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내용은 모두 픽션으로 등장하는 실제 지명 및 기관과는 아무런 연관성이 없습니다.
※추천bgm-Eye-Water(Hiroyuki Sawano)
'청소가 싫으면 옷 벗고 민간인 막사로 가라.' 나한테만 청소를 시키던 리바이에게 조금이라도 싫은 기색을 보이면 항상 돌아오는 말이었음. 언제까지나 나는 그에게 민간인일 뿐이었고 동료로 인정받지 못했음. 그럼에도 내가 꾸역꾸역 남아 지금까지 병사로 서 있게 된 건 뭐 때문이었는지 나도 이제 잘 모르겠음. 단순히 재미로 시작한 병사 놀이로 나는 많은 걸 얻었음. 사명감, 소속감, 생명의 은인이라는 타이틀, 그리고 동료.
그런데 이제 와서 나만 또 쏙 빼놓는게 이 뭣같은 상황보다 화가 났음.
"왜..왜.. 나만...리바이 병장님. 저는 뭡니까?"
"징징거리지말고 똑바로 이야기해라."
"저는 민간인 입니까 병사 입니까. 저는 여태 민간인 구조에 참여했고 방금까지도 싸웠습니다. 만약 모두가 죽어야하는 이 작전이 최선이라면 저 또한 같이 끝까지 싸우겠습니다."
내 결의에 찬 표정은 절망으로 무너져내린 병사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음. 나는 정면만 응시했고 리바이는 나를 향해 걸어왔음.
"ㅇㅇㅇ. 내 눈 봐봐."
리바이의 눈빛은 한치의 흔들림도 없었음. 여전히 차가웠지만 한없이 따뜻해보이기도 했음.
"넌 병사다. 제대로된 훈련조차 받지 않았지만 누구보다 뛰어나게 모든 임무를 수행했어. 그래서 너에게 가장 중요한 임무를 맡기는거다. 끝까지 살아서 민간인을 지켜라. 그리고 구조 헬기에 신호를 보내. 이것 또한 병사가 해야할 일이다."
그의 대답에 나는 주저앉을 수 밖에 없었음. 내 어린 투정에 돌아온 답변은 '인정'이었음. 나는 울먹이면서 말했음.
"아니...분명.. 분명 전부 다 살아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이 있을거에요. 다 죽는 이런 결말은 너무 뻔하잖아. 난 진짜 자신없어. 너네만 등 돌리고 싸우러가는거 난 절대 못봐."
적막 속 들리는건 내 울음 소리 뿐이었음. 그리고 얼마 후 따뜻한 손이 내 등 뒤로 느껴짐.
"어이, 우린 아무렇지도 않아. 이미 병사가 되기로 했을때 우리 모두 죽음을 각오했어."
"쟝 말이 맞아요! 다같이 조개잡이를 못하는건.. 역시 제대로된 아침도 못먹고 죽게되는건 좀 아쉽지만 그래도 우린 나라에 심장을 바치기로 했으니까! 괜찮아요!"
"ㅇㅇㅇ. 우린 그렇게 쉽게 죽지 않아. 모든 거인을 구축하고 데리러 갈테니까 지하에 딱 기다리고 있어라!"
방금까지 같이 벌벌 떨었던 애들이 이제와서 나를 위로한답시고 괜찮은척 하는게 너무 미안했음. 분명히 상황을 받아들이고 체념한거겠지. 가슴에는 뭔가 턱 막힌듯한 느낌이 계속 들었음.
엘빈은 곧바로 막사 민간인들을 모았음. 그리고 무역센터 지하로 이동을 지시함. 아직 피도 안마른 병사들은 어린 아기들을 안고 지하로 내려가기 시작함. 나 또한 신호탄을 챙겨서 지하로 내려갔음. 모두가 도착하고 얼마되지 않아 땅은 미세하게 흔들리기 시작했음. 거인들이 거의 다 도착했다는 뜻이었음.
나를 포함해서 모든 민간인이 지하에 도착하자 병사들은 나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기 시작함. 도저히 나는 남은 병사들의 얼굴을 볼 수 없어서 땅만 보고 있었음. 104기 병단 애들의 마지막 인사는 감사였고 엘빈은 사과였으며 한지는 응원이었음. 그리고 마지막으로 리바이가 내 앞에 섰음.
"발목은?"
리바이의 마지막 인사는 걱정이었음. 나는 여전히 아무말 없이 땅만 보고 있었고 그런 나를 리바이는 한참을 바라보다가 뒤 돌았음. 나는 곧바로 그의 소매 자락을 붙잡았음. 이대로 리바이의 인사마저 끝나면 정말 다 끝나버리는거 같아서 너무 무서웠음.
리바이는 자신의 소매자락을 잡은 내 손을 꼭 잡아주었음. 다른 한 손으로는 내 눈을 가렸음. 그리고 내 입술에는 짧지만 따뜻한 감촉이 느껴짐.
"밖이 조용해 질 때까지 절대 눈 뜨지마.”
.
.
.
리바이에게.
이제 병장도 아니고 우리 나이차이도 꽤 줄었으니까 그냥 말 놓는다. 네가 날 알기 전부터 난 원래 너한테 반말을 썼거든. 그 날 이후 5년이 지났어. 민간인은 모두 살았어. 다들 고향으로 돌아가 잘 지내고 있는거 같아. 왜 이런일이 갑자기 생겼는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이제 모든게 제자리로 돌아오고 있어.
추모식에 못간건 미안해. 도저히 그곳에 있는 너네들 사진을 볼 자신이 없더라. 마지막 얼굴을 하나 하나 눈에 담아놓지 못했던 거는 아직까지 후회되네.
다녀보지도 못한 대학은 자퇴를 했어. 아무래도 나는 누군가를 구하고 목숨을 바치는게 어울리는거 같아. 적성을 찾아준 엘빈 단장님께 감사 인사 대신 전해줘.
아직까지 바다를 가보지는 못했어. 바다를 보면 하루종일 거기 앉아서 울 거 같았거든. 그래도 내일은 바다에 가보려고 해. 할 일이 좀 많거든. 가서 조개도 잡아야하고.. 그리고 이제 그만 너도 놓아주려고.
잘가. 잘지내. 다음 생은 평범하고 행복하길 바랄게. 나라에 심장을 바치지 말고 오로지 너만을 위해 살아보길 바랄게. 나는
어떻게 못알아볼 수가 있겠어.
도착한 바다에는 익숙한 뒷모습이 보였다.
한없이 작고 외로워보이는 네 뒷모습에 내 귀에는 오직 파도 소리만이 들렸다.
"...리바이."
-네 다음은 1225님의 사연입니다. 리바이에게. 이제 병장도 아니고....
깜빡하고 있다가 이제야 재업해! 항상 글 좋아해주고 읽어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