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우선은 이혼부터
서은은 옆에 친구를 쿡쿡^^ 찔렀다.
저 남자는 내 남자다라고 경고를 하기 위해서였다.
혜민이 서은을 잠시 노려보았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포기하는듯 했다.
그녀의 집념을 아는 터였기 때문이다. 서은은 찍었다하면 놓치는 법이 없었다.
혜민의 포기의사를 눈치챈 서은은 그럼 그렇지...하고 킥킥^^ 거렸다.
소개팅은 서은에게 있어 기분풀이에 불과했지만 눈앞에 있는 영훈은 정말 괜찮은 상대 같았다. 아주 미끈한 명문대생인 소위 킹카였다. 서은이 이런 기회를 포기할 리는 없었다.
그것을 감지하자마자 서은은 내숭녀로 돌변했다.
대부분의 남자들은 서은의 이런 모습에 속아넘어갔다.
애를 먹이는 남자도 결국은 그녀에게 두 손을 들어보였다.
그런 그녀에게 넘어가지 않은 남자가 있었다면 고작 한 두 손가락에 꼽을만하다.
갑자기 서은은 고개를 흔들었다. 불현듯 떠오르는 얼굴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은은 결코 그 얼굴만은 떠올리고 싶지 않았다.
사실 그녀를 이런 바람둥이로 만든 것은 바로 그 남자였던 것이다.
그를 알기 이전의 그녀는 남자에게 관심이 없었던 것이다.
남자를 유혹하기에 서은은 여러가지 장점을 가지고 있었다.
우선 서은은 청순녀 그 자체였다.
그녀의 외모는 우선 그녀를 그렇게 인식하게 만들었다.
그녀 속에 들어있는 강단을 모르는 사람들은 그녀의 그런 모습에 속곤 했던 것이다.
왠지 믿어도 될 것 같다고 마음을 놓아버리고는 결국 그녀에게 버림을 받게 되는 것이다.
영훈도 그녀가 마음에 든 것이 분명했다.
서은은 간혹 아주 살짝 영운이 느낄 정도로 그에게 시선을 주었다가 정작 그와 마주치면 마주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하지만 부끄럽다는듯이 눈을 내리깔았다.
이것도 일종의 전술이었다.
영훈이 그녀의 그런 모습에 웃는 것으로 봐서 그의 마음도 확실한 것이다.
그때 갑자기 핸드폰의 벨이 울렸다.
서은은 우선 누구한테 온 전화인가부터 확인했다.
집이였다. 크게 대수로울 건 없었다.
"여보세요"
하자마자 마치 전쟁이 난 듯 엄마의 속사포가 쏟아졌다.
"야아...... 큰일 났어....."
"엄마, 왜 그래? 무슨 일이야? "
"네 남편이 돌아왔어..... 귀국했다더라... 그래서 오늘밤 들리겠다
고 전화왔었어."
"뭐라고?"
서은은 하마터면 전화기를 떨어뜨릴 뻔 했다.
소개팅 자리의 사람들은 서은의 반응에 모두 놀란듯 했다.
"왜 그래? 무슨 일이야?"
혜민이 다급하게 물었다.
"별거 아니야....나 그만좀 가봐야할 것 같아.... 저 미안해요."
서은은 영운을 타겟으로 잡았다는 것조차 완전히 잊어버리고 카페를 빠져나갔다.
대학교 3학년인 서은에게 남편이 있다는 사실은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
서은조차도 믿을 수 없는 전혀 실감나는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서은은 남편의 핸드폰 번호가 몇번이었나를 잠시 생각했으나 워낙 써본 일이 없었던지라 생각이 나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서은은 메모리 기능을 찾았다.
남편의 핸드폰 번호다. 하지만 바뀌지 않았다면....이란 단서가 붙는다.
전화를 걸기 위해 서은은 크게 쉼호흡을 했다.
분노 때문일까....심하게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리고는 망설이다 통화버튼을 눌렀다.
드디어 신호가 갔다.
왜 이리도 가슴이 뛰는 걸까?
걷잡을 수가 없다. 한참 있다. 드디어 신호가 떨어졌다.
그런데 남편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그것은 젊은 여자의 목소리였다.
"여보세요. 김석훈씨 핸드폰입니다..."
서은은 잠시 할말을 잃었다. 역시 남편답다.
남편한테 여자가 없을 것이라곤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에겐 여자가 있었던 것이다.
아니...사실 여자들이 그를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는다는 사실이 더 정확할지도 몰랐다.
더욱이 서은도 그를 가만 내버려두지 않은 여자중의 하나였던 것이다.
서은은 살면서 그때 일만큼 후회한 것이 없었다.
그것은 자신이 살면서 저지른 가장 어리석은 일이었던 것이다.
"지금 계신가요?"
