직히 이제 아무도 살아서 나가지 못할거 같군. 전멸할거다."
리바이는 흔들리는 눈동자를 보이지 않게 하기 위해 고개를 떨구곤 말했다. 한지 역시 두 눈을 질끈 감고 마른 세수만 할 뿐이었다.
"폭격을 피할 수단이 없다면 말이지."
"...있는 거냐?"
"아. 여기 있는 병사들과 내 목숨을 바친다면 전멸은 면할 수 있을거다."
엘빈은 짧은 한숨을 쉬고 의자에 앉았다. 그런 엘빈을 한지와 리바이는 가만히 지켜보았다.
"뭐 어찌 되건, 우리는 대부분 죽겠지. 아니 네 말대로 전멸할지도 모른다. 그럴바에는 부딪혀 깨질 각오로 승산에 걸어보는 방법도 부득이하겠다만..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는 저 병사들에게 죽어달라고 1류 사기꾼 처럼 그럴듯한 핑계를 늘어놓아야 한다."
한지는 막사 문을 슬쩍 걷어 올려보았다. 밖에는 여전히 숨을 고르고 있는 병사들, 살아돌아온 기쁨에 __안은 병사들이 보였다.
"우리가 선두로 싸우지 않으면 아무도 싸우지 않을거다. 그리고 우리는 가장 먼저 죽겠지."
한참을 아무런 말도 하지 않던 리바이는 엘빈 앞에 무릎을 꿇었다.
"넌 잘 싸워줬다. 덕분에 우리는 많은 생명들을 구했어. 엘빈, 나는 선택할거다. 병사들을 지옥으로 이끌어줘."
시간이 멈춘 듯 했다. 병사로써 군인으로써의 사명을 다 하기 위한 리바이의 선택에 엘빈은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여전히 무릎을 꿇은 채 바닥만 보고 있는 리바이에게 한지가 다가와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리고 울음 섞인 목소리로 나지막 하게 말했다.
"이제 그만 일어나. 저 밖에 신난 친구들에게 절망적인 소식을 전해줘야 하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