"아니요. 지금 회의중이세요. 어디시라고 전해드릴까요?"
여자가 또박또박 말했다.
" 한서은이라고 하시면 아실 거예요. 회의 끝나면 전화좀 달라고 해주시
겠어요? 아주 중요한 일이라고요...."
"그러죠....."
여자의 뉘앙스는 한결같았다. 아주 딱딱한 냄새가 난다.
적대감조차도 느껴진다. 그에 관한 문제라면 왠지 민감해진다.
서은은 밖에서 그를 만나고 간단하게 일을 해결하고 집으로 돌아갈 생각이었다.
그가 자신의 집으로 올 필요는 없는 것이다.
서은은 초조하게 전화를 기다렸지만 세시간이 지나도 전화는 오지 않았다.
저절로 입밖으로 욕이 나왔다.
'그는 지금 내가 얼마나 초조해하는지 알고 있기나 한 걸까?'
서은은 망설이다 석훈의 회사로 향했다.
그저 간단한 만남이면 그와의 인연은 끝인 것이다.
어쩌면 석훈도 그 일로 찾아온다고 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들에겐 밟아야하는 절차가 있는 것이다.
다름아닌 <이혼> 이라는 절차가......
이혼이란 매우 거창한 얘기인것 같지만 둘 사이의 이혼은 아주 간단한 절차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만큼밖의 의미가 없다.
억울하긴하다. 실제적인 결혼생활도 못해보고 이렇게 꽃다운 나에에 이혼녀가 된다는 것은....하지만 그와의 의미없는 결혼 생활을 유지하는 것보다 더 끔찍한 일은 없다.
허울만 있는 남편이란 차라리 없는 것보다 못한 것이다.
그것이 얼마나 비참한 기분을 들게 하는지 사람들은 짐작도 못할 것이다.
서은은 노크를 한뒤 크게 쉼호흡을 하고 비서실로 들어섰다.
여비서인듯 했다 어쩌면 그 핸드폰을 받은 여자인지도 모른다.
미스코리아처럼 아주 늘씬하다. 서은은 그에 비하면 아이같이 초라한 느낌이 들었다.
이상하게 남편과 관계만 되면 서은의 자신감은 사그러들고 초라해지는듯했다.
"누구시죠?"
"한서은이라고 하는데요. 실장님을 뵈러왔는데요."
"약속하셨나요?"
"아니요. 통화가 안되서요."
"그럼 잠시만 기다리세요."
여비서가 사무실 안으로 들어섰다. 이상할 정도로 안에선 기척이 안느껴졌다.
곧 여자가 나왔다.
"죄송합니다. 지금은 바쁘셔서 만나실 수가 없답니다.
나중에 연락을 하시겠다고 하셨습니다."
서은은 분노로 손에 힘이 들어갔다.
이 남자 날 완전히 무시하고 있다. 그것만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지지 않았다.
서은은 분노로 참을 수가 없을 수가 없었다.
여비서의 얘길 무시하고 이사실로 뛰어들어갔다. 여비서가 당황해서 쫓아왔다.
"안된다고 했잖아요....."
하지만 이미 늦었다. 서은은 벌컥 문을 열고 들어섰다.
소란스러움에 석훈이 서류에서 눈을 떼고 그제서야 서은에게 눈을 돌렸다.
눈가엔 재미있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예전과 달라진 것이 없었다.
"이게 무슨 짓이에요? 실장님..... 이 여자분께 분명히 안된다고 했는데 막무가내로......"
"아니 됐어요...... 나가봐요."
여비서가 잠시 서은을 노려보더니 나갔다.
그와 동시에 석훈도 다시 서류로 눈을 돌렸다.
서은이 있다는 건 완전 무시하겠다는 투였다.
서은은 참을 수가 없었다. 모든 신경이 곤두서는 것 같았다.
그 화풀이로 서은은 빠른 속도로 달려가 석훈이 보고 있는 서류를 뺏었다.
"이게 무슨 짓이야?"
하지만 기분나쁘게 침착한 소리였다.
이 남자의 침착함이 언제나 서은의 기분을 상하게 만든다.
그녀에게 소원이 있다면 그가 흥분하는 모습을 보는 거라한다면 과연 누가 믿을 것인가?
하지만 언제나 반대로 흥부하는 건 자신일 뿐이다.
"왜 연락을 안 주는 거에요? 할말이 있다고 했잖아요."
"아...... 메모는 전해들었어."
석훈은 건성으로 대꾸했다.
"급하다고도 했어요. 당신과 해결할 문제가 있잖아요."
"무슨 문제?"
"몰라서 묻는 거에요?"
"하긴 해결할 문제가 있긴 하지. 안그래도 오늘 장모님을 뵐 생각이었
어. 어차피 기다리면 만나게 될텐데 이렇게 달려오고 그래? 내가 그렇게
보고 싶었어? 하긴 우리 이렇게 만나는 게 얼마만이지? 벌써 한 2년쯤 되
나? 나도 당신이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몰라....."
정말 천역덕스럽다. 왠지 못보는 사이에 능청스러움만 더 는 것 같다.
"그런 얘기가 아니잖아요. 우리 이혼 문제요...."
"이혼? 우리가? 어떻게 그런 말도 안되는 소릴 할 수가 있어? 난 당신과
이혼할 생각이 전혀 없는데...... 우리가 어떻게 결혼했는지 잊었어? 그렇게
우여곡절을 겪었는데 어떻게 이혼을 해?"
석훈은 역시 침착했다.
날카로우면서도 지적인 이미지의 모습은 이상하게 여자들의 마음을 자극한다.
서은도 그런 그의 모습에 홀딱 마음을 빼앗긴 적이 있다.
하지만 그것은 곧 지옥과 통하는 길이라는 걸 깨닫는데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이 남잔 지금 서은에게 분풀이를 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이러지 말아요. 우리 악연은 여기서 끝내요. 그러면 모든 문제가 간단해
지잖아요."
"말했지? 난 당신과 이혼할 생각없다고......더욱이 당신은 이제 숙녀가
됐군. 더 이상은 그때의 어린애가 아닌 것 같아........"
"우리가 결혼한 건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의미의 결혼이 아니잖아요. 우
린 서로 미워하고 있어요."
그제서야 석훈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석훈은 서은에게 다가왔다.
"누가 그래? 우리 결혼이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고 말이야? 그리고 우리
가 서로 미워한다고 누가 그러지?"
"이러지 말아요. 그건 당신이나 나나 다 알고 있잖아요?"
"난 전혀 모르겠는데......."
갑자기 석훈이 지그시 서은을 쳐다봤다. 그리고 서은의 입술을 쳐다봤다.
그리고는 서서히 그녀의 얼굴에 얼굴을 가져왔다.
서은은 자신도 모르게 눈을 감았다. 가슴에서 쿵쾅쿵쾅 소리가 났다.
왜 마음과 달리 이렇게 가슴에선 번개가 치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우습게도 서은은 실망하고 있는 자신을 깨달았다.
눈을 떠보니 석훈이 재미있다는 듯이 서은은 쳐다봤다.
"거봐. 우린 서로 미워하지 않잖아.
이젠 당신도 이혼이란 말도 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을 거야. 오늘 집
에 가서 할 얘기란 더 이상은 이렇게 살수 없다는 걸 말하려는 거였어.
우리는 결혼하지 벌써 2년이 넘었는데 같이 산 적이 없잖아?
언제나 떨어져 있었어. 그건 말도 안되는 거야. 부부라면 한 집에서 같이 살
아야지. 그 문젤 의논하려던 거였어. 걱정하지마. 난 당신한테 정말 흥미가 많아. "
그는 흥미라는 표현을 썼다. 그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 모르겠다.
"말도 안돼요. 난 아직 학생이고 우린 서로 사랑하지도 않는데......"
"자꾸 그러면 당신이 나한테 원하는 게 따로 있다고 믿겠어. 당신이 원하
는 대로 욕구를 채워줄 수도 있어. 그러길 바라는 거야?"
서은은 갑자기 입을 다물었다. 그런 오해를 받긴 정말 싫었다.
하지만 이렇게 아무말도 못하고 있는 자신은 더욱 싫었다.
뭔가 심한 음모에 빠진 것 같다. 이런 것이 아니었는데 뭔가 한참 잘못되고 있다.
갑자기 석훈이 소리를 내어 웃었다.
그는 진심으로 즐거운 것 같았다.
서은은 갑자기 모든 것이 혼란스러워지고 종잡을 수 없었다.
이번만은 절대로 그의 뜻대로만은 되진 않을 것이다 하고 서은은 결심을 다잡았다.
그에게 휘둘리진 않을 것이다. 서은 스스로 살 길을 찾을 것이다.
그의 선택에 따라 방치되는 것만은 결딜수 없다.
하지만 서은의 내심은 여전히 불안했다.
석훈은 다시 서류로 눈을 돌렸다.
그는 서은의 존재를 또 잊어버린 것 같았다.
***책으로 최근에 출판된 소설입니다. 이 원고는 사실 초고인 전혀 정리가 안된 원고인데요.
로맨스 소설이라서 여러분들이 좋아하실만한 글인지 아닌지 로맨스 소설란에서 평가를 받고 싶어서요.책에선 수정된 부분이 많은데 초고를 올려서 죄송합니다.하지만 제가 가지고 있는 게 초고밖에 없네요. 읽으시고 느낌을 조금 알려주셨으면 좋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